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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는 행보를 보여준 이현욱이 드디어 대표작을 찾았다. 비록 악역으로 출연, '국민 쓰레기'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그만큼 강렬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매료했다는 뜻일 터다.
드라마 '마인'에서 '한지용' 역으로 열연한 이현욱과 작품 종영 후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한지용은 대기업 효원그룹의 둘째 아들이자, 언제나 젠틀한 상류층 남자다. 로열패밀리가 아닌 인기 여배우 '서희수'와 연애 끝에 결혼, 사랑꾼 면모를 보여줬던 그다. 하지만 한지용은 비밀이 많은 인물이었다. 자신의 혼외자를 친자식처럼 키워준 아내를 배신했고, 사람을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사이코패스였다. -
스위트한 남편과 아빠의 모습부터 비뚤어진 부성애 연기, 게다가 악귀 같은 눈빛 연기까지. 한 작품에서 입체적인 연기를 유연하게 표현해낸 이현욱이다. 전작 '타인은 지옥이다', '써치',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등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였지만, '이현욱'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리게 한 작품은 단연 '마인'이다. 그는 어떤 점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을까.
"좋은 감독님과 작가님 그리고 좋은 선후배님들과 작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극의 흐름을 끌고 갈 수 있는 배역이었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서사가 많이 있고 많은 모습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던 것 같아요" -
이현욱은 극도로 입체적이면서,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감정선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극 중 원톱 악인이라 부담도 됐을 법했다. 그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디테일을 중시했다.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각각 인물을 대할 때 태도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사람이 상대적이잖아요. 내가 배려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신경 안 쓰고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고 각각 캐릭터에 대한 상대적 태도를 명확하게 정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흑화했을 때는 한지용이 가지고 있는 빨간 단추를 장치적으로 사용해서 한지용에게 정서적 데미지를 주는 혈육에 관한 것이나 이런 것들에 움직이는 모습을 이용했습니다"
몰입도 높은 연기력 덕에 이현욱은 '국민 쓰레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극강의 악역이라 부담감은 없는지 묻자, 이현욱은 특유의 너스레가 느껴지는 말투로 답변했다.
"드라마가 사랑받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가족들이 자랑을 못 하시니까 불편해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뭐 이제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 덤덤합니다" -
한지용은 극 중 많은 인물과 대적하는 인물이다. 홀로 많은 이들과 싸워야했다. 그 대상은 아내, 형수, 자신의 아이를 낳아준 전 연인이었다. 잉꼬부부였다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아내 '서희수' 역의 이보영, 효원가 안에서 패권전을 벌였던 형수 '정서현' 역의 김서형과의 연기는 어땠을까.
"이보영 선배님과 연기할 때 보고 배운 게 많습니다. 순간의 집중이나 표현력 등 보면서 많은 공부가 되었고, 김서형 선배님은 배려해 주시면서 신의 상황을 잘 표현하기 위해 이끌어 주시는 컨트롤해 주셨고 정신적으로 제가 의지를 많이 했습니다" -
특히 '강자경' 역의 옥자연과는 몸을 부딪치는 신이 많았다. 격렬한 러브신부터 폭력신까지 소화해야 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옥자연을 보고 이현욱은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자연이 같은 경우는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스스로 많이 반성을 한 적이 있어요, 순수하게 진심으로 순도 높은 연기를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간과하고 있던 부분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것 같습니다" -
극 초반 이보영과는 달달한 로맨스를 보여줬던 이현욱이다. 그간 출연작에서는 로맨스를 이루지 못했다. 이현욱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그의 쌍방 멜로를 소원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이현욱은 로맨스 욕심은 없다고 했다.
"로맨스 남주를 한 번도 꿈꿔본 적이 없어요. 저는 거울로 제 얼굴을 자주 보니까요. 제가 생각한 로맨스 남주의 얼굴이나 눈빛이 아니에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감독님이 계셔서 좋은 기회를 주신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왕눈이'로 이목을 끈 후, '모범형사', '써치', '#살아있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마인', 그리고 차기작 '블랙의 신부'까지. 근 몇년 간 이현욱에겐 쉴 틈이 없었다. 열일 행보의 원동력은 뭘까.
"제가 할 수 있는 걸 묵묵히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으로 몸은 피곤해도 현장에 있는 게 너무 좋아서요. 좋은 사람도 많이 알게 되고 즐겁습니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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