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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나이트'를 보고 난 후, 잘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바로 배우 위하준이 배우 진기주를 향해 달리는, 그 상황을 즐기는 모습이다. 전력 질주하는 발은 너무나 압도적이다.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18어게인'에서는 상상도 못 했지만, 위하준이 그린 연쇄살인마는 그에게 정말 착 하고 붙었다.
'미드나이트'는 음소거 추격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청각 장애를 가진 경미(진기주)가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이 소정(김혜윤)을 살해하려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의 새로운 타깃이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도식이 경미를 쫓는 것, '미드나이트'를 보는 관객이 숨을 죽이며 몸을 쭈뼛 세우게 하는 이유다.
위하준은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그는 "배우로서 이중성이 있는 마스크와 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잘 표현하면 연기적으로도 더 발전하고, 변신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라고 욕심을 전했다. -
도식이를 받고 빠져들었다. 영화를 준비하는 기간부터 밤마다 대본을 보며 이상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도식의 감정에 몰입해 있기 위해 생각을 이어가다보니, 예민해졌고, 우울해졌다.
"도식이는 '절대적인 우월함'에 빠져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 벗어날 수 없다. 도식의 전사를 생각했었거든요. 어릴 때 학대와 가정폭력으로 인해 무시받았어요. 피해 의식도 강했고, 자존감도 낮았고요. 첫 살인은 우발적으로 저질러요. 대부분의 자료를 보니, 살인의 시작이 오히려 중독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살인에 희열감을 느껴서 그게 살인 놀이로 바뀐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도식이 종탁(박훈)에게 '맞는 게 싫다고 하잖아'라고 하는 대사도 있거든요. 종탁에게 무력으로 제압당하면서 더 예민하게 반응한 거죠. 소정이는 도식이의 첫 타깃이라 편하고 여유롭게, 엄마를 대할 때는 경미를 손에 넣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좀 더 재미있어하면서 바라봤던 생각이 납니다." -
경미를 무서운 속도로 쫓아야 했다. 달리기는 어릴 때부터 잘했다.
"고향에 있을 때 크기는 작았지만, 일반 학생부 100m, 200m 육상대회에서 1, 2등을 했어요. 당시 11초 후반, 12초 초반 나왔거든요. 완도군 대표로 전라남도 대회도 나갔다가 쓴맛을 보기도 했는데요. 어릴 때 달리기를 좋아하고, 잘한 부분이 영화에서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고요. 지금은 절대 그렇게 못 달립니다.(웃음)"
계속 달려야 했다. 그래서 '연골 나이트'라고 불리는 현장이었다. 하지만, 현장은 너무나 따뜻했다. 배우 진기주, 길해연, 박훈, 김혜윤 등 모든 배우들이 한마음이었다.
"지금까지 항상 연락하고, 각자 하는 작품이 있으면, 서로 캡처해서 놀리기도 하고요. 지금도 너무 애틋하고 사랑하는 선배님, 형, 누나, 동생입니다. 특히 (진)기주 배우는 힘든 와중에 자신도 다치고 무릎도 아프고 그랬는데, 먼저 파스도 선물해주고 테이핑도 해주고 저를 먼저 걱정해주더라고요. 제 달리기 떄문에 더 빨리 뛰었을 텐데, 최선을 다해 뛰어주고, 연기도 잘해줘서 저도 몰입해서 할 수 있었어요." -
촬영 기간 내내 연쇄살인마에 몰입해있었다. 그래서 막상 촬영이 끝난 후, 그걸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끝난 후에 밤낮이 바뀐 패턴을 다시 돌리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밤에도 대본을 보고 혼자 이상한 생각에 빠지곤 했는데 그게 꽤 오래 가더라고요. 꿈도 안 좋은 꿈을 많이 꾸고요. 친구들 만나고, 장난치고, 밝은 거 보고, 여행 다니면서 좀 해소가 됐는데요. 한동안 안 좋은 행동을 하고 이해하면 안 되는데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어렵더라고요. 더 깊게 갔다가는 정신적으로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격이 달라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실제 성격은 차라리 종탁과 비슷한 성격이거든요. 어릴 때도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었고, 친구들이 어디서 맞고 오면 제가 가서 싸우기도 했고요. 제 첫 번째 신조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살자'거든요. 정반대의 도식이를 연기하고 나면, 그런 부분에서 자괴감이 들곤 했습니다." -
위하준은 시골 섬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처음부터 배우의 꿈을 꾸기 보다는 무대에서 춤추고 박수받았던 게 너무 좋았다. 고3 때 상경해, 연기학원에 다니게 됐고 처음으로 연극을 접했다. 주변에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그 시간 동안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좋은 사람 냄새가 나는 인성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연기를 하는 게 제 꿈입니다."
위하준은 '미드나이트' 뿐만 아니라, '샤크: 더 비기닝'을 통해서도 관객과 만나게 됐다. 6월에 두 번 위하준을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됐다. 앞으로도 그의 활약은 쭉 이어질 예정이다.
"예상치도 못하게 두 작품이 연달아 나오게 됐는데요. 놀랍고, 신기하고, 영광스럽습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되면 그 작품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고요. 어제 드라마 첫 촬영도 시작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로맨티스트 캐릭터를 많이 보여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예쁘게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