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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의 국내 공연이 해외 공연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김준수의 유무다. 뮤지컬 '드라큘라' 초연 때부터 활약, 이제는 '드라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김준수다. 처음으로 붉은 헤어의 드라큘라를 선보인 김준수는 현재까지 사연에 참여하며 '샤큘'(김준수의 영문 활동명 시아(XIA)와 드라큘라의 합성어)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김준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준수는 바쁜 와중에도 경쟁작도 챙겨보는, 말 그대로 '뮤지컬 덕후' 그 자체였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준수는 뮤지컬 '드라큘라'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람 김준수의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털어놨다. -
'샤큘'의 시그니처라 하면 붉은 머리다. 여타 '드라큘라'는 시도하지 않았던, 김준수만이 도전한 머리였다. 어떻게 탄생했을까.
"막상 하고 나니까 후회가 되기도 해요.(웃음) 초연 때 당연하게 블랙 머리로 하려고 했어요. 블랙 포마드가 '드라큘라' 하며 떠오르는 모습이잖아요. 사실 머리색 하게 된 건 무대 올라가기 2~3일 전이었어요. 리허설 때까지 블랙 머리로 하려다가, 어느 순간 '프레쉬 블러드'라는 넘버에서 젊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신을 할 때, 흡혈을 하면서 피가 몸으로 흡수가 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피가 머리에 전이가 된 듯한 시각적인 표현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말씀드렸더니, '그렇다면 해봐라'라고 해주셨어요. 참 감사한 일이었지만, 사연까지 하다 보니까 두피 관리에 엄청 신경을 쓰고 있어요.(웃음)" -
김준수는 아이돌 그룹으로 시작해 솔로 가수로, 그리고 이젠 뮤지컬 배우로서도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뮤지컬에 진심이기에, 김준수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지금까지 해온 뮤지컬들을 하나도 빼놓을 수 없이 소중해요. 더더욱이나 '드라큘라'는 한 번도 빠짐 없이 했던 작품이라 초연작 할 때보다 또 다른 느낌의 부담감이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얘기로 '샤큘샤큘'해주시지만,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작품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재관람하시는 분들도 납득을 시킬 수 있는 노래나 연기가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샤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무대와 공연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부담감과 중압감은 더 심해요. 불과 작년에도 한 작품이고, 배우분들 몇 분 빼고는 시나리오부터 무대까지 거의 똑같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새로운 모습이나 그 기준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죠" -
특히나 작년과 올해는 대중예술인에겐 힘든 시기였다. 김준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는 바람에 취소 회차까지 나왔고, 올해에는 개막 초기에 배우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몇 회를 쉴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어려움보다도 시간을 내주고 작품을 고대해온 관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드라큘라'를 무대에 4년 올렸는데, 작년에 벌써 올해 '드라큘라'가 논의되고 있었어요. 작년에 이미 많은 취소 회차가 나왔었고, 본의 아니게 사회적 거리두기도 격상되면서요. 올해 5월에는 코로나 걱정 없이 할 수 있겠지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죠. 그 와중에 초반에 (코로나19 감염자 관련) 일이 있어서 취소 회차도 좀 나왔고요. 아쉬웠지만 당장은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공연을 통해 관객분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뿐이에요.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어요" -
초연부터 '드라큘라'를 지켜온 터줏대감인 김준수는 '미나' 역의 배우들과 로맨스 케미를 보여주며 관객을 매료했다. 올해 사연에서 '미나'로 활약한 조정은, 임혜영 배우, 그리고 작품에 첫 합류한 박지연 배우까지, 세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했다.
"아무래도 정은 누나, 혜영 누나랑은 오래 같이 해왔었기 때문에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었죠. 서로 여유가 있다 보니까 그날그날 더 집요하게 하는 날도 있고, 방관하듯이 하는 날도 있고요. 서로를 푸쉬해주면서 티키타카가 나오고, 그러면서 재밌게 연기했어요. 지연 씨는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개성에 맞게, 자신이 생각한 '미나'를 씩씩하고 확고하게 잘 표현해주시더라고요. 연습할 때도 호흡이 좋았어요" -
주로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던 김준수는 TV CHOSUN의 트로트 오디션프로그램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2'에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데뷔 18년 차 가수로서 후배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땠을까.
"사실 노래를 평가하고 심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임한 게 아니라 응원하는 마음이었어요. 절실한 분들이 오디션에 많이 참여하시잖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무대에서 노래해온 저를 되돌아보며 참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딱한 사연이 있는 분들은 정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면서 했죠. 예전의 제 모습,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 제 모습이 생각도 나고 회상이 되더라고요"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서도 10년 차다. 김준수는 세월이 흐른 걸, 호칭을 통해 느낀다고 했다.
"예전엔 누나들 속에서 뮤지컬을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저를 '형', '오빠'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아져서 시간이 흘렀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웃음)"
"저를 롤모델로 언급해주시는 후배들이 있어서 정말 항상 감사해요. 보통 노래 잘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팀 공백기일 때 개인 활동으로 뮤지컬을 하곤 하잖아요. 그런 분들이 저를 언급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은 좋은데 너무 부끄러워요. 저도 이제 제가 아이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민망하더라고요.(웃음) 그럴수록 더더욱 '내가 부끄럼 없게 큰 책임감과 마음가짐으로 임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
그간 김준수는 유독 판타지 작품에서 새드 엔딩을 맞이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어떤 캐릭터도 찰떡같이 소화하는 김준수지만 십 년이나 톤 다운된 역할을 해왔으니, 이제는 발랄한 캐릭터로 무대에 서고 싶을 법했다.
"저는 뮤지컬 자체를 사랑하는 관객이기도 해요. 제가 무대에 오르는 중에도 다른 라이벌 작품도 쉬는 날이면 보러 가거든요. 여러 사랑 이야기도 있고 인간적인 이야기도 있는데, 제가 보는 뮤지컬에서 가장 재밌다고 느낀 것들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간 것들이었어요. 그런 주제가 뮤지컬로 만들어졌을 때 영화보다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끌리다 보니까 제가 작품을 고르는 데 우선순위에 들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여태 어두운 분위기만 해서 밝은 뮤지컬도 정말 하고 싶어요. '킹키부츠' 같은 거요. 저는 항상 죽고 죽이고, 울고 이러고 끝나는데, 마냥 해피엔딩인 작품도 꼭 해보고 싶더라고요. 제가 춤도 자신 있기 때문에 춤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밝은 뮤지컬 해보고 싶죠" -
뮤지컬 배우로서의 미래도 언급했다. 그의 바람은 수상의 영예를 얻는 것보다, 오래도록 무대 위에 남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상을 받고 싶다 그런 게 있다면 지금은 전혀 없어요. 제가 뮤지컬을 하면서 나이를 먹다 보면 어느 순간 '드라큘라'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나이대나 모습이 될 수도 있잖아요. 내 나이와 모습에 맞게 주인공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그 나이대 세월의 흐름에 맞게 무대에 계속 은은하게 남아있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배우로서요. 그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도록 매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이고, 그게 제 목표예요"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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