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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상반된 매력의 유령 영화가 6월 30일 나란히 개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뜻하지 않게 소환된 죽은 전처의 유령 때문에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을 담은 영화 ‘블라이스 스피릿’과 유령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의 오싹함을 한껏 끌어낸 영화 ‘다크 앤드 위키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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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라이스 스피릿’은 ‘죽은 영혼이 돌아왔다’는 기발한 소재로 흥미를 유발하는 판타지 코미디다.
뮤즈였던 전처 ‘엘비라’의 죽음 이후 슬럼프에 빠진 작가 ‘찰스’는 영감을 얻기 위해 심령술사 ‘마담 아카티’를 찾아가 강령회를 제안한다 ‘마담 아카티’의 진지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다들 코웃음 쳤지만, 그날 밤 ‘찰스’ 앞에 죽은 ‘엘비라’가 나타나며 현재의 아내 ‘루스’를 사이에 둔 살벌한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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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37년 영국에서 유행했던 ‘초자연현상’을 유쾌하게 담아낸 동명의 고전 희극 ‘블라이스 스피릿(Blithe Spirit)’이 원작이다. 현재까지 연극, 뮤지컬 등으로 무대에 오르며 사랑받는 탄탄한 원작에 새로운 감성을 더한 영화는 연속된 통쾌한 반전으로 놀라움을 자아낸다. 특히, 전처의 영혼과 현재의 아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를 이어가는 찰스의 모습은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이며,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007시리즈’, ‘캣츠’의 주디 덴치, ‘미녀와 야수’,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댄 스티븐스, ‘쇼퍼홀릭’, ‘위대한 개츠비’의 아이러 피셔 등 화려한 출연진은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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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크 앤드 위키드’는 ‘7일간의 불신 지옥’이 라는 소재로 정통 공포 장르의 부활시킨 오컬트 물이다.
서로 왕래 없이 소원한 남매 루이스와 마이클은 오랫동안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보러 일주일간 잠시 시골 농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뭔가에 사로잡힌 듯 불안해 보이는 엄마는 남매에게 “돌아가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급기야 가족이 모두 잠든 한밤중 스스로 손가락을 절단한 채 목을 매 자살한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이웃집 찰리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집 안 가득 도사린 어둡고 사악한 기운이 점점 남매를 무섭게 옥죄어 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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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죽어 가는 아버지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복잡미묘한 심리의 근원을 파고들어 원초적 공포심을 자극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악령의 환영을 통해 공포 지수를 높여간다. 여기에 특별한 음악이나 연주 없이 더한 주변 생활 소음의 불협화음은 보는 이의 불안을 높이며 한층 강한 짜릿한 공포감을 안겨준다.
“‘유전’보다 무서운 영화”라는 해외 평단의 평과 로튼토마토 신선도 92%를 기록하며 눈길을 끈 영화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악령의 올가미 속에 오싹한 공포의 참맛을 선사할 예정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