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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영화다. 스릴러 영화의 대명사로 꼽히는 '스크림'이 없다. 그 대신 피, 땀, 그리고 연골이 그 시간을 가득 채웠다. 영화 '미드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다.
21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미드나이트'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권오승 감독을 비롯해 배우 진기주, 위하준, 박훈, 길해연, 김혜윤이 참석했다. '미드나이트'는 청각장애를 가진 경미(진기주)가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이 소정(김혜윤)을 살해하려는 현장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경미의 엄마 역은 길해연, 소정의 오빠 종탁 역은 박훈이 맡아 힘을 보탰다. -
진기주는 경미 역을 맡았다. 그는 살인 장면을 목격하며, 새로운 살인 대상자로 떠오른다. "살려주세요"라는 소정의 입 모양을 외면하지 못한 결과로 경미는 연쇄살인마 도식을 피해,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세상을 향해 질주를 계속한다. 진기주는 경미를 표현하기 위해 수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했다. 그는 "어릴 때 처음 영어학원에 가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느낌"이라고 처음 수어학원에 갔던 시간을 회상했다.
이어 "처음에 우리 말을 잠시 금지하지 않나. 수어학원도 잠시 음성을 잠그고, 꼭 수어가 아니더라도 손이나 표정 같은 걸로 표현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수어 또한 언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경미는 엄마와 달리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라 수어 뿐만 아니라 구어도 사용하고 필담도 사용한다"며 "말을 할 줄 알지만, 가족 중 청인이 없기 때문에 발음의 정확도를 고민했다. 수어보다, 구어를 하는 점이 훨씬 어려웠다"고 남다른 노력을 밝혔다. -
위하준은 연쇄살인마 도식 역을 맡았다. "위하준은 자유자재로 표정을 바꾸고, 그 속에 자기감정을 담을 줄 아는 배우"라는 권오승 감독의 말처럼 그는 섬뜩한 표정과 친절한 표정을 자유자재로 변주하며 도식에 대한 공포감을 더한다. 앞서 10~12kg 정도 체중 감량 사실을 전한 위하준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고 도식을 표현하며 힘들었던 점을 전했다.
이어 "아무래도 도식이라는 인물을 최대한 잘 표현하고 몰입하고 싶었다. 평소에도 도식이의 상태, 눈빛, 호흡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래서 주변에서도 많이 예민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전에는 연쇄살인범의 공통점, 그들의 심리 등을 이해하고 싶어서 프로파일링한 자료들을 보고 여러 영화의 살인범을 모티브 삼았다. 정신적인 부분이 힘들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여배우분들에게 못되게 행동해야 하다 보니 그게 마음적으로 많이 부담스럽고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
길해연은 경미의 엄마 역을 맡았다. 엄마 역시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길해연은 '미드나이트' 시나리오를 처음 보면서 "절대 악의 서사가 부여된 게 아니라, 나머지 사람들의 연대 의식이 좋았다"고 매료된 지점을 전했다. 이어 "장르물의 선택을 따르며, 소통이 안 되는, 가장 밝은 곳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이 스릴러를 완성해준 게 아닌가 싶다"고 선택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길해연과 진기주는 '미드나이트' 현장에서 실제와 같은 모녀 호흡을 선보였다. 길해연은 진기주에 대해 "영특하고 성실한 배우"라며 "현장에서 정말 미친 듯이 뛰고, 숨을 헐떡이고, 몰입한 모습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가서 안아주게 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진기주는 "길해연 선배님은 감동입니다"라며 "저도 깜짝 놀랐다. 선배님이 팔을 벌리는 순간 내가 왜 눈물이 펑펑 났을까. 제 감정이 컷과 동시에 어느 정도 해소되고 어느정도 진기주로 돌아온 상황이라 믿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컷을 한 이후에도 남아있는 잔여감이 엄마를 볼 때 쏟아진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땀과 연골로 완성된 영화다. 권오승 감독은 "유명한 추격 장면이 보통 1분 정도 지속되는데, 우리 영화는 약 1분 30초~40초 정도 지속된다"며 새로운 추격 장면이 탄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했다. 그 시간을 보여주기 위해 진기주와 위하준은 달려야 했고, 쫓아야 했다.
진기주는 "제가 그렇게 빨리 잘 달릴 수 있는지 영화를 보면서 처음 알았다"며 "뒤에서 저렇게 빠른 속도로 잡아먹을 듯 달리니 저도 죽기 살기로 달리게 되더라. 현장의 공기가 영화와 잘 맞아서 저도 저에게 볼 수 없는 속도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위하준은 "저는 달리기를 잘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반에는 카메라팀도 잘 못 따라오긴 했다. 쉬엄쉬엄 달리면서 연기적인 기술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극도의 공포감을 주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 무섭게 뛰었다. 진기주가 잡힐거 같았는데 하면서 보니 점점 빨라지더라. 그래서 더 리얼하게 나온 것 같다"고 남다른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
박훈과 김혜윤의 남매호흡은 '미드나이트' 속 웃음을 주는 요소다. 현실같은 자연스러움은 "현장에서 자연스러운 애드리브"로 완성됐다는 전언. 권오승 감독은 두 배우가 처음부터 반말을 사용하기를 요청했고, 덕분에 두 사람은 남매 호흡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박훈은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작은 역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김혜윤 배우가 있기 때문에 얕지 않다. 굉장히 깊은 연기를 해줬다"며 식지 않은 오빠 애정을 과시했다.
권오승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주인공 경미(진기주)"라고 밝혔다. 경미는 청각장애인 역할이다. 경미의 동선, 소리를 불빛을 통해 보는 생활환경, 사운드 설계 등은 '미드나이트'를 즐기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경미가 살아가는 세상은 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어 "영화가 최종적으로 달려가는 지점은 딱 한 가지였다. 두식이가 살인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어본다. 수어만 하는 경미가 세상에 목소리를 꺼내는 장면이 영화가 가는 목표점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예전과 다르게 쉽게 쉽게 목소리를 내는 사회지만, 그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는 모습들은 부족한 것 같다. 그 진실을 들어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은 약자가 되는게 아닌가 생각하며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고 '미드나이트'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배우 진기주, 위하준, 박훈, 길해연, 김혜윤의 피, 땀, 그리고 연골을 갈아 만든 음소거 추격 스릴러다. 새로운 추격 스릴러의 탄생은 오는 30일 티빙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