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터뷰] '마독스'라는 우연적 필연

기사입력 2021.05.16.00:01
  • 마독스 인터뷰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 스튜디오 제공
    ▲ 마독스 인터뷰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 스튜디오 제공
    뮤지션 마독스(Maddox)의 눈이 반짝였다. 스튜디오에서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볼 때, 그리고 네번째 싱글 'Knight'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모두 빛이 났다. 음악이라는 그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눈에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눈과 꼭 닮은 음악으로 대중과 만난다.

    "그런 말이 있잖아요. '왜 웃긴데 슬프지?', '슬픈 노래가 아닌데 왜 눈물이 나지?'라는 표현처럼요. 곡에는 '치유, 위로'라는 단어가 없지만, 리스너들에게 위로와 치유가 되는 곡이었으면 좋겠어요."

    'Knight'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뮤지션 이든과 함께 송 캠프를 하기로 하고 여러 뮤지션과 뭉쳤다. 코드를 무한 반복하고, 주고받다 보니 약 20분 만에 뼈대가 나왔다. 그 뼈대 위에 이든이 정리하고, 마독스는 아이디어를 보탰다.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팀워크를 맞춰가다가 가이드라인이 나왔어요. 그리고 기타가 메인이 되는 반주니까, 이든 형이 '적재님에게 부탁해보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내주셨어요. 적재님의 합류로 'Knight'가 더 풍성하게 완성된 느낌이에요. 저 혼자라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이번 곡은 시작도 같이했고, 매듭도 같이 짓다 보니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제 입장에서는 순조롭게 작업한 거죠."
  • 사진 : KQ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진 : KQ엔터테인먼트 제공
    "나, 김경문, 마독스에서 조금 더 벗어나서"

    동화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얀 말을 타고서 저 어둠 속에 갇힌 너를 구하러 갈' 기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곡 속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분들을 해방시켜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마독스는 가사를 쓸 때 자신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갇혀버린 상황 속에서 오히려 더 자신을 자유롭게 했다.

    "제 경험들을 통해 마독스, 김경문, 현실의 저로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더 자유롭게 풀어놓았어요. 그러다 보니 결국 상상력으로 닿더라고요. 감독님이나 작가님께서도 상상력으로 글을 쓰시잖아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조금 유치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접근법 이었어요. 그래서 기사를 떠올렸고, 잠과 깨어남이 자연스레 연상된 것 같아요."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 스튜디오 제공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 스튜디오 제공
    "뮤지션을 결심했던, 2017년"

    마독스는 1995년 영국 웨일스에서 태어났다. 10살까지 거주하다가 한국으로 오게됐다. 현재 딘(DEAN)이 설립한 레이블 유윌노우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미소(MISO)는 그의 누나다. 어렸을 때부터 마독스가 음악을 접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고 마독스가 가수를 꿈꾸지는 않았다. 실용음악에만 집중했던 시기가 있었다. '음악하는 사람은 실용 음악으로만 성공할 수 있다'는 좁은 시선으로 음악을 바라봤던 때였다.

    우연히 현 소속사인 KQ엔터테인먼트 관계자를 만났다. 외삼촌이 운영하는 루프탑바에서 공연을 하던 마독스가 제안을 받은 것이다. 마독스는 당시를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제 친구들을 막 초대해서, 친구들 앞에서 공연한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노래"했다고 기억했다.

    제안에 바로 대답한 것도 아니었다. 마독스의 누나 미소는 프랑스 파리에서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에 한국 대표로 선정됐고, 과정을 마무리할 때 쯤 마독스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영국에서 태어나 10살까지 자랐지만, 외국에 나가는 것이 처음인 사람처럼 모든 것이 신선하고 새로웠다.

    "내가 정말 좁게 새상을 바라보고 있었구나라는 것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내가 남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내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곡을 쓰기 시작한 것 같아요. 생각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새로운 챕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때 뮤지션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 스튜디오 제공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 스튜디오 제공
    나에게 영감이 되는 "음악, 유기견 조이"

    마독스는 과거 인터뷰에서 롤모델로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을 꼽았다. 지금은 특정 아티스트를 꼽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 물었다. 최근 마독스의 플레이리스트를 묻자 오스트레일리아 퓨처 소울 밴드 '하이에이터스 카이요테이(Hiatus kaiyote)의 '레드룸(red room)'을 꼽았다.

    "나이 팜(Nai Palm)이라는 분이 하이에이터스 카이요테이의 보컬인데요. 유방암에 걸려서 엄청 오래 쉬셨어요. 그걸 알고 '레드룸'이라는 곡을 들었을 때, 처음 느끼는 감정을 느꼈어요. 노래가 좋다기 보다, 그 사람의 인생이 머릿 속에 그려지는 듯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 사진 : 마독스 인스타그램
    ▲ 사진 : 마독스 인스타그램
    마독스에게 또 하나의 영감이 되는 것은 올해 1월 식구가 된 강아지 조이다. 조이와의 만남도 우연에서 필연으로 이어졌다. SNS를 보다가 유기견 보호소에 있는 조이를 만나게 됐다.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10여년 함께한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픔이 있어 함께할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며칠 뒤에 또 조이의 모습이 SNS에 보였어요. 혹시나 하며 문의를 했는데 임신 중이라 몇달 뒤에 다시 문의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혼자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올해 1월 다시 조이를 보게 된 거죠. '이제는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고요. 고성으로 픽업을 가게 됐어요.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4시간 동안 너무 착하게 있더라고요. 집에 왔을 때 솔직히 어떻게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부터 '내가 부지런해지자'고 생각했어요. 원래 자는 시간이 좀 길고, 아침에 자고, 저녁에 일어나 활동했는데요. 사람이 규칙적으로 변하더라고요. 같이 병원도 다니고, 산책도 매일 다니고 하면서요."

    "최근 느낀 행복도 조이와 관련 있는 것 같아요. 조이가 침대 위로 올라와서 머리를 제 몸에 떨어뜨리고 자는 거예요. 그때 되게 행복했어요. 왜냐면, 제가 잘 못자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조이가 있으니까 저도 바로 잠이 들더라고요. 그런 소소한 행복을 느껴요."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 스튜디오 제공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 스튜디오 제공
    "정성을 다하는구나, 알아주셨으면"

    마독스는 15일 발매된 새 싱글 '나이트(Knight)'로 대중과 만난다. 감각적인 적재의 기타 사운드와 멜로디를 감싸 안는 듯한 포근한 스트링, 그리고 그 위에 얹어지는 담백한 마독스의 보이스로 구성된 이 곡은 그만의 음악적 색채감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인히어'에서 함께한 프로듀서 코드쿤스트와 그레이는 지난해 마독스의 곡 '엔진(engine)', '슬립(sleep)' 발매 당시 "섹시한 음악"이라고 평하며 "사람들의 시선보다 많이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애정이 담긴 말을 전했다. 마독스가 1년 만에 새 싱글로 대중과 만나게 된 것을 살짝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기도 하다.

    "싱글은 짧은 시같은 느낌이랄까요. 그 안에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하잖아요. 저는 그래서 앨범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시작과 끝을 한곡에 다 담지 않아도 되니까요. 1년에 한 곡 정도 공개하게 된데 저 스스로에게도 '많이 좀 내라'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에, '그래도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정성을 다하는구나'라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성을 다하는, 무엇보다 음악을 이야기할 때 눈을 반짝이는, 그렇기에 그가 음악으로 전해줄 더 많은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마독스다.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 스튜디오 제공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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