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을 연인이자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 분)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분)은 작은 캠핑카를 타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북부의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여행을 떠난다. 오래된 노부부처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투덕대는 이들의 모습은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이 여행은 치매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를 위한 마지막 여행이다.
샘은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나빠지는 터스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두렵고 힘들지만, 절대 내색하지 않고 애써 괜찮은 척 긍정적인 미래를 이야기한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터스커를 돌볼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하지만 터스커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에 고통을 느끼면서도, 사랑하는 샘을 위해 끝까지 아닌 척해야 하는 삶이 버겁다. 또한, 샘에게 힘든 짐을 지우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망가지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샘과 모든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에 몰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고,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설명하는 녹음테이프를 만들어둔다.
이들의 평온해 보이는 여행은 샘이 터스커의 녹음테이프를 우연히 발견하며, 한순간에 깨져버린다. 두 사람은 크게 다투며, 그동안 숨겨온 속마음을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자신을 홀로 두고 가지 말라고 절규하는 샘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자신을 놓아달라고 애원하는 터스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끝을 맺게 될까?
-
영화 ‘슈퍼노바’는 어쩔 수 없는 이별 앞에 놓여있는 동성 연인의 사랑과 삶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두 사람의 섹슈얼리티보다 사랑과 상실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두 사람의 사랑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완성한다.
실제 영화는 두 사람이 ‘동성 커플’이라는 사실을 잊고, 두 사람의 사랑에만 몰입하게 한다. 이는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다져진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의 만남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실제 이십년지기 친구인 두 배우는 성별을 뛰어넘는 오랜 연인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줘 해외 언론으로부터 ‘인생 최고의 연기’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
오랜 세월 한결같은 사랑을 해온 샘과 터스커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최고의 이별을 위해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은 별이 가장 밝은 빛을 내며 폭발한 후에 죽는 현상을 뜻하는 ‘슈퍼노바’와 닮아있다.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는 오랜 연인의 사랑을 통해 진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 ‘슈퍼노바’.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 속에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는 5월 12일 개봉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