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빈센조'에서 장한서는 형 장준우(옥택연) '대신' 바벨그룹 총수였다. 형을 대신해 악행에 저질렀고, 형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온갖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악의 대물림, 그 속에서 장한서는 빈센조(송중기)를 만나게 됐고, 변화한다. 이중적인 상황에서 선과 악을 오가는 행보, 시청자들까지도 장한서의 진심을 몰랐다.

그 줄타기는 '빈센조'를 지켜보는 또 다른 쫄깃함이었다. 배우 곽동연에게 곽며들게(곽동연과 '스며든다'의 합성어) 된 이유기도 하다. 곽동연은 변화의 폭이 많은 장한서를 맡아 내면부터 외관까지 모두 마음을 썼다. 말과 글이 아닌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기를 바랐다.

장한서, 중후함을 떠올리다

"인물의 성장 일대기를 좀 더 디테일하게 그리고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사실 제일 먼저 장한서를 분석하면서 생각한 것은 '중후함'이었거든요. 본인이 꼭두각시지만 회장직을 맡고 있고, 그것이 나의 유일한 무기이자 방어기 때문에 더 드러나기를 바란 거죠. 그래서 초반에는 머리도 올리고, 옷도 화려하고 비싼 옷으로 입고 다녔고요."

"그런 모습들이 굉장히 바닥에 가까운 장한서의 자존감을 '나는 대기업 회장이야'라며 스스로 합리화시키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빈센조'(송중기)를 만나면서 오히려 허영스러운 것을 접고, 본래 나이의 청년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오히려 캐주얼한 수트, 포멀한 머리로 바꾸려고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장한서가 듣는 곡, 아이유 'CELEBRITY' & 오마이걸의 '살짝 설렜어'

곽동연이 장한서에 대해 얼마나 고민이 깊었는지는 소속사를 통해 공개된 '장한서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TMI'를 통해 드러난다. 그곳에는 장한서가 좋아하는 안주, 과목, 형 장준우, 헤어스타일, 플레이리스트 등의 질문이 있고 곽동연은 이에 답했다. 곽동연은 장준우의 플레이리스트로 "아이유 'CELEBRITY' & 오마이걸의 '살짝 설렜어'"를 적었다.

"한서는 늘 너무 스트레스받고, 답답하고, 나와 맞지 않는 삶을 사는 얘예요. 29살인데 사실상 정신연령은 20살에 멈춰있는 친구고요. 그러다 보니 산뜻함, 청량함 이런 것들에 대한 욕망이 있을 것 같아서 요즘 가장 산뜻하고 청량한 노래를 고민하다가 두 곡을 꼽았습니다."

곽동연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SNS에서 활발하게 팬과 소통하며 위트있는 리액션으로 더욱 '곽며들게'한 것에 대한 비결도 덧붙이면서다.

"일단 SNS를 활발하게 한 이유는 제가 '빈센조'라는 드라마를 너무 사랑하는데요. 이 드라마를 한 명이라도 더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자체 홍보 활동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팬들이 남겨주시는 글들을 보면서 이렇게 재미있게 글 써주시고, 사진 보정도 해주시는 것이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스크랩하면, 만드신 분도 뿌듯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한 것 같아요. 저만의 개그 코드가 있다 보니, 부합하는 콘텐츠도 제가 선정을 하는데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고, 피식할만한 글들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꼭 모든 기자님께서 써주시면 좋겠는 부분인데요."

'빈센조'의 촬영 현장은 '행복'이었다. 배우 송중기, 전여빈 역시 동의했다. 곽동연은 현장이 너무 좋아서, 촬영이 끝났는데도 5시간 넘게 더 머물렀었다. 현장에 있는 배우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빈센조(송중기), 장준우(옥택연), 한승혁(조한철), 최명희(김여진)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송중기의 좋은 점에 대해서는 "3일과 6시간 동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말을 덧붙이면서다.

"김여진 선배님과 조한철 선배님은 저에게 큰 은인들이셨어요. 조한철 선배님과 호흡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정말 무엇을 하든 다 받아주시고, 하나 던지면 둘로 받아주시고, 다 살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송중기 선배님께는 정말 많이 느끼고 배운 것 같아요. 분량이 가장 많으신데도, 현장에서 단 한 번도 피곤한 내색을 안 하세요. 모두를 보듬으려고 노력하시고요. 그런 점이 '저 자리에 아무나 가면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 같아요."

사람으로 인해 달라졌다. 1997년생인 곽동연은 10대에 배우로 발을 디뎠다. 현장에서 어리기 때문에 받아야 했던 질책과 무시가 있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유독 성숙해 보이는 태도 역시 그 이유에서였다.

"저는 장난식으로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저 97년생이라고, 1897년생.(웃음) 그런데 요즘 '아직 나 한참 어리구나' 생각이 들어요. '빈센조'를 하면서 너무 좋은 어른들을 많이 만나고 나니 '나는 아직 어리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을 20살이라고 설정하고 다시 20살의 열정으로 열심히 연기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