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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소비 열풍으로 명품 시장 호황…유통가, 매장에서도 랜선에서도 '오픈런'

기사입력 2021.04.21 09:44
  • 유통업계에 ‘보복 소비’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14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발표한 ‘코로나 보복소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38.3%가 보복소비를 한 경험이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억제됐던 소비 욕구가 폭발하는 양상이다. 특히 불황에도 끄떡없는 명품 시장은 보복 소비와 맞물려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 백화점 3사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코로나 사태가 최고점에 달했던 지난해 동기 대비 20% 늘었고, 3월 매출은 5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 확대로 온라인 구매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로 발생했던 '오픈런'이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판매 채널을 온·오프라인으로 다각화하고 프리미엄 마케팅을 내세우는 등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럭셔리 호캉스 상품 라이브 커머스 판매부터 해외 인기 명품 브랜드 대거 유치까지 소비 심리 자극 공략 경쟁이 뜨겁다.

    한정판 럭셔리 호캉스... 호텔도 '오픈런’!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호텔업계는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며 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VVIP 서비스와 특전이 포함된 호캉스 상품을 라이브 커머스나 홈쇼핑으로 선보이거나 기간 한정 판매 상품을 앞다퉈 내놓으며 오픈런 대란을 빚고 있다.

  • 파라다이스시티 네이버 쇼핑라이브 캡쳐 이미지
    ▲ 파라다이스시티 네이버 쇼핑라이브 캡쳐 이미지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는 지난달 11일 ‘네이버 여행+’와 협업해 ‘스위트룸 프로모션’ 단독 패키지를 라이브 커머스 방송으로 선보여 10여 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웠다. 최고급 디럭스 스위트룸 1박에 각종 특전을 담아 최대 54%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해 방송 시작 직후 오픈런을 연상케할 정도로 빠르게 예약이 마감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해외 못지않은 파라다이스시티의 이국적인 시설에서 럭셔리 호캉스 기회와 랜선 여행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라방을 기획했다”며,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들이 대거 몰려 주말 예약은 5분 만에 마감되고 실시간 시청자가 1만 명에 이르는 등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 곳곳을 이동하며 각 공간과 특징 분위기를 설명하고 이용 꿀팁 등을 소개하며 고객 소통에 집중해 여행 니즈를 자극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파라다이스시티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이 지난 15일 선보인 ‘파라다이스 슈퍼위크’ 역시 오픈 당일 주말 상품이 모두 예약 마감되기도 했다. 이 프로모션은 매년 봄, 가을 가심비를 만족시키는 알찬 혜택으로 선보여 고정 팬층이 생기고 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홈쇼핑 방송에서 오픈런 신화를 썼다. 지난달 ‘그랜드 하얏트 제주’ 약 1만 개 객실을 완판시키며 홈쇼핑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지난 28일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준비한 앵콜 방송에서도 9천 개 객실을 팔아 치웠다. 본격적인 제주도 유채꽃 시즌과 5월 가정의 달이라는 시기적 요인이 맞물리며 여행 보복 소비 심리가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發 플렉스! 명품 사러 팔도유람


    백화점 업계는 해외 인기 명품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거나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을 추진하고, 파격적인 명품 할인전을 내놓는 등 전력 질주하는 ‘오픈 러너(runner)’ 잡기에 한창이다.

  • 최근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샤넬이 이달 15일 전후로 일부 제품가를 인상한다는 소문에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 수백명의 대기행렬이 줄을 잇는 사태가 벌어졌다.

    샤넬은 얼마 전 대구 신세계백화점에도 문을 열었다. 정식 오픈일 전날 오전부터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오픈런 대란을 예고해 화제가 됐다. 또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장은 신규 매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대기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달 제주신라호텔에 팝업 매장 ‘샤넬 인 제주’를 열었다. 사전 방문 예약제 오픈 한시간만에 6월까지 모든 방문 시간대가 ‘풀 부킹’되는 사태가 벌어져 현장 대기 접수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상품을 서울 시내 백화점보다 빠르게 선보이고 도심 매장보다 대기 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제주도로 ‘원정 오픈런’까지 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계속되는 명품의 인기 열풍에 롯데백화점도 서울 본점의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 계획을 발표하며 적극 나서고 있다. 내년 하반기 완성을 목표로 해외 명품 구성비를 50%까지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리뉴얼이 완성되면 명품 매장 면적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한 올해 해외 명품 구매금액 기준으로 선정했던 ‘에비뉴엘 LVVIP·VVIP·VIP’ 등을 폐지하고 최상위 회원 등급인 ‘에비뉴엘’을 신규 개설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오픈러너족’을 겨냥해 루이비통, 디올 등 명품에 대해 비대면 컨시어지 서비스(개인 쇼핑 도우미)도 제공한다. 고객이 매장에 전화로 문의하면 고객 응대부터 결제, 배송까지 한 번에 도와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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