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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희연(하니), IQ 145가 맞다고 생각한 순간

기사입력 2021.04.11.00:03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주영 역을 맡은 배우 안희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주영 역을 맡은 배우 안희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지난 2015년 방송된 '스타킹'에서 그룹 EXID의 멤버 하니는 어릴 때 잰 아이큐가 145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EXID는 각기 다른 소속사로 흩어졌고, 하니는 '배우 안희연'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순간의 선택이라기보다,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선택한 길이다. 아이큐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안희연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똑똑한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주영 역을 맡은 배우 안희연이 인터뷰에 임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덜컥 임산부가 되어버린 18세 세진(이유미)이 낙태를 결심하고, 거리를 떠돌다 동갑내기 주영(안희연, EXID 하니)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안희연이지만, 촬영 순서대로 하면 그의 첫 작품은 '어른들은 몰라요' 였다. 특히, 그가 맡은 주영은 4년 동안 거리를 떠돌며 폭력, 욕설, 흡연 등에 노출된 인물로 하니의 바른 이미지에서 떠올리기 어려운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왜, 28살의 안희연은 주영을 선택했을까.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주영 역을 맡은 배우 안희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주영 역을 맡은 배우 안희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뭘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 28살."

    "계약이 끝나고, 보통은 두 가지 중에 하나의 선택지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선택지 안에서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연기 활동을 한 적이 없는데 '배우가 되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었겠어요. '28살, 좋아, 뭘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계속 물었어요. '뭘 하고 싶어?'라고요. 그런데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더라고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제가 저 자신을 찾지 않아서 토라져 있었던 것 같아요. 계약이 끝나자마자 편도로 여행을 갔어요.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데,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행지에서 인스타그램 DM을 보는데 이환 감독님께서 보낸 DM이 있었어요."

    "만약 제가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은 상태였으면 이 작품을 선택하기가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더 많은 걸 따졌겠죠. 여행에서 돌아와 '박화영'을 보는데 두근거리더라고요. 이 두근거림이면 충분하지 않나. 작품을 선택하기에 충분한 두근거림이 아니냐는 생각에 감독님과 미팅을 했고, 감독님께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일이면 좋겠어요. 이 영화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나요?'라고 질문을 했어요. 감독님께서 '나도 이 영화가 세상을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 꿈이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답하셨어요. 바로 악수를 했어요. 그 당시 용감했던 저에게 너무 충분했어요."

    안희연이 용기를 내게 된 것은 편도로 끊고 간 여행 때문만은 아니었다. 안희연은 "저와 친해진 게 5할, 원래 성격이 3할, 엄마가 2할"이라고 말한다. 안희연에게 엄마는 "운칠기삼(어떤 큰 일을 할 때 운이 70%이고, 실력이 30%라는 뜻) 아니야, 운구기일이야. 그러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며 그의 등을 팍팍 떠밀어주는 사람이다.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한 분야에서 7년, 나름 베테랑이었는데…여기선 생초보"

    '어른들은 몰라요'에 합류를 하게 됐지만, 안희연에게 영화는 처음이었다. 처음인 현장에서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다행히 '어른들은 몰라요' 촬영을 앞두고 1~2개월 동안 워크숍을 가졌다. 감독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환 감독은 그랬다. 전작인 '박화영' 때도 워크숍을 가졌었다. 그리고 이것은 '어른들은 몰라요'가 있는 그대로 안희연에게 "정말 소중한 영화"가 되게 했다.

    "함께한 사람들이 너무 소중했어요. 감독님이랑 (이)유미라는 친구. 감동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한 분야에서 EXID로 7년 동안 했고, 나름 베테랑이었는데, 여기오니 완전 생초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이랑 유미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줬어요. 감사한 일 투성이었어요."

    "누군가 제 연기를 칭찬해주면 사실 민망해요. 저건 제가 한 게 아니고, (이)유미랑 감독님이 다 만든 거거든요. 제가 한 건, 매일 깨질 걸 알면서도 부딪혔던 것 같아요. 워크숍을 '돈치킨' 건물의 식품개발실을 빌려서 했어요. 직원 분들이 퇴근하시면, 저희가 의자를 밀고 워크숍을 했어요. 사방에 '돈치킨'이라고 써진 곳이었어요. '희연아 감정이 올라오면, 뛰어나가서 살려달라고 해보자'라고 하시는데, 돈치킨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감정이 올라오는 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처음엔 정말 당황했어요. 제가 그나마 한 건 감독님께서 시키는 건 다 해봤어요. 감독님이 원하시는게 뭔지 모르겠지만, '이건가?'라는 생각으로 했죠. 이게 뭐지. 매일 깨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해주니까, 안 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감사하죠. 만약에 스크린에서 제 모습을 처음 봤다면, 정말 놀랐을거예요. 처음 보는 모습이 많잖아요. 그런데 워크숍을 하면서 매번 찍어서 보고 했거든요. 제 콧물이 여기 아래까지 내려와있는 모습도 그때 처음 본 것 같아요.(웃음)"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무너지지 않으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치면서 살았는데, 안희연이라는 사람이."

    처음 '어른들은 몰라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세진이와 주영이의 관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마다 감독님과 대화를 했다. 주영이는 전사가 있었다. 학교에 다니다가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오해가 생겼고, 칼부림까지 이어졌다. 주영이는 어느새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었다. 그 속에서 가족으로도, 학교로도, 그 어떤 어른들에게도 보호를 받지 못했다. 같은 처지의 세진이가 보였다. 워크숍에서는 주영의 전사까지도 연기했었다.

    주영이 세진을 돌로 내려쳐야 하는 장면은 가장 어려웠다. 납득하기도 어려웠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없던 장면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오랜 상의 후에 추가한 장면이었다.

    "돌로 내려치려고 하면, 도저히 못 하겠는거예요. 처음에는 저를 치기도 해봤고,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 워크숍이 길어졌어요. 막 치고 미친 사람처럼 웃어버리기도 했어요. 무너지기가 싫은 거예요. 무너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왔으니까, 안희연이라는 사람이. 그때 친구가 '너 사람 한 번도 안 쳐봤잖아. 직접적으로 느끼는 감촉이 사람을 무너뜨릴 수도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돼지고기를 사왔어요. 손에서 느껴지는 질퍽한 감촉이 무너뜨리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들리고요."

    "이상한 경험이었어요. 과연 내가 그 어떤 것에도 무너지지 않을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저를 많이 돌아보게 되고, 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무너지면 죽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안 죽더라고요.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느낌? '그럴 거다'라는 제 관념 속에서 자유로워진 거죠. 저는 저에게 가혹한 사람이었어요. 나도 무너질 수 있구나, 무너져도 나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주영 역을 맡은 배우 안희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주영 역을 맡은 배우 안희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6년이 걸리는 심리학 자격증, 지금부터 하면 좋지 않을까?"

    고등학교 1학년, 안희연은 17살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데뷔 후에는 EXID 활동에 전념했다. 만약 더 빨리 배우 활동을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안희연은 조금 다른 생각이다.

    "이환 감독님을 통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요? 연기가 저에게 이렇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딱 적당한 때를 만난다는 것도 행운 인 것 같아요. 제가 용기를 낼 수 있을 때, 마법처럼 DM을 보내셨고, 제가 그걸 보고 용기를 냈고, (이)유미라는 친구를 만났고, 연기가 이런 과정을 통해 다가왔기 때문에 연기를 좋다고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배우거든요. 타인에 대해, 세상에 대해, 특히 나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워요. 그 배움이 너무 짜릿하고 좋아요."

    안희연은 EXID 소속사와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 멤버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했었다. "뭘 할지, 어느 회사에 가게 될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어. 근데 하나만 정했어. 좀 이로운 걸 하고 싶어."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지금은 배우 안희연으로 살아가면서 심리학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제가 너무 빠른 시간동안 빨리 성장했잖아요. 그 사이 놓치고 간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구멍이 크게 됐다는 생각? 공부를 하긴 했어요. 머리를 쓰면, 감정적인 생각들이 좀 차단이 되니까요. 예전에는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강했다면, 요즘에는 '달리는 사이'도 하고, 후배들도 만나면서, '내가 할 수 있는게 아주 없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자격증은 2년이 걸리고,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요건인 학사를 따기까지 4년이 걸린대요. 총 6년. 지금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주영 역을 맡은 배우 안희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주영 역을 맡은 배우 안희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이제 아주 조금 어른이 됐다."

    안희연의 나이는 서른이 됐다. "이제 좀 어른이 되어야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최근에 조금 어른이 됐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다.

    "나보다 나의 밖이 중요해지기 시작했어요. 심리학 공부를 하는 것도 그렇고요. 옛날에는 내 안이 너무 복잡해서 내가 궁금하고, 내가 중요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보다 바깥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어른이 됐다, 됐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안희연은 '배우'를 조금 알게됐고, '어른'이 조금 되어간다. 하지만 어떤 길이든 용기있게 선택하고, 그 길을 향해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그의 선택을 응원과 기대로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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