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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토록 뜨거운 필름 누아르…'낙원의 밤'

기사입력 2021.04.08.09:09
  •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내가 너보다 나오긴 늦게 나왔어도, 죽는 건 훨씬 먼저 죽을 거거든."

    불치병으로 죽음에 가까이 있는 재연(전여빈)이 말한다. 왜 반말을 쓰냐는 태구(엄태구)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태구의 상황도 복잡하다. 조직의 타깃이 돼 제주도에서 잠깐 머물게 됐다.

    태구는 양 사장(박호산)이 이끄는 범죄 조직의 에이스였다. 북성파에서도 그를 탐내지만, 이를 거절했다. 이후, 자신이 그렇게도 사랑하는 누나(장영남)와 조카 지은(안세빈)를 잃었다. 그래서 북성파 도회장(손병호)에게 복수했다. 양사장은 그에게 제주도에 가있으라고 한다. 그 말을 믿고 제주도로 갔다. 하지만, 그가 없는 사이 양사장은 북성파 마이사(차승원)에게 그를 넘겼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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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태구는 제주도에서 쿠토(이기영)의 집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재연(전여빈)을 만난다. 수술을 해도 10%의 생존율을 가진 여자, 수술하지 않으면 한 달여밖에 살 수 없는 여자다. 그래서 "죽여라, 오늘 죽나, 내일 죽나, 뭐"라며 뒤를 보지 않는다. 삼촌은 재연을 데리고 미국에 가서 20%의 생존율을 믿고, 수술을 시키려 한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다. 삼촌은 죽임을 당하고, 제주도에 양사장과 마이사가 도착한다. 태구의 목이 졸려온다.

    오랜만에 등장한 필름 누아르에 충실한 영화다. 영화 속에서는 범죄와 파멸이 반복된다. 영화 '신세계'(2012)를 통해 필름 누아르에 믿음을 준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라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박훈정 감독은 '낙원의 밤'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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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엄태구와 전여빈이 맡은 태구와 재연의 만남은 '삶과 죽음'의 묘한 경계에 있다. 태구는 자신이 사랑한 사람을 잃은 복수를 했다. 더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지만, 살아남으려 간 곳이 제주도다. 재연 역시 사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다. 그리고 죽음을 눈앞에 덤덤하게 두고 있다. 남자 앞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는 것도, 사람들에게 일단 반말로 말하는 것도, 술을 먹고 경찰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도, 죽음보다 두렵지 않다.

    두 사람이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담은 장면도 '삶과 죽음'의 감정을 싣게 한다. 태구(엄태구)를 담은 앵글에선 황량한 땅이 펼쳐져 있고, 재연(전여빈)을 담은 앵글에선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발로 설 수 있는 곳과 발로 설 수 없는 곳의 경계를 두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과 감정의 흐름 등은 '낙원의 밤'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처럼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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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빈틈없는 미장센을 빈틈없는 연기로 촘촘하게 채웠다. '신세계'에서 황정민이 "어이 브라더"를 외쳤다면, '낙원의 밤'에서 차승원은 "계산"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엄태구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이목구비는 필름 누아르와 하나로 어우러져 집중하게 하는 요소다. 또한, 전여빈은 필름 누아르에서 볼 수 없었던 재연이라는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배우 박호산, 손병호, 이기영 역시 '낙원의 밤'을 몰입해서 보게 만든다.

    범죄 조직에는 복수와 배신이 칼춤을 추듯하고, 관객은 폭력과 비극을 마주하며 불안부터 카타르시스까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박훈정 감독은 "제주도를 공간배경으로만 설정한게 아니라, 이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섬에서 세상의 끝에 내몰려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한다.

    '낙원의 밤'은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작품성을 뒤로하더라도, 오랜만에 등장한 빈틈없는 누와르 영화다. 이는 오는 4월 9일 오후 4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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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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