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자연채광이 비추는 공간에 들어서자 식물을 모티브로 한 그린 컬러의 작품이 반긴다. 마치 잘 꾸며진 정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공간은 비주얼 아티스트 김건주 작가의 작업실이다.

김건주 작가는 자연과 동물에서 영감을 얻어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감정들을 그림에 담아내며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함께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그는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삶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자연에 대해 그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브랜드들과 다양한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최근 그는 지난해 클린 스킨케어 브랜드 파머시와 진행한 에코백에 이어 콜라보레이션 키트 출시를 앞두고 있다.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는 김건주 작가의 일상과 영감에 대해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무래도 남자이다 보니 화장품에 많은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파머시는 처음 봤을 때부터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건강하고 좋은 피부, 자연을 이야기하고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저의 생각과 잘 맞아 함께 작업했을 때 시너지가 많이 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는 쓰는 것만 쓰는 사람인데, 콜라보레이션 계기도 계기지만, 피부 건강을 내세우는 제품이니 남자들이 쓰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아 써 보았습니다.

제가 쓴 제품은 ‘데일리그린즈’였는데 제가 민감 피부라 쉽게 제품을 바꾸기 어려운데 트러블도 없고 좋아 계속 써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끈적이지 않는데 수분감이 있어서 남자분들도 쓰기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허니버터립밤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발라주고 있습니다. 컬러도 없고 끈적이지 않아 부담이 없습니다.

파머시의 메인 제품이자 큰 가치인 ‘그린클린’을 타이틀로 하였는데, 그린클린이 단순히 제품을 떠나서 ‘그린’이 상징하는 것이 지구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지구를 맑게 하자, 하트 모양에 별을 새겨 지구를 사랑하자는 마음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았고, 더 나아가서는 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요즘 같은 때에는 환경도 생각하지만 내가 일상을 잘 보내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작년에 하루를 잘 보내지 않으면 좋은 작업이 나오지 않는 것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외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회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집에서만큼은 스스로 나를 위하고, 돌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머시랑 작업하면서 모빌이나 초, 마스크나 유리컵이 일상 안에서의 행복과 나를 위한 제품이라고 생각했고, 집이나 회사에서 그런 메시지가 담긴 초와 컵, 모빌을 보면서 본인을 챙기고 행복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만 답변이 어렵기도 해요.

저에게 그런 주제들은 일부러 그려야지… 라거나 무언가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것들이에요. 길을 걷다가 느낀 좋은 감정들과 감동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보이지 않는 미묘한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워낙 공포의 감정이나 무서움(저는 공포 영화도 좋아하지 않습니다)을 스스로도 담아두기 힘든 사람이라 자연과 동물은 나도 좋고, 사람들도 좋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닮아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파머시 키트도 파머시스트들이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일까 생각하고, 싱그럽고 기분 좋은 감정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재활용으로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어느 순간 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런 걸 적극적으로 하면 되레 타인들의 기준이 엄격해 어렵더라고요. 재활용이 아닌 요소는 하나도 사용하면 안 될 것 같고.

그래서 그린 디자인 수업을 듣고, 공부도 하고 있는데 개인 작가인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라 딜레마에 빠지기도 해요. 그렇다 보니 대단한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실천할 수 있고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나무나 꽃, 동물이나 숲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그들이 주는 감동을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도록, 본질적인 자연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할 수 있도록 제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일 작업실에 빠르면 9시 늦으면 11시쯤 나와 밤까지 작업합니다. 끊임없이 집중하기 보다는 중간중간 환기를 시켜주는데 전시를 보기도 서점을 가기도 따릉이를 타고 서촌 주변을 돌거나 매일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은 주변을 걷는 일입니다.

궁극적인 큰 꿈은 할아버지가 되어도 작업을 계속 꾸준히 하는 것.

단기적으로는 좀 더 멋있는 좋은 작업을 하고 싶어요. 물론 지금도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그리고 좋은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점점 더 밀도 있고, 예전의 작업에 더해 좀 더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