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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자산어보'의 주역들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준익 감독과 배우 설경구, 변요한이 벗이 됐다. 각기 다른 연령층을 가진 세 남자는 '자산어보'를 통해 '벗'이 됐다. '자산어보'에서 서로의 스승이 된 정약전(설경구)과 청년 창대(변요한) 처럼 말이다.
18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자산어보'의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이 참석했다. '자산어보'는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설경구)이 창대(변요한)을 만나 바다 생물에 대한 책을 쓰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의 이야기는 실제 역사를, 창대의 이야기에는 허구의 이야기를 옮겼다. 이준익 감독은 "약전과 약용의 이야기는 기록이 있어서 어느 정도 표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창대는 이름만 남아있는 인물이었다. '자산어보' 내용 안에 창대가 언급한 부분만 남아있어 허구로 만들어냈다. 그래서 처음에 '자산어보' 서문을 토대로 제작됐다는 것을 밝혔다"고 작품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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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정약전 역을 맡았다. 그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부담이 없지 않은 일"이라며 처음으로 사극에 임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섬에 들어가서 감독님, 스태프와 잘 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감독님을 믿고 연기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변요한은 창대 역을 맡았다. 정약전에게 글을 배우고, 바다 생물에 대한 지식을 이야기하며 함께 '자산어보'를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그는 상영 직후 "서툴고 부족하지만 진실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제가 연기하고, 제가 눈물을 흘려버렸다. 죄송하다"며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자산어보'를 촬영하며 세 사람은 함께 도초도에 머물렀다. 흑산도 근방의 큰 섬 중 실제 유배지와 가장 유사한 조건을 가진 섬이었다. 설경구는 "서로에게 스승이었다"고 변요한과의 호흡을 회상했다. 이어 "둘이 섬안에서도 똘똘 뭉쳐있었다. 촬영이 있을 때도, 없을 때 휴차 때도, 이정은씨가 해주는 밥을 얻어먹으며 잘 놀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변요한의 소감은 달랐다. 그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선배입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빈말을 잘 못하는데 여러가지로 많이 배우고 느낀 순같같다. 뭔가를 직접 가르쳐 주시려고 하지 않아도, 인생을 덜 산 후배로서 배우고 느낀 점이 있다. 이를 설명하면 밤을 지새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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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은 가거댁 역을 맡았다. 그는 "유배 온 정약전의 든든한 마음 지킴이"라고 가거댁을 설명했다. 이어 "촬영하면서 (이준익) 감독님께서 도표를 보여주셨다. 창대와 정약전 사이에 제가 들어가서 그들의 관계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 두 사람 사이에서 그 관계를 바라보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연기의 주안점을 전했다.
설경구와의 로맨스 호흡도 있었다. 이정은은 "설경구가 군대 제대 후, 학교를 같이다녔다. 그때는 이런 관계로 발전할 줄 몰랐다"고 웃음지었다. 이어 "너무 친하다보니, '연인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친하다보니 무엇이든 해보게 되더라. 감독님께서 이야기해주셨고, 스스럼없이 해본 것 가같아서 잘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자산어보'에는 정약전과 창대의 이야기와 함께 정약용(류승룡)과의 형제로서의 우애도 담겨있다. 그 우애가 표현되는 것은 한시다. '동주'에서 강하늘의 목소리로 윤동주의 시를 스크린에 옮겨냈던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에서 한시를 설경구와 류승룡의 목소리로 옮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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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은 "'동주'는 현대시였고, '자산어보'에는 한시가 담겨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조선시대의 시는 단순히 문학적 가치에 머무르는게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을 나타내는 도구로 사용됐다. '자산어보'에 나온 시들은 정약용 선생의 시다. 심지어 창대의 시배틀도 정약용의 시를 그대로 차용한 거다. 정약용 선생은 '시대를 아파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동주'의 시도, 정약용의 시도 시대를 아파한 정신이 담겨있다. 두 시가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흑백으로 자연이 담겼다. 이준익 감독은 "하늘이 있고, 바다가 있고, 섬이 있다. 흑백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칼라보다 더 많은 색이 가득찬, 흑산이 아닌 자산의 색이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몇 년이 지난 후 자리를 찾아가는 영화가 있고, 이를 찾지 못하고 흩어져버리는 영화가 있다. '자산어보'는 개봉 후 10년 뒤쯤에 자기 자리를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고 찍었다"며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자산어보'는 오는 3월 31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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