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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쌀쌀한 이른 봄,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사랑 이야기가 찾아온다. 기적 같은 실화로 많은 이를 놀라게 한 영화 ‘117편의 러브레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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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생존자 수용소로 이송된 헝가리 청년 '미클로시'는 폐 질환으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고 또 다른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117명의 여성에게 편지를 보낸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다.
미클로시가 받은 답장은 총 17통. 그중 열아홉 살 소녀 ‘릴리’의 편지는 그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미클로시와 릴리는 몇 번의 편지를 주고받고, 어느새 둘의 편지는 러브레터가 되어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며 만날 날을 고대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수용소에서 제한된 생활을 하는 그들의 만남은 쉽지 않다.
미클로시는 장거리 여행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릴리를 만나기 위한 여행을 감행한다. 그런 가운데, 릴리의 절친 유디트가 릴리를 위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만남을 방해하는데.... 과연 미클로시와 릴리는 만나 사랑의 결실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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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17편의 러브레터’는 이스라엘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는 나이 든 릴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오래된 편지 묶음을 건넨 릴리는 편지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한다. 1945년 시작한 그녀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는 릴리의 회상을 통해 펼쳐지는 1945년의 모습을 흑백 화면으로 담아낸다. 흑백 화면 속 그들의 모습은 먼 기억의 한 자락처럼 관객을 자연스레 사로잡으며, 몰입감을 한층 높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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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후이긴 하지만, 화면에 담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모습은 여전히 처참하다. 그들은 생존자를 돌봐주기 위한 수용소에서도 여전히 자유를 억압당해야 했고, 혹시라도 인종과 종교로 인한 낙인이 다시 찍힐까 두려워 자신의 출신과 종교를 숨기는 등 자신을 부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해방 후에도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모습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참혹한 역사였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미클로시와 릴리의 사랑은 이런 악조건 속에 피어난 것이기에 보는 이에게 더욱 진한 감동을 안긴다. 또한, 절대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삶의 의지를 꺾지 않은 미클로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만약 미클로시가 자신의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였다면, ‘사랑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은 없다’고 장담한 의사의 말을 보란 듯이 뛰어넘는 기적 역시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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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템포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미클로시와 릴리의 사랑을 응원하게 하는 영화 ‘117편의 러브레터’. 세상에 다시 없을 러브 스토리를 통해 진한 감동을 전하는 영화는 3월 18일 개봉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