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서글한 미소가 인상 깊었다. 짙은 눈썹에 길게 올라간 입꼬리까지, 순한 듯하면서 단단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배우 손우현 얘기다. 지난달, 웹드라마 '나의 별에게'를 마친 손우현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민트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손우현은 2016년 영화 '나비효과'를 시작으로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라이브', '녹두꽃', 영화 '포크레인',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연기 경험을 쌓았다. 그가 대중의 눈에 띈 건 2020년 영화 '공수도'부터다. 작품에서 소신 있는 캐릭터로 주연을 꿰찬 손우현은 그 해부터 본격적인 열일 행보를 펼친다. 드라마 '터치'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역으로, 그리고 '구미호뎐'에서는 요괴 불가살이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그가 글로벌 팬까지 거느리게 됐다. 웹드라마 '나의 별에게'를 통해서다. 작품은 정상 궤도를 이탈해버린 배우 '강서준'과 궤도를 벗어나고 싶지 않은 셰프 '한지우'의 이야기다. 우연히 동거를 시작한 두 남자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로맨틱하게 담아냈다. 손우현은 댕댕미 넘치는 톱스타 '강서준' 역을 맡았다.
극 중 '강서준'과 '한지우'(김강민)는 접점 없는 삶을 살던 인물이다. 서준이 구설에 휘말리자, 소속사 대표가 아는 동생인 한지우의 집에 서준을 숨기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이방인의 등장이 불편한 한지우, 그런 지우가 싫지 않은 강서준이다.
작품은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를 연출한 황다슬 감독의 차기작으로, 공개 전부터 BL 장르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공개와 동시에 서버가 다운되더니 네이버 시리즈온에서도 실시간 차트 상위권 안착, 일본 라쿠텐TV 전체 1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확인했다.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어요"라고 말한 손우현의 얼굴에선 화색이 돌았다. 그는 "당연히 제가 주연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잘 되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었지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제가 이 작품에 애정이 강했는데, 대중분들이 그 노력을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더 감사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손우현은 황다슬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다. 작품을 만나게 된 계기가 독특했다. 황 감독이 '구미호뎐' 속 요괴 모습을 보고 그 속에서 '강서준'을 봤다고 했단다.
"일단은 대본이 재밌었어요. 이후 미팅에서 감독님께 어떻게 저를 캐스팅하게 되셨는지 여쭤봤는데 '구미호뎐'을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진짜인가' 싶었어요. 워낙 액션신밖에 없는 역할이었거든요. 감독님이 제가 대사 치는 걸 보고 '특유의 쪼같은 게 없다'고 하셨어요. 아마 냉장고에 갇히는 신을 보고 강서준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나의 별에게'는 두 캐릭터의 멜로와 성장 서사를 담아냈다. 여기에 두 남자의 스며드는 로맨스가 몰입도에 한몫했다. 사랑 이야기로만 본다면 여타 드라마와 다를 게 없었다. 다른 점은 두 주인공이 남성이라는 거다. 손우현의 필모에서 볼 수 없었던 장르인 만큼, 부담감은 없었는지 물었다.
"기획안을 받았을 때 조금은 생소했죠. 사실 편견은 없었어요. 누군가는 안 좋게 볼 수도 있고, 안 하고 싶을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건 없었고, 그냥 배우로서 작품을 대하듯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작품 고를 때마다 '대본이 얼마나 재밌는가'를 보는데,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서사가 가볍지 않았어요. 제가 배우로서 욕심이 있다면 여러 캐릭터를 잘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죠. 그냥 로코 작품하듯이 생각했어요. 톱스타 역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웃음)"
손우현은 '한지우' 역의 김강민과 '구미호뎐'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전작에선 직접 맞붙는 신이 없었지만, 연이어 만나게 돼 인연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미호뎐' 첫 리딩할 때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갔어요. 보통 신인들끼리 앉다 보니까 우연히 제 옆에 강민이가 앉았어요. 나이도 물어보고 얘기도 이것저것 했는데 아주 조용한 친구였죠. 촬영 때보니 예의도 바르더라고요. 강민이는 오디션 보고 '나의 별에게'에 합류했다고 들었어요. 이 작품을 같이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구미호뎐'에서도 잘하던 친구라서 기대가 됐죠. 실제로 호흡도 좋았어요"
두 사람의 시너지는 작품 밖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한 인터뷰에서 김강민이 손우현을 향해 '겉촉속촉'이라 설명하며 찐친 케미를 발산했다.
"(웃음) 바삭한 부분도 있죠. 그런 면을 잘 드러내려고 하진 않아요. 물론 저도 저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어요. 일적인 거에 있어서는 디테일해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해소되지 않을 때 예민해지기도 하죠. 그래도 보통은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밝고, 재밌고, 건강하게 지내려고 노력해요"
손우현은 '나의 별에게'에 OST를 직접 작사, 작곡하고 가창까지 했다.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다.
"제가 군악대 출신인데 동기, 후임들한테 기타치는 법, 음악을 배웠어요. 쉬는 날에도 기타를 치기도 하고 노래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어느 날 감독님과 OST 얘기를 하다가 '제가 만들어볼게요' 했는데, 저는 그냥 한 말이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은 진심이셨더라고요"
"딱 하루 촬영 쉬는 날이 있었는데 집에서 기타를 들고 작곡을 했어요. 당시엔 캐릭터에 빠져있어서 마음이 지우에게 가 있으니까 가사도 잘 써지더라고요. 어두운 마음에 서로가 하나의 빛이 된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코드 라인에 30분도 안 돼서 후루룩 썼어요. 샘플링을 해서 감독님께 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시면서 스태프들에게도 공유하시더라고요"
손우현은 참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군 행사 MC 경험도 있고, 기타도 치고 작사, 작곡도 한다. 마냥 감성적일 줄로만 알았는데 남성미도 갖췄다. 태권도, 경호무술, 합기도에 특공무술까지 배웠고, '녹두꽃'에 출연하면서 승마까지 섭렵했다. 다양한 매력이 있어서인지 분야를 막론하고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손우현은 핫한 스타들이 한다는 커피 광고에 욕심을 냈다.
"제가 가을 웜톤이라고 하더라고요. 약간 커피랑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해서 커피 광고를 하고 싶어요. 카페도 좋고요. 주류 쪽에서는 매화수 같은 브랜드 모델도 해보고 싶어요. 여자분들이 좋아하시는 술이잖아요(웃음)"
최근 다작 행보를 보여준 손우현은 곧바로 차기작 촬영에 돌입했다. 무려 시청률이 보장된 주말드라마다. 손우현은 오는 13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오케이 광자매'에서 전혜빈과 연인 호흡을 맞춘다.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는 5살 연상 연인에게 애교를 부리는 손우현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주말드라마가 '신예 등용문'으로도 꼽히는바, 손우현이 차기작에선 어떤 성장세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