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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에 대한 기록, 영화 ‘기억의 전쟁’

기사입력 2021.02.24 17:36
  • 일제강점기와 6.25의 아픔을 겪은 한국은 피해자로서 전쟁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한국이 가해자로 기억된 전쟁도 있다.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한국 정부가 32만여 명에 달하는 전투 부대를 파병한 베트남 전쟁이다. 영화 ‘기억의 전쟁’은 50년의 세월을 건너 베트남에 흩어진 기억을 모은 다큐멘터리다.

  • 이미지=영화 ‘기억의 전쟁’ 포스터
    ▲ 이미지=영화 ‘기억의 전쟁’ 포스터

    화려한 휴양도시 베트남 다낭에서 20분이면 닿는 마을 곳곳에는 매년 음력 2월이면 향이 피워진다. 살아남은 이들은 1968년 한국군에 의해 한날한시에 죽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위령비를 세우고, 50여 년간 제사를 지내고 있다. 그날의 사건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탄 아주머니와 그날의 현장을 똑똑히 목격한 껌 아저씨, 그날 이후 전쟁의 흔적으로 두 눈을 잃은 럽 아저씨는 지금껏 숨겨온 기억을 털어놓는다.

  • 이미지=영화 ‘기억의 전쟁’ 스틸컷
    ▲ 이미지=영화 ‘기억의 전쟁’ 스틸컷

    영화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학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사건은 1950년 미군이 노근리 철교 밑에서 양민 약 300명을 사살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과 닮아있다. 우리의 우방이었던 미군은 피난민 사이에 북한군이 잠입해있다고 생각하고 폭격과 기관총 발사로 민간인들을 살해했다. 400여 명의 희생자가 대부분 무고한 양민들이었다. 현재 살아남은 사람은 겨우 20여 명이다.

    50여 년 전 그날, 베트남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한국군은 베트콩이 숨어있다고 생각해 마을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 하지만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여자와 아이들을 포함한 양민이었고, 살아남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 이미지=영화 ‘기억의 전쟁’ 스틸컷
    ▲ 이미지=영화 ‘기억의 전쟁’ 스틸컷

    할아버지가 베트남 참전 용사라는 감독은 50여년 전 그날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모든 참전 군인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뜻은 아니라고 말한다. 베트남 양민 학살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일부 군인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일어난 비극이었고, 그 잘못의 근원은 개인보다는 정부에게 물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수 없이 피해를 본 우리이기에, 우리가 저질렀던 잘못 역시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인다.

  • 이미지=영화 ‘기억의 전쟁’ 스틸컷
    ▲ 이미지=영화 ‘기억의 전쟁’ 스틸컷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려주는 영화는 한국인에게 불편함을 안기지만, 이 역시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이기에 이 사건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전체적인 구성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가해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 ‘기억의 전쟁’은 2월 25일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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