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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승리호'속 장선장(김태리),태호(송중기),타이거박(진선규),업동이(유해진)의 모습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모든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우리의 웃음과 눈물이 담겨있는 지구가 2092년에는 죽어있다. 겨우 숨만 붙어있는, 무거운 마스크를 끼고서만 살 수 있는 황폐해진 지구, 그리고 오염된 지구를 피해 우주 개발 기업 UTS(Utopia above the sky)가 만든, 지구인의 상위 5%만이 정착한 위성 궤도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대조적으로 등장한다.
영화 '승리호'의 배경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주선 '승리호'는 우주에 떠다니는 쓰레기들을 수거한다. 쓰레기들을 수거해 가져다주면, 돈이 된다. 우주 쓰레기는 총알보다 열배나 빠르다. 지구 출신의 우주 노동자들은 돈을 위해 쓰레기를 쫓는다. 무한경쟁의 세계에서 '승리호'는 견제의 대상이다. 장선장(김태리), 김태호(송중기), 타이거박(진선규), 그리고 업동이(목소리 유해진)가 한국인의 주특기를 발휘해 누구보다 빠르게 쓰레기를 낚아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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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승리호'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다른 날과 비슷하게 우주 쓰레기 수거에 성공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아이를 만나게 된다. 오는 길에 망가뜨린 안테나 때문에 벌금이 쓰레기 값보다 더 나온 날, 아이의 부모까지 찾아줘야하다니 골치가 아프다. 그런데 아이를 자세히 보니 뉴스에 나온 '도로시'와 닮아있다. 인간형 안드로이드 도로시는 소형 수소폭탄이 내장돼 있는 대량살상무기다. 이런 위험한 무기를 '승리호'에 태우게 된 것. 당황도 잠시, 돈이 고픈 넷은 새로운 가능성에 눈뜬다. 도로시를 찾는 곳에 데려다주고, 사례금을 얻는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영화 '승리호'는 한국영화 최초로 시도되는 우주 블록버스터 영화다. 그래서일까. '새로운' 볼거리로 가득하다. 커다란 영화관에서 개봉했다면, 더 크게 듣고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다. 총알보다 10배 빠른 쓰레기를 수거하는 과정과 추격씬도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한국영화 최초"라는 말 속에 뭔가 대단한 것을 해내야할 것 같지만, '승리호'는 이를 내려놓으면서 시작한다. 지구와 우주는 대조되는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위성 궤도라는 높은 곳에 있는 부와 땅에 붙어있는 가난이 대조적이고, 돈을 위해 쓰레기를 보물처럼 찾아 헤매이는 지구 출신 노동자들의 모습도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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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승리호'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아이러니함 속에 '승리호'를 보는 재미가 있다. 일단 주요 캐릭터 넷은 전혀 히어로 같지 않은데 히어로의 면모를 띄고 있다. 장선장은 카리스마 있는 여성 캐릭터인데 작고, 막내인 김태리가 맡았다. 영화 '늑대소년'을 통해 순수함을 이야기해던 송중기는 어딘가 삐툴어진, 발로 조종하는 조종사 태호가 됐다. 우락부락한 배우가 연상되는 타이거박은 진선규가 맡았다. 나름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로봇은 구수한 유해진의 목소리로 말을 한다. 히어로같지 않은 히어로를 완성해낸 네 사람이다.
영화는 유쾌하고 속도감있게 흐르면서도 그 속에서 부와 가난을 대조적인 시선으로 담아낸다. '세상에 중요한 단 한 사람'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꼭대기를 대표하는 UTS의 수장 설리번(리차드 아미티지)은 '인간은 결국 자신만의 이익을 위하는 자'라는 철학 하에 필요한 사람들만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맞서는 밑바닥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있다. '세상에 중요한 단 한사람'은 없다. 그물처럼 연결돼있는 사람은 결국 누군가에게 중요한 존재이기 마련이다.
전 세계인이 모여있는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의 존재감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들의 케미는 '승리호'를 끝까지 끌고가는 즐거움이다. 굳이 비슷한 영화를 찾자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느낌일까. 이들은 함께 있으면 티격태격하고, 뭉쳐야할 땐 한 몸처럼 움직인다. 돈을 위해 넘기려 했던 도로시는 어느 새 지켜주기 위한 존재로 변한다. 서로를 위하는 말들은 오글거려 차마 못하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심인 것은 서서히 하지만 진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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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승리호'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아쉬운 점도 있다. 새로운 배경이다보니 설명이 필요하다. 주요 사건이 전개되기 시작하는 시점까지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영화의 전개에 있어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아이가 등장하고 '승리호' 멤버들과 정을 쌓아가는 과정 역시 익숙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알면서도 느끼게 되는 감동 역시 숨길 수 없다. 한국영화라는 틀 안에서 '우주'라는 소재가 새로운 면이라면, 그 틀안에서 벗어나 글로벌한 시선으로 '승리호'를 볼 때, 영화 초반 등장하는 63빌딩과 이순신장군 동상처럼 익숙한 한국영화의 요소들이 새로움으로 다가가게 될지는 의문이다.
'승리호'는 제작비가 약 240억원 소요된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감을 높였다.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넷플릭스 단독 공개로 방향을 급전환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승리호'는 오늘(5일) 오후 5시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개국의 관객과 만남을 갖는다.
◆ 한줄평 : 히어로같지 않은 히어로, 절망에서 발견하는 희망…아이러니함 속 멈춤없는 통쾌한 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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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승리호' 포스터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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