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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기자 마틴 시뷔에와 요한 페르손은 수개월에 걸친 탐사 취재 끝에, 에티오피아 오가덴에서 발생한 학살 사건에 검은 내막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스웨덴계 글로벌 석유 기업 루딘과 오가덴에 매장된 막대한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정부와 결탁해 주민의 희생을 묵인, 방조한 것이다.
마틴과 요한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2011년 6월 소말리아 반군과 오가덴 지역으로 잠입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에티오피아 국경수비대에 체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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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과 독재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서였을까? 이들은 불법 입국 외에도 테러범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그리고 에티오피아 방송은 이들이 테러범이라는 증거 영상을 공개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모의 처형에 어쩔 수 없이 거짓으로 자백한 영상과 소말리아 취재 당시 찍은 영상을 교묘하게 편집한 조작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재판의 증거로 채택되어 두 사람은 11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날조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일이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한 스웨덴 정부는 조용한 외교로 일관한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독재 정권인 에티오피아 정부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최선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사관은 항소를 준비하는 마틴과 요한에게 죄를 인정하면 사면해 주겠다는 에티오피아 측의 거래를 제안하다. 두 사람은 갈등 끝에 테러를 시인한다는 영상을 찍지만, 에티오피아 정부는 약속을 어기고 또다시 이들의 영상을 조작해 선전에 이용한다.
석방은커녕 진짜 테러리스트로 몰려 감옥 친구들에게도 위협받게 된 마틴과 요한. 과연 이들은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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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38일’은 에티오피아에서 테러리스트로 몰린 스웨덴의 두 기자가 자유를 찾기까지 걸린 438일의 실화를 다룬 휴먼 드라마다.
영화는 조작된 자백 영상으로 궁지에 몰리는 두 기자의 이야기로 왜곡된 미디어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언론의 확산성은 진실이 아닌 거짓에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틴과 요한의 사건을 통해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고, 특정 세력과 결탁한 언론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모두를 위한 것이라던 스웨덴 정부의 조용한 외교와 양심을 속여가며 거짓말을 했음에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마틴과 요한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무엇에 침묵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낯선 나라의 감옥에서 11년을 갇혀있어야 할 처지에 놓인 두 기자의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은 이들을 통해 정말 그것이 최선인가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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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방송국 PD의 양심 고백으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며,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던 실화를 담은 영화 ‘438일’. 두 기자의 악몽 같은 경험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는 지금 상영 중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