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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세자매'에서 미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문소리 / 사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저는 글쎄요. 좋은 영화도 많이 보고, 다양한 음악도 많이 듣고, 시도 좀 읽고,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것들이 우리들의 삶에 주는 위로와 위안이 큰데, 그것들 없이 사는 건 너무 삶이 팍팍하지 않나, 지치지 않을까,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배우 문소리가 열정의 원동력에 관해 묻는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 후에 말했다. 영화 '세자매'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배우 문소리는 연기'만' 하지 않았다. 공동 프로듀서라고 하면 와닿지 않을 일들을 함께했다. 투자유치를 위해 투자자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캐스팅을 위해 제안과 설득을 하기도 하고, 스태프 미팅에 참여하고, 다른 배우의 촬영 중에는 '내일은 내 촬영이 있는데, 관리를 하려면 언제 퇴근을 해야할까' 고민을 하기도 했던 시간, 후반 작업 중에는 편집실과 녹음실을 다니며 의견을 나누고, 완성된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수정해야 할 점을 체크하는 일, 그리고 마케팅 회의에 참석해 홍보방안을 의논하는 일, 그런 일들을 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문소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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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세자매' 포스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세자매'는 제목처럼 세자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첫째 희숙(김선영), 둘째 미연(문소리), 셋째 미옥(장윤주)은 각자의 삶을 살아오다가 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미연은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신도시에 자가 아파트가 있고, 잘 나가는 교수 남편에, 두 아이까지 있는 미연는 독실한 신앙을 가지고 성가대 지휘자로도 성심껏 임하고 있다. 문소리는 교회에 다녀본 적도 없고, 자매가 아닌 남동생이 한 명 있고, 겉으로는 미연과 맞닿은 부분이 없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닮은 구석이 있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감추고 싶은 부분이었다.
"저와 다르게 살아온 인물인데도 마음이 돌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딱 저같은 부분들. 조금 허술할 수도 있고, 잘못할 수 도 있고, 실수에 그냥 '아이코! 이렇게 됐네. 미안합니다' 내지는 '모르겠다'하고 눈돌릴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런걸 잘 못하거든요. 미연이도 그렇고. 제 성격 중에서 좋아하는 부분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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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세자매'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이 캐릭터 알겠는데, 알아서 더 짜증이 나기도 하고요. 오히려 잘 모르겠으면 궁금해져서 탐구하는 재미가 있을 수도 있는데요. 어떤 마음인지 잘 알겠으니까 확 정이가지 않는 거죠. 이 캐릭터를 끌어안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아요. 그래도 촬영이 다가오니 어쩌겠어요. 그냥 '네가 나고, 내가 너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제가 기어 들어간거죠.(웃음)"
캐릭터 속에 이중적인 모습을 담아야 했다. 술 취한 미옥(장윤주)의 전화가 내키지 않지만, 싫은 티를 내지는 않는다. 껄끄러운 교회 사람도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그런 성격과 태도는 배우 문소리의 연기에서 보이고 느껴졌다. 하기보다 느끼게 하는 것.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기한 걸까.
"사실 어떤 인물을 표현하고, 연기하는데 '이 인물은 여기에 더 중점을 둬야겠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사람에게는 여러 부분이 있잖아요. 그 다양함이 복합적이고 조화롭게 그냥 유기적으로 구성돼 관객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한 부분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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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세자매'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교회도 열심히 다녔고, 지휘 레슨도 받았고요. 지휘가 왼손과 오른손이 다른 것을 해야 하고, 용어도 정확하게 인지하면서, 자신의 지휘 스타일이 완성되어야 하거든요. 그걸 짧은 시간에 익혀야 했어요. (장)윤주씨의 지인에게 지휘를 배웠어요. 그분의 시간도 그렇고 비용도 그렇고, 오랜시간 레슨을 받을 수 없으니, 레슨받을 때 녹화해서 집에서 연습했어요. 1일 1찬송가였어요. 현장에서도 찬송가를 틀어놨어요. 열심히 연습하고 다가가려는 생각을 많이 했죠."
프로듀서였던 만큼 '세자매'의 촬영감독에 대한 이야기부터, 함께한 주·조연 배우들의 이야기까지 세세하게 전했다. '세자매'의 촬영을 맡은 조영천 촬영 감독은 문소리가 '서울 독립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본 '창진이의 마음'을 촬영해 열혈 스태프상을 받은 감독이다. 해당 작품을 눈여겨본 문소리는 '세자매'에 그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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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세자매'에서 미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문소리 /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섭 역을 맡은 배우 김성민은 극단 '나베'의 단원이다. 배우 김선영이 남편인 이승원 감독과 함께 운영하는 극단이다. 문소리는 김성민의 "되게 착한 얼굴인데 가끔가다 보이는 엄청 반항적인 눈빛"이 좋았다. 미연(문소리)의 남편 동욱 역의 조한철은 전작에서도 만난 바 있는, 말없이도 호흡이 잘 맞는 배우다. 미옥(장윤주)의 남편 상준 역의 현봉식 배우는 "죽어가는 장면도, 막써놓은 대사도 살리는 심폐소생술의 대가"라고 현장에서 불렸다. 효정 역의 임혜영은 실제 성악 전공자라서 성가대에서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따로 후반 작업을 해야했다. "조금 아마추어 같이 불러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다. 성가대원들도 모두 배우들이었다. 촬영 전부터 모여서 연습하고, 녹음실에도 와서 녹음해주고, 고마운 마음이 진하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피트는 영화 제작사 플랜B를 만들었다. 직접 영화를 제작하거나, 프로듀서를 맡는 경우가 있다.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연출했고, 영화 '세자매'에서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무엇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문소리도 그런 꿈을 꾸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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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세자매'에서 미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문소리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저에게는 영화하는 일이라 반가운 일이에요. 재미있게 할 수 있다면 프로듀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작품의 판권을 사서 제작하신 분들의 작품을 보면, '와'하고 감탄을 하죠. 닮고 싶고, 무릎을 꿇었죠."
"독립영화 '메기'나, 시네마틱드라마 SF9 '인간증명' 등 패기 넘치는 젊은 감독님들과의 작업도 굉장히 즐겁고요. 프로듀싱도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그런 영화를 만드는데 같이 참여해서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전반적인 생각이에요. 한때는 '나 다음작품 할 게 없으면 어쩌지, 캐스팅 제안이 줄어들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시간이 생기면 영화에 대한 재미있는 고민을 할 시간이 생기는 거고, 기획을 할 시간이 생기는 거라 여겨요. 시나리오 구상을 해볼 수도 있는 거고요. 훨씬 영화하는 재미가 늘었죠. 그러면서 더 영화가 저랑 끈끈해진 기분도 들고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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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세자매'에서 미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문소리 / 사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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