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연말, ‘죽음’에 관한 독특한 소재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영화 한 편이 찾아온다. 어쩌다 보니 전문 납관사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굿바이’다.
-
갑작스러운 악단 해체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첼로 연주자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고향으로 내려오고, ‘연령 제한 없음, 고수익 보장, 노동 시간 짧음, 정규직, 초보 환영’이라는 매력적인 조건의 여행사 구인 광고를 발견한다.
혹시나 하고 찾아간 면접 자리에서 다이고는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합격 통지를 받는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회사는 그가 생각했던 일반적인 여행사가 아닌 인생의 마지막 여행인 ‘죽음’을 배웅하는 전문 납관 회사였다. 납관이란 장례 의식 중 시신을 염습해 관에 넣는 과정이다.
-
얼떨결에 사장과 함께 첫 납관까지 하게 된 다이고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거리에 휩쓸려 다양한 사람들의 마지막을 배웅하게 된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사연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마지막을 함께 하며,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 사이를 다시 연결해 주는 일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일의 고단함보다 더 무서운 것은 편견이었다. 다이고가 납관을 하러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친구는 절교 선언을 하고, 아내 미카는 일을 그만둘 때까지 연락하지 말라며 친정으로 떠나버린다. 오랫동안 내려온 죽음에 대해 배타적인 생각이 그의 일을 불결하고, 창피한 것으로 여기게 한 것이다.
결국, 일과 가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놓인 다이고.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영화 ‘굿바이’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전혀 우울하거나 무겁지 않다. 오히려 어리숙한 다이고가 사장의 재치 있는 술수에 이끌려 전문 납관사가 되어가는 과정은 코믹하기까지 하다.
또한, ‘죽음은 헤어짐이 아니라 다음 세상을 맞이하는 문’이라는 생각의 변화로,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순간으로 일컬어지기 일쑤인 죽음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사실 죽음은 누구나 겪게 되는 가장 ‘보편적인’ 일이다. 다이고가 ‘일반적인 일을 하라’는 아내의 말에 “죽음만큼 가장 일반적인 일이 어디 있냐”고 반문하는 장면은 죽음에 대한 편견을 다시 한번 되뇌게 한다.
-
영화는 누구나 겪게 되는 ‘보편적인 죽음’을 통해 공감대를 끌어내고, 무심코 흘려보내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안겨준 행복과 삶에 대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도와준다.
제81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한 해외 유수 영화제를 사로잡은 웰메이드 작품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유쾌한 고찰로 따뜻한 위로와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 ‘굿바이’. 일본 고유의 장례 문화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한 영화는 12월 31일 개봉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