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상욱 장르'라는 말이 등장했다. '스위트홈' 속 배우 이진욱에게 전해진 말이다. 이진욱은 '스위트홈'에서 잘생긴 얼굴을 지우려고 했다. 제작보고회에서 "아무도 나인지 몰랐으면"이라는 바람도 전했다. 얼굴을 지우고, 장르가 생겼다.

배우 이진욱은 '스위트홈'에서 편상욱 역을 맡았다. 살인청부업자였던 그는 악으로 악을 벌하는 인물이다. 스스로 범죄를 단죄하는 인물. 그런 그가 욕망으로 인해 사람이 괴물이 되어버리는 세상에서, 사람으로 살아남는다.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남자가 오히려 인간다워지는 모습으로 변모해간다. 그 변화의 폭을 배우 이진욱이 담아낸다.

이진욱은 "저에게도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진욱이라는 배우를 생각했을때 선뜻 떠올리지 못할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떻게 하면 편상욱을 잘 표현할 수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행동이나, 작품에는 나오지는 않지만, 편상욱의 삶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떤 모습이나 행동이 보기에 투박해보이지 않을까도 고민이 많았고요. 괴물같은 인생을 살고, 괴물이 된 남자가, 결국 인간을 선택하는 느낌을 어떻게하면 정해진 시간안에 잘 살릴수있을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많았던 고민은, 이어지는 호평에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우가 새로운 도전으로 좋은 평을 받으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특히 저같이 나이와 경력이 있는 배우가 이런 호평을 받으면 성공한 기분이랄까? 드라마 처음 캐스팅 됐을 때 받는 그런 느낌입니다."

'스위트홈'을 선택하게 된 것은 "솔직하게 이응복 감독님과 작품을 함께 하고 싶은 바람이 가장 컸다"고 했다. 그리고 편상욱을 보여주기 위한 고민에 들어갔다.

"눈이 마주쳤을 때, 불쾌감과 좀 쳐다보기 싫은 느낌을 주기 위해 여러 분장을 했었어요. 출처를 알 수없는 헤어스타일과 화상 자국, 심리상태를 알수없는 표정, 움직임, 그런 것들을 촬영팀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평소에 이 사람의 감정상태, 편상욱 캐릭터가 살아온 이야기, 감정상태를 좀 고민을 많이했던 것 같아요. 하루하루 살아내는데 어떤 감정이었겠구나, 가만히 있을 때 어떤 상태일까,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왔을 때 어떤 반응일까를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흉터 분장을 하는데는 한 시간 반정도가 걸렸다. 분장팀과 손발이 맞은 후에는 한시간 이내로 시간이 단축됐다. 화장은 하는것보다 지우는게 중요하다더니, 분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데 더 힘이들었다. 피부가 많이 고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초반에는 전히 보이지는 않지만 거의 상반신정도가 흉터로 덮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보이는 쇄골 정도까지만 액션하기 편하게 분장했습니다."

편상욱의 걸음걸이도 남다르다. 그 걸음걸이는 감동깊게 읽었던 책 '야성의 부름' 속 주인공을 떠올렸다. 독특하게도 그 주인공은 사람도 괴물도 아닌 개였다.

"무게 중심이 앞에 깔린 느낌을 생각했어요. '야성의 부름' 속 주인공 이름이 벅인데요. 개예요. 인간과 같이 생활하다가 결국에는 야성의 부름을 받아서 늑대의 우두머리가 되는 스토리거든요. 그런 일을 겪었다고 다 편상욱처럼 되는건 아니라고 생각을 했어요. 야성같은게 있었다는 저 혼자만의 가정을 하고, 주인공 개의 느낌을 움직임으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벌크업된 몸은 아니다. 하지만 몸의 크기와 상관없이, 편상욱은 '강함'을 가지고 있다. 이진욱은 "진짜로 엄청난 무게를 들어올리는 괴력이라기보다 물러서지 않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대상에 대해 망설이지 않는 것. 거기에서 나오는 폭발감이 있다.

"액션을 할 때에는 망설임이 없는 액션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말 망설임이 없이 '이렇게 까지 내리쳐도 되나'라는 느낌으로 했죠. 극중에 윤재(고건한)를 처단할 때, 정말 일말의 망설임 없는 액션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통쾌함을 주고 싶었죠. 보통 그렇게 이뤄질 수 없으니까요. 저희들이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잖아요. 대리만족이라도 좀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누가봐도 악인이거든요."

편상욱이 괴물화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이진욱은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편상욱이 그냥 하루하루 살기 때문에 욕망이 없고, 감정을 주고받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없을 거 같아요. 그래서 괴물화가 되지 않지 않았을까요? 만약 편상욱이 괴물이 된다면 내재된, 돌이킬 수 없는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지 않을까싶어요. 분노 자체로 바뀔 것 같아요. 불이 되지 않을까도 싶어요."

편상욱은 '스위트홈'의 후반 유리(고윤정)과의 연결지점이 있다. 편상욱 역을 맡아 많은 부분을 감추고 뒤로했지만, 역시 멜로 눈빛만큼은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봐주셨다면 너무 감사해요. 고윤정 배우와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카메라 앞에서 중요한 장면을 앞두고 대화도 많이 했어요.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요. 어떤 장면에서는 놀랄 정도로 감정을 잘 표현하더라고요."

시즌 2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까.

"개인적으로 그런 아쉬움이 있거든요. '스위트홈'이 총 10화이고, 등장인물이 많았잖아요. 좀 더 시간이 길었으면 각 캐릭터에 대한 표현이나 이해도를 높일 장면이 많을텐데 그게 절대적으로 적다보니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표현 못한 것이 있거든요. '스위트홈' 시즌2가 제작된다면 편상욱의 미묘한 감정의 발전과정 변화과정을 보여드릴 수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른 캐릭터의 성장과정과 발전도 보고 싶어요. 배우들의 성장도요. 이응복 감독님만큼은 아니지만 배우들에게 되게 애착을 가지고 있거든요. 배우로서의 성장도 보고 싶고 캐릭터로서의 성장도 보고싶어요. 끝났을때 따뜻하게 포옹하고 싶고요. 공동 작업의 묘미잖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