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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규리 "연기적 고민 있을 때 만난 '카이로스'…악역 갈망 있었죠"

기사입력 2020.12.24.00:10
  • '카이로스' 남규리 인터뷰 / 사진: 남규리 제공
    ▲ '카이로스' 남규리 인터뷰 / 사진: 남규리 제공
    남규리가 보여준 적 없는 강렬한 캐릭터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드라마 '카이로스' 속 남규리는 극 초반 아이를 잃고 상심에 빠진 엄마로 모성애 연기를 펼치더니, 전개가 될수록 소시오패스적 캐릭터를 드러내며 입체적 캐릭터를 완성했다.

    남규리는 연기적 고민에 빠져있을 때 '카이로스'를 만났다. 그는 "'카이로스'는 선택이 아니라 도전이었어요"라며 "'내 뒤에 테리우스', '붉은 달 푸른 해', '이몽'을 끝내고 연기에 대한, 깊이에 대한 고민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에 만난 작품이었죠"라고 회상했다.

    근래 매 작품 보여준 적 없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남규리는 악역에 대한 묘한 갈망이 있다고 했다. 그러던 중 만난 것이 '카이로스' 속 '강현채'다. 어두운 어린시절을 보낸 강현채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 삶이 자연스럽게 소시오패스 현채를 만들어냈다.
  • 여성 소시오패스 자체를 다룬 작품이 많지 않다. 레퍼런스가 적은 상황에서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남규리는 "스스로도 현채라는 캐릭터를 합리화시키고 설득하는 게 우선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한 작업이 "현채만의 서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제 안에 다양한 면을 꺼내서 '하고 싶은 연기의 70%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어요. 제 자신을 누구보다 믿어야 했고, 자존감이 높아야 두려움 없이 현채로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감정이 명확하다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건 너무 잘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세 보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똑바로 쳐다보고 진짜라고 믿는 것이 포인트였어요"
  • 시작 전부터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터다. 극단의 감정을 오가는 연기로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 남규리는 이 과정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현채의 광기에 어느 날은 쾌감을 느끼고, 어느 날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런 날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죠. 현채 역에 너무 빠져있어서 남규리로 돌아오는 게 힘들었어요. 결국 응급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고, 몸무게가 많이 빠져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어요. 그래도 제겐 너무 소중하고 값진 작업이었어요"
  • 남규리는 이런 어려움도 성실로 이겨냈다. 한 신을 위해 스무 시간을 연습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강현채'에 모든 공을 쏟아부었다.

    "어떤 모습도 공들이지 않은 감정선이 없었어요. 애리와의 편의점 신을 스무시간 연습했어요. 누군가를 하대하는 게 익숙지 않았고, 자칫하면 층층히 쌓여가는 캐릭터에 거부감이 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빌런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 더 열심히 준비했죠"
  • 이젠 배우로서도 인정받고 있는 남규리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기억 속에는 '씨야 남규리'의 자리가 크다. 특히, 올해 씨야 재결합을 예정했다가 엎어지면서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가수 출신 꼬리표는 생각보다 오랫 동안 저를 따라다녔어요. 매번 편견과 부딪혀야했죠. 그렇지만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단번에 없애겠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연기를 할 수 있음에 모든 것이 감사했죠. '나의 노력과 신념으로 하다보면 언젠가 알아주시는 분들이 생기겠지. 진심은 통하겠지'하는 생각으로 달려가고 있어요"

    "저에게 노래와 연기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울메이트에요. 기회가 된다면 가수 활동을 하고 싶어요. 씨야 활동을 위해 녹음해둔 곡이 있어요. 팬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료 배포하고 싶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 아쉬워요"
  • 최근 작에서 어두운 캐릭터를 보여준 남규리. 2021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을 만나고 싶은지 물었다. "올 한해는 정말 카이로스, 기회의 신이 와준 것 같아요"라고 운을 뗀 그는 "이젠 좀 밝은 캐릭터,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독특한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라며 "2021년은 한 발 더 나아가 저만의 긍정 에너지와 분위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신뢰할 수 있는 배우, 안주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남규리를 표현하자면, '차분함 속에 내제된 단단함을 연기하는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역할에도 유려하게 스며드는 비결은 단연 도전 정신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터다. 그렇기에 남규리의 연기 변신, 그리고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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