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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몽환적인 사랑 이야기 한 편이 극장가를 찾아온다. 2020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영화 ‘운디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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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운디네가 변심한 연인 요하네스에게 자신을 떠나지 말라고 요청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날 떠나면 당신을 죽여야 한다”는 운디네의 과격한 협박에도 불구하고, 요하네스는 30분 후 다시 오겠다는 운디네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다.
운디네는 실연의 상처로 절망하지만, 그녀 앞에는 또 다른 운명의 남자 크리스토프가 나타난다. 급격히 서로에게 빠져버린 두 사람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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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복도 잠시. 운디네가 우연히 요하네스와 마주친 어느 날 밤, 크리스토프는 운디네에게 전화를 걸어 아직도 요하네스를 사랑하는지 묻는다. 요하네스와 마주친 순간, 그녀의 심장이 잠시 멈춘 것을 느꼈다는 이야기였다.
다음 날, 크리스토프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기로 한 운디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산업 잠수사인 크리스토프가 전날 오후에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고, 그의 사고 시각은 운디네가 통화를 하기 한참 전이었다는 것이었다.
운디네가 받은 전화는 정말 크리스토프였을까? 그리고 이들의 사랑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
다소 몽환적인 느낌의 이야기는 영화의 모티브인 ‘운디네’ 설화를 알아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운디네’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로도 변주된 유럽 설화 속에 전해지는 물의 정령으로 인간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 영혼을 얻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상대가 배신하면 그를 죽이고 다시 물로 돌아가야 하는 비극적 운명을 지녔다.
영화의 배경은 현대의 독일 베를린이지만, 운디네의 비극적 운명은 그대로 이어진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죽이고 물로 돌아오라는 운명의 부름을 받는 운디네의 선택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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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현대 독일의 모습에 동화적 상상력을 버무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감성을 뽐내는 영화 ‘운디네’. 베를린영화제를 사로잡은 현대판 독일 인어공주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12월 24일 개봉하는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