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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가장 바쁜 20대 배우를 묻는다면 남주혁을 꼽겠다. 올 한해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신선함을 주더니, '스타트업'에선 20대 청춘의 리얼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영화 '조제'로 감성적인 사랑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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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조제'는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이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가진 만큼, 리메이크작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게다가 지난해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호흡을 맞춘 한지민과 남주혁이 다시 만난다는 소식에 많은 이의 이목이 쏠렸다.
남주혁은 조제를 만나 사랑의 성장통을 겪는 청년 '영석'으로 분했다. 영석은 우연히 알게 된 조제의 독특한 매력에 끌리고, 정성을 들여 그녀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조제' 속 영석은 원작의 츠네오보다 더 차분하다. 깍듯하면서도 순수한 청년인 줄 알았더니, 교수와 잠자리까지 가지는 바람둥이다. 이 모든 서사 속 영석은 청춘의 생기보단 덤덤함을 발산한다. -
남주혁은 원작과 다른 분위기의 '조제'가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김종관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스스로도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한 연기, 날 것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기존과 다른, 결이 다른 연기에 대한 갈망이었다.
"김종관 감독님만의 스타일로 재탄생할 거라는 기대감이 컸어요. 조제라는 작품에 들어갔을 때, 영석이 살고 있는 그 동네에 평범하게 살아 있는 인물로 만들어내 보고 싶었죠. 그런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어요.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지고 싶어서 여러 작품을 찾아봤어요. 그러면서 저만의 영석을 구축해갔죠" -
원작이 워낙 유명한 만큼 부담감도 컸을 터다. 남주혁은 원작 츠네오의 매력과는 다른 영석이를 만들어내려 했다. 그래서 과거 봤었던 원작도 다시 찾아보진 않았다. 그저 남주혁은 자신의 감정을 영석에게 투영해 평범한 한국의 20대 청년을 표현하고 싶을 뿐이었다.
"굳이 차별점을 두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츠네오라는 친구의 감정을 따라 하게 될까 봐 불안하기도 했고, 저만의 영석이를 만들어가고 싶었거든요"
"놓여진 상황은 다르지만 저도 그런 불안함이 늘 따라다녀요. 20대 청춘의 걱정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가져가면서 영석의 상황에 맞추며 연기했어요" -
남주혁은 한지민과 함께 다시 한번 연기 합을 맞췄다. '눈이 부시게'에 이어 '조제'를 통해 두 사람은 더 가까워졌다. '눈이 부시게'에서 충족하지 못했던 연기 시너지를 '조제'에서 발휘할 기회였다.
"지민 선배님과 빠른 시간에 다시 작품을 할 수 있게 돼서 좋았어요. '눈이 부시게'에서는 연기적인 호흡이 많지는 않았거든요. 거기서 못다 한 것들을 이번 작품에서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가 컸어요. 전작도 이미 같이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맞춰야 할 것들을 쉽게 빨리 맞출 수 있었고, 캐릭터에 대해 다양하게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갈 수 있었어요"
"이번에 촬영하면서 느낀 건 온전히 상대 배우가 몰입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연기를 해주시는 선배님이라는 걸 느꼈어요. 최선을 다해 상대 배우의 호흡을 맞춰주시는 멋진 선배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
조제와 영석이는 사랑을 통해 새 세상을 알아간다. 조제는 영석을 만난 후 세상에 한 발짝 나서고, 영석은 조제를 만나 사랑을 배운다. 누구나 그렇듯, 조제와 영석도 사랑 속에서 성장통을 겪는다. 20대 후반이 되어가는 배우 남주혁이 느끼고 있는 성장통은 무엇일까. 또, 사랑이 그의 삶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저는 늘 '이만큼 성장했다'고 제 자신을 다독여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늘 부족한 것 같거든요"
"꼭 연인과의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사랑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 어머니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서 더 좋은 생각, 맑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
남주혁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변화란 늘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일이 많을수록 몸도 마음도 더 지칠 법하다. 남주혁은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연기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대본을 보면 풀릴 때가 있더라고요. 대본을 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이야기하고 소통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해결해내는 순간들이 있어요"
"낯을 많이 가린다"고 말한 남주혁은 '사람 남주혁'보다 작품 속 캐릭터로 대중의 마음에 남길 바랐다. 그에겐 연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이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 한해 어땠는지 묻는 말에도 "제 작품을 보고 (대중분들이) 웃고 행복하실 수 있다면 저는 '2020년 잘 지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에게 행복은 배우로 존재하는 일, 그 자체였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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