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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콜' 전종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에 도전장 내밀고 싶어요"

기사입력 2020.12.05.00:10
  • '콜' 전종서 인터뷰 / 사진: 넷플릭스 제공
    ▲ '콜' 전종서 인터뷰 / 사진: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전종서가 '버닝'으로 평단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엔 더 동물적인 연기로 세계 시청자를 매료했다. 부족함이 없는 연기력에 보는 이를 단번에 사로잡는 눈빛까지, 관객을 압도한 전종서를 '콜'(감독 이충현) 개봉 후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콜'은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을 사는 두 여자의 이야기다. 극 중 전종서는 우연히 '서연'이라는 미래의 낯선 여자와 통화를 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바꾸려 하는 '영숙'으로 분했다. 신엄마의 밑에서 갇힌 생활을 하고 있는 영숙은 전화로 연결된 서연에게 한 가지 제안을 던지고, 자신의 미래까지 알게 되면서 점차 폭주하는 인물이다.
  • 영숙은 여타 스릴러에서 참 보기 드문 캐릭터다. 여성 캐릭터로서 흔치 않은 광기 어린 인물이면서도 굉장히 '짐승' 같다. '콜'을 지탱하는 주요 인물이 있지만 작품을 이끄는 힘은 단연 전종서의 영숙에서 나온다. 그의 감정이 폭주함에 따라 전개 또한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영숙의 행동 하나로 주변 인물들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다. 전종서는 작품의 어떤 매력에 끌렸던 걸까.

    "'콜'은 책을 받았을 때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그냥 이건 그냥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이걸 제 식대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죠. 이충현 감독님의 '몸 값'을 보고 감독님에 대한 존경이 컸어요. 장편 영화 데뷔작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있었고, 이 영화를 하게 되든 안 하게 되든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미팅한 날 캐스팅이 확정돼서 바로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 대본에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디테일이 많았을 터다. 전종서는 그런 영숙을 자신의 스타일로 유연히 소화했다. 실제로 극 초반 영숙은 두려움에 떠는 어린 양 같다가도, 발악하는 짐승의 눈빛을 보여줬다. 전종서는 맑고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영숙의 광기를 극대화했다.

    "일부 장면은 스스로 상처받은 동물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학대받은 동물이라 생각하고 임했던 적도 있고요. 영숙이에게 접근할 때는 인간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어요. 영숙이는 스위치가 켜지기 전까지는 여린 소녀였어요. 빛 같은 서연이와의 관계가 어그러지면서 폭주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잖아요. 왜 분노하는지, 왜 슬퍼하는지, 왜 폭발하는지, 왜 집착하는지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 일반적이지 않은 심리를 가진 영숙이다. 감정의 폭도 넓고, 극에서 극으로 향하는 속도가 엄청나다. 그런 영숙을 연기하는 전종서를 보면서 '참 힘들겠다' 싶었다. 감정만 쏟는 것이 아니라 몸도 쓸 만큼 썼다. 어떻게 그 시간을 버텼을까.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어요. 체력 소진도 있었지만, 그만큼 많이 먹었어요. 기력이 달린다고 느껴질 때마다 단 음식들, 제가 좋아하는 것들, 몸에 좋지 않다고 해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먹으면서 최대한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태를 유지했던 것 같아요"
  • 전종서는 극 중 박신혜와 대립각을 세운다. 나이 차이는 많지 않지만, 경력차이는 꽤 나는 선후배다. 직접 대면하는 신이 많지 않았던 만큼, 호흡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터다. 전종서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박신혜의 노련함을 몸소 느꼈다. 마주하지 않는 연기임에도 두 캐릭터가 균형을 맞출 수 있었던 건 선배 박신혜 덕이었다.

    "영숙이는 혼자 있는 부분이 많아서 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하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선이 있었어요. 그게 뭐냐면 제가 이만큼 폭발을 하면 그 비례하는 양으로 서연이가 좌절을 해줘야 하고, 서연이가 이만큼 무너지면, 제가 그만큼 무너뜨려야 하는, 평행 이론 같이 진행이 됐어요."

    "제 촬영분을 한달 동안 먼저 찍었는데, 저는 찍으면서도 '내가 이렇게 에너지를 밀어붙일 건데, 서연이가 어떻게 반응을 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어요. 박신혜 배우님이 첫 촬영을 할 때 제가 찍은 걸 다 모니터하시고 거기에 맞게 에너지를 쏟아서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춰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그동안 사람 전종서의 모습보다 작품 속 한 인물로서 관객을 만나온 전종서. 대중과 소통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고 말한 그는 아직은 연기로서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한 시대잖아요. 그래서 저도 조금 한 발 한 발 앞으로 다가가고 싶기는 해요. 일단 첫 번째로는 제가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고요. 대중분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1번 채널은 연기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 부수적인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요. 사랑해주시면 저도 그만큼 조금씩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날 것 같아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 많죠. 기존에 없었던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나, 아니면 여자 배우가 하기에는 버겁다고 흔히 편견을 갖고 계신 그런 캐릭터, 건드리지 않는 캐릭터에 도전장을 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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