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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vs 쿠팡 vs 11번가, "e커머스 승자는 바로 나"

기사입력 2020.12.03 17:28
아마존 손잡은 SK텔레콤, e커머스 강자 될까
쿠팡, '전도유망 기업'으로 비전펀드 유치
네이버, CJ 동맹으로 '배송 경쟁력' 보완
  • 국내 e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미국 e커머스 시장 지분의 38.7%를 차지하며 '넘볼 수 없는 왕좌'에 자리한 아마존이 SK텔레콤과 손잡으며 한국 진출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1월 16일, 아마존과의 사업 협력 추진과 더불어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의 협력을 통해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가히 세계 1위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을 등에 업은 자신감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11번가는 지난 3·4분기에 매출 성장 및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며 e커머스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 국내 e커머스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다, 올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거래액 기준 네이버쇼핑이 1위, 쿠팡이 2위, 이베이코리아가 3위지만 크지 않은 격차로 충분히 역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에게는 '회심의 한 방'이 필요하다. 네이버는 올해 4월부터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물류 경쟁력을 보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네이버는 e커머스 거래액 기준 1위지만 '당일배송', '로켓배송' 등을 내세우는 라이벌 기업에 비해 배송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CJ대한통운이 가진 국내외 물류 역량으로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2위에 포진한 쿠팡은 어떨까. 스스로를 "아마존을 벤치마킹하는 회사"라고 칭하던 '아마존 판박이' 쿠팡은 결국 아마존과 동맹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그림을 더 멀리서 보면, 쿠팡도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양새는 아니다. 쿠팡은 2015년부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지원으로 자본금을 늘려가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일본의 3대 통신사이자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가 전도유망 기업에 자금을 출자하는 세계 최대 투자펀드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0억 달러(약 3조 3천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자본금으로 '로켓배송', '쿠팡이츠'를 포함한 쿠팡만의 시그니처 서비스를 전개했고, 방향성은 적중해 쿠팡은 e커머스 시장 2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좌)김범석 쿠팡 대표(우) / 사진제공=쿠팡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좌)김범석 쿠팡 대표(우) / 사진제공=쿠팡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한 쿠팡이었지만, 흔들리고 있는 e커머스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기엔 불안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세계 e커머스 계의 큰 손 아마존의 한국 진출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아마존은 지난 1일 'AWS re:Invent'에서 5G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WS 웨이브렝스(AWS Wavelength)'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연내 도쿄에서 개시한다고 밝혔다. 일본 내 파트너는 KDDI로 소프트뱅크와 더불어 일본의 3대 통신사 중 하나다. 또한 작년에 이미 AWS의 5G 기반 MEC 상용화에 함께 할 기업으로 한국에서는 SK텔레콤을 선정했는데 이번 11번가와의 협력은 이 계획의 구체화로 보인다.

  • 출처=Amazon Web Services 유튜브 갈무리
    ▲ 출처=Amazon Web Services 유튜브 갈무리

    이는 아마존이 e커머스 사업만이 아닌 5G·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아마존과 SK텔레콤의 동맹이 단순히 11번가에서 아마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쿠팡의 실질적 자본 출처인 소프트뱅크 또한 AI·5G·로봇 등을 강조하며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야심에 찬 비전 아래 조성된 비전펀드 1과 비전펀드 2는 투자손익 2017년 1,943억 엔(약 2조 404 억 원)으로 시작해 2018년도 1조 8,234억 엔(약 19조 1,486억 원)으로 고점을 찍고 2019년 하반기 마이너스 215억 엔(약 2,257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1조 3,901억 엔(14조 5,982억 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아마존과 소프트뱅크가 중시하고 있는 5G·AI 등의 성장세와 맞물린다.

    쿠팡은 향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 진출 입장을 밝혔다. e커머스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의 진출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KDDI와 아마존의 동맹 그리고 소프트뱅크와 쿠팡의 동맹은 흡사 아마존과 소프트뱅크의 라이벌 구도를 연상케 한다.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e커머스 시장, 글로벌 공룡의 국내 진출에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격전의 끝에 마지막에 웃게 될 기업이 궁금한 가운데, 눈앞의 결과에 따라 우왕좌왕하기보다는 '그 너머'의 큰 흐름을 그려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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