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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 "'이웃사촌', '바람' 이후 처음 느낀 감정…비움에 대한 생각"

기사입력 2020.11.22.00:01
  • 영화 '이웃사촌'에서 대권 역을 맡은 배우 정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 '이웃사촌'에서 대권 역을 맡은 배우 정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배우 정우의 연기를 마주하면 '뜨겁다'는 인상을 받는다. 자신이 가진 100을 모두 쏟아낸듯한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태도의 생활연기부터 감정이 진하게 올라오는 연기까지, 그 뜨거움은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런 그가 '이웃사촌'을 하면서 달라진 지점을 이야기한다. 앞으로의 배우 정우를 더욱 기대하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정우는 영화 '이웃사촌'에서 대권 역을 맡았다. "빨갱이" 잡는 일로, 나라에 충성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김실장(김희원)의 제안으로 '빨갱이'로 의심받고 있는 야당 총재 이의식(오달수)의 24시간을 감시하는 도청팀장이 됐다. 의식의 이웃집으로 이사해 팀원과 함께 비밀 작전을 개시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가 변화하게 된다.

    정우는 대권에 대해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감정이 명확한 편"이었다고 했다. 영화의 시작점과 마지막점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에 있어서, 정우는 공감했고 연민을 느꼈다.
  • 영화 '이웃사촌'에서 대권 역을 맡은 배우 정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 '이웃사촌'에서 대권 역을 맡은 배우 정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저는 항상 작품을 할 때, 이 캐릭터가 과연 내가 연민이 느껴지는가라는 생각을 해요. 특히나 대권이는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다보니까, 그게 더 많이 와닿았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거칠고 가족에게도 굉장히 가부장적인 캐릭터잖아요. 아이에게도 표현하는 방식이 투박하고. 마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잘 모르는 인물처럼 느껴졌어요. 그런 캐릭터가 바뀌다보니까, 이 친구가 사람냄새나는 모습이 확 드러나고, 더 뜨겁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여러 고충이 있었다. 첫 촬영 때부터 재래식 변기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빨갱이'를 잡기 위해 푸세식 변기 속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는 모습이 담긴 장면이다. 정우는 "긴장 반 설렘 반으로 현장에 갔는데 생각보다 변소가 너무 리얼한거예요"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변소에 내려갈 때, 진짜 내려가는 것처럼 가짜 변이 손에 묻고 얼굴에 묻고 그랬는데 진짜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연기하는 데는 도움이 됐어요"라며 웃는 그다.

    체력적으로 고된 장면도 있었다. 정우는 다리 위에서 몸을 노출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했다. 추운 날씨에, 옷을 벗고, 전력 질주를 해서 뛰었다. 양말에 깔창을 대고 테이핑까지 했지만, 전력질주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다가오는 차를 몸으로 막는 위험한 촬영이었다. 발바닥 곳곳에 상처가 났다. 촬영이 끝나고서야 알게 됐다.
  • 영화 '이웃사촌'에서 대권 역을 맡은 배우 정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 '이웃사촌'에서 대권 역을 맡은 배우 정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은 동식(김병철)과 대화를 나눌 때였다. 겨울에 촬영한 장면이다. 하루해가 짧아서 촬영 시간이 부족해 2~3일 동안 찍어야 했다.

    "촬영을 2~3일에 거쳐서 했어요. 3일 가까이 그 감정을 유지하다가, 극한의 상황에서 터트려야하니까 그 시간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내일 모레까지 촬영 해야하는데 오늘 다 촬영하고 마치고 싶은 마음인거죠. 하루라도 빨리. 그런데 물리적 상황때문에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심적으로 많이 부담을 느꼈어요. 감정이 터지면 그걸 채우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현장에서 결국 한 번 터졌어요. 지금 터지지 말아야하는 감정이 터진거죠."

    그 속에서 귀한 경험도 하게 됐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에 하게 된 경험이기도 했다.

    "배우로서는 참 신기하면서도 귀한 경험을 한게, 감독님이죠. 감독님으로 인해서, 디렉션을 받아서 이렇게 새로운 감정이 채워지는구나. 그 힘으로 그 장면을 촬영했거든요. 대권이는 애절하면서 절실했으면 좋겠다는 주문이 있었어요. 그냥 단순히 울부짖음이 아닌, 굉장히 깊은 곳에서 나오는 절절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혔어요. 그런데 그게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모든게 소진된 상태에서 힘을 뺀 상태에서 절절함과 애절함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감독님 대신해주세요'라고 까지 했어요.(웃음)"

    "그런 감정을 끌어낼 수 있게 차분히 설명을 해주셨어요. 굉장히 차분하지만 뜨겁게 설명해주셨어요. 디렉션 주실 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저에게는 다시 감정의 시동을 걸게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그 기억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내가 이런 경험을 몇번이나 할 수 있을까 싶죠. 전에는 '바람'에서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그거와 비슷한 감정의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이후에도 감정장면을 많았지만, 그 정도의 감정을 느낀 적은 없었거든요. 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 영화 '이웃사촌'에서 대권 역을 맡은 배우 정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 '이웃사촌'에서 대권 역을 맡은 배우 정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정우가 연기를 하면서 '비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영화라는 건 예민한 작업이다, 이 작업은 예민한 사람끼리 만나서 예민하게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이 작품을 기반으로 해서 '뜨거운 피'까지 촬영하면서 느낀 건, 어찌보면 연기라는게 참 '비우고 접근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전에는 채워서 뿜어내려고 했다면 이제는 비운 상태에서 채워가며 연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요. 그 중심에는 이환경 감독님이 있었고. 시발점이 '이웃사촌'인 것 같아요."

    영화 '이웃사촌'을 통해 새롭게 연기에 대한 접근을 하게 된 배우 정우는 새로운 도전도 앞두고 있다.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X'로 오는 2021년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처음으로 모바일과 PC화면을 통한 만남이다. 정우는 "도전에 대한 망설임보다 기대"를 말한다.

    "'이웃사촌'도 그렇고, '뜨거운 피'도 그렇고 감정 소모가 심한 작품들이었어요. 그래서 분위기를 좀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 구역의 미친X'는 전혀 다른 색의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저를 기다려주신 팬 분들에겐 반가운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밝은 작품이에요. 로맨틱 코미디니까요. 살짝 과격할 수도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웃음)"
  • 영화 '이웃사촌'에서 대권 역을 맡은 배우 정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 '이웃사촌'에서 대권 역을 맡은 배우 정우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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