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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은 국내에서도 매니아 층을 형성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작품이 한국영화 '조제'로 재탄생한다. 영화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의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섬세한 감성을 수놓았던 김종관 감독이 그 메가폰을 잡았다.
◆ 남주혁, '조제' 제작발표회에서 눈물 뚝뚝 흘린 이유?
17일 영화 '조제' 제작보고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돼 배우 한지민, 남주혁, 그리고 김종관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조제'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한지민)와 ‘영석’(남주혁)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영화.
배우 한지민은 조제 역을 맡았다. 하반신 장애가 있는 인물로 자신의 집에서 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한지민은 "조제만의 세계가 있었다. 그 세계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세상을 책으로 접하고, 어떤 표현을 할 때 명확하게 일반적이지 않고 조제만의 표현법이 있었다"고 조제를 설명했다. -
배우 남주혁은 영석 역을 맡았다. 영석은 조제에게 천천히, 그리고 솔직하게 다가가기 시작하는 인물이다. 남주혁은 "정말 있는 그대로 영석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정말 모든 것을 다 빼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세수까지 안하고 간 것 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조제'에 임했다고 밝혔다.
한지민과 남주혁은 지난해 방송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함께한 후, '조제'에서 두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됐다. 한지민은 "'눈이 부시게' 때, 눈만 마주치면 서로 울어서 촬영할 때 멀리 가 있으라고 하기도 했다. 캐릭터가 주는 힘이기도 했다. '조제'에서는 남주혁을 알아가는 과정을 단축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서로 굉장히 편하게 연기했다. 영석이가 주는 느낌을 받으며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남주혁은 한지민과 두 번째 호흡에서 새롭게 알게 된 지점이 있다고 했다. 남주혁은 "현장에서 정말 많이 느꼈다. 한지민은 '조제' 그 자체였다. 눈만 보면, 그냥 눈으로 모든 걸 얘기해주는 '조제'였다. 또다시 배울 수 있었고, 덕분에 저 역시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현장을 회상했다. -
현장에서 배우 한지민과 남주혁의 호흡을 함께한 김종관 감독은 "조금씩 더 단단해져가는 영화 '조제' 그 자체였다"고 했다. 김종관 감독은 "'조제'는 캐릭터로 보자면, 안개 속에 사는 삶 같은데에서 서로를 꽉 끌어안는 연인의 이야기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더 아끼게 되고, 알아가게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며 "배우들도 그런 식으로 노력했다. 그런 과정이 있어서 주마등처럼 무언가가 흘러갔다"고 덧붙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 '조제'는 일본의 원작 소설과 영화를 재탄생한 작품이다.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부담이 없을 수가 없었다. 김종관 감독은 "사실 워낙 좋은 원작 소설과 영화가 있다보니 어려운 숙제였다"고 두 작품이 가진 차별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김종관 감독은 "원작의 무게도 있고 시대의 변화도 있고, 상업영화의 요구 속에 잘 만들어져야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하고 싶었던 것은 원작 소설과 영화가 가진 인간에 대한 시선, 인간애가 좋았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
이어 "원작이 좋지만 그대로 따라가는 건 관객에게도, 우리에게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가져가자는 생각을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추억과 같은 영화가 됐으면 했다. 이 영화를 보면 관객들이 사람을 더 나아지게 하고, 뭔가 사람을 더 깊게 만들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추억이 있구나. 추억같은 영화가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했다"고 '조제'가 관객에게 다가가길 바라는 지점을 설명했다.김종관 감독은 '조제'가 가진 휴머니티를 포착했다. 그는 "영화 '조제'에는 버려지고 쓸쓸한 공간이 많이 나오는데 그 공간에 스포트라이트를 주고 싶었다. 그 공간이 아름답게 느껴졌으면 했다. 조제와 영석으로 만난 배우들이 있었는데, 원작의 부담감이 있다보니 독하게 찍기도 하고 외로운 작업이었다. 두 배우가 저에게는 가장 크게 기댈 수 있고, 아름다움을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배우들이었던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지민은 "외로웠던 것 같다"고 김종관 감독과 함께 '조제'를 만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촬영할 때도 우리에겐 잘 안들리는 소리가 들리나보다. 이 소리가 이 공간에서만 나는 소리인 것 같아서 녹음해달라고 하셨다. 섬세하게 담고자 하셨던 것 같다. 정말 감독님 한땀한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조제'를 설명했다.
한편, 김종관 감독의 섬세한 시선이 한땀한땀 새겨진, 그리고 배우 한지민, 남주혁이 이를 담아낸 영화 '조제'는 오는 12월 10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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