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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김혜수X이정은X노정의 '내가 죽던 날', 미스터리한 추적 속 피어난 연대감

기사입력 2020.11.04.18:37
  • '내가 죽던 날' 언론시사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DB
    ▲ '내가 죽던 날' 언론시사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DB
    매 작품 강렬한 존재감으로 대중을 울고 웃게 하는 한국 대표 배우 김혜수와 연극 무대와 매체를 넘나드는 연기파 배우 이정은, 소녀와 여자의 경계에 선 노정의가 어떤 것보다 탄탄한 연대로 뭉쳤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박지완 감독을 비롯해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가 참석했다.
  •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다. 오랜 복직 이후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이던 소녀의 실종을 자살로 종결 짓기 위해 외딴 섬으로 향한 '현수'(김혜수)는 미스터리한 마을 주민 '순천댁'(이정은)을 만나고,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에 다가선다.

    '내가 죽던 날'은 단편 영화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첫 상업 데뷔작이라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제 첫 관객이시다"라며 설렘을 드러낸 박 감독은 데뷔작서 내로라하는 배우 캐스팅을 완성한 것에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캐스팅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김혜수 배우님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김선영, 문정희 배우님이나, 대본 드린지 얼마 안 돼서 대답을 빨리 주셨다. 김혜수 배우와 연기해보고 싶다고 하더라"며 "나머지 배우분들도 안정감을 주는 역할인 분들이 필요해서 도움을 구했고, 다행히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합류하셨다"고 전했다.
  • 김혜수는 오랜 공백 이후 복직을 앞둔 형사 '현수'로 분했다. 현수는 자신이 믿어왔던 인생이 흔들리는 순간, 한 소녀의 의문의 자살 사건을 맡게 되고 삶의 벼랑 끝에 선 소녀의 진실에 다가간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마음을 빼앗긴 것 같았다.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도 그 시기에 뭔가 위로 같은 게 간절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수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 있었다. 감독님과 제작진, 배우들 모두 모여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설정하려는 모든 것들, 보여지기에 작위적인 것들은 최대한 배제하자는 생각이 있었다"며 "현수의 상황과 내면을 따랐다. 누구나 상처가 있겠지만, 저 역시도 아픈 구석이 있었는데 극을 풀어가면서 실제 제가 경험을 했던 감정 혹은 상황 이런 것들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간 한국영화에서 주요한 배우로 꼽혀온 김혜수는 책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본의 아니게 연기를 오래 하다 보니 여러 좋은 쪽으로 의미를 부여받기도 하고, 책임감을 부여받기도 한다"며 "막상 배우로서 저의 실체는 제가 맡은 바를 해내느라 바둥바둥하고 있다"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 이정은은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섬마을 주민 '순천댁' 역을 맡았다. 동생이 죽은 후 사고를 당한 조카를 돌보고 있는 그는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인 '세진'의 거처를 제공하는 인물. 극 중 농아인을 연기한 이정은은 연기적 어려움을 언급했다. 그는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다. 소리가 없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집중해서 보실 수 있을까 싶었다"며 "잘 듣고 잘 반응하려는 것에 집중했다. 감독님과 오랫동안 목소리가 나왔던 순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고 그간의 노고를 전했다. 이어 "소리가 없는 부분을 대체하기 위해 언어가 없는 순간들을 어떻게 전달해야할지, 필체 연구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리를 내고 안 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를 어떤 입장에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담겼다.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도 어떻게 삶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표현하는 순간부터 표정이나 그런 건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됐다"고 캐릭터에 동화된 모습을 보였다.
  • 노정의 역시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 의문의 소녀로 분해 쉽지 않은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촬영할 당시에 마음의 상처가 실제로도 컸던 상태라 '세진'이로 승화해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한 순간에 모든 걸 잃은 아픔과 상처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모든 걸 잃은 어린아이의 모습과 표정과 마음을 가장 잘 만들어내기 위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또한, 노정의는 이정은과의 감정신을 찍을 당시 "진짜 제 눈물이었는지, 세진의 눈물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며 "정말로 그 당시에 이정은 선배님이 손을 잡아주실 때 위로를 받았고, 눈빛만으로도 누군가 나를 안아주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서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 작품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끌고 가다 세 여성 캐릭터의 감정적 공유를 통해 비로소 힐링을 만들어 낸다. 여성 캐릭터가 중심인바, '여성 서사'라는 프레임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박 감독과 김혜수는 "여성 서사를 다룬 서정극이 아닌 '우리의 영화'다"라고 강조했다.

    죽음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세 여자의 이야기 '내가 죽던 날'은 오는 11월 1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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