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매력 '도굴'해 유쾌·통쾌 드림

기사입력 2020.11.01.00:01
  • 영화 '도굴'에서 열연하는 배우 이제훈,조우진,임원희,신혜선(왼쪽부터)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도굴'에서 열연하는 배우 이제훈,조우진,임원희,신혜선(왼쪽부터)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여러모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그래서 영화 '도굴'이 더 반갑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봐도 되는, 배우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등 구멍 없는 연기에 촘촘하게 케미를 담아낸, 속 시원한, 그래서 이 시기에 꼭 맞는 듯한 영화 한 편이 나왔다.

    강동구(이제훈)는 흙의 맛으로 보물의 감을 잡는 인물이다. 황영사 탑 안에 든 불상도 무리 없이 도굴했다. 불상을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이곳저곳 감정하는 곳을 찾는다. 큰 손의 연락을 기다리는 듯 하다. 강동구가 기다리던 입질이 왔다. 그가 거래를 하게된 사람은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이다. 국보급 보물을 수집하는 회장의 밑에서 콜렉팅을 하는 인물. 그만큼 손도 크다.

    강동구는 그렇게 "왼손으로 주면 오른손에 현찰을 쥐어주는" 도굴꾼의 세계에서 큰 손을 만났다. 보물처럼 사람도 알아보는 윤실장은 강동구에게 더 큰 일을 제안한다. 중국에 있는 고구려 벽화를 도굴해오는 것. 강동구는 이를 위해 존스박사(조우진)를 만난다. 그리고 선릉에 있는 전설의 검을 도굴하기 위해 삽다리(임원희)까지 합류했다. 전설의 인물들은 새로운 전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 영화 '도굴' 스틸컷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도굴' 스틸컷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도굴'을 소재로 한 영화다. 한국 영화에서도 '범죄의 재구성'(2004), '도둑들'(2012) 등 범죄를 중심에 둔 케이퍼 무비가 있었다. 하지만, '도굴'은 그 느낌이 다르다. 범죄, 액션보다는 역사성을 담고 있는 유물을 얻기 위한 탐험에 무게가 쏠린다. 땅을 파고 들어가, 유물을 손에 넣기까지의 긴박감을 목적으로 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굴'은 관객에게 익숙한 지점과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며 흥미를 유발한다. 우리 눈에 익숙한 불상, 고려청자, 조선백자, 어진 등이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에 상상력이 보태진다. 세종대왕 어진, 보검 등의 새로운 유물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태조 이성계를 만들어준 보검이 등장하고, 현실에 사는 사람들의 욕망이 교차된다.

    존스 박사 역시 그렇다. 고고학 박사인 인디아나 존스와 달리, 고분 벽화를 도굴하는 능력을 갖춘 인물일 뿐이다. '도굴' 속 주요 인물 세 사람은 말 그대로 '도굴꾼'이다. 수면 위에 위치한 인물들이 아니다. 음지에서 '돈'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릇된 욕망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세 사람은 어두움 대신 유쾌함을 택한다. 이제훈의 상의노출부터, 걸그룹 시크릿의 노래 '별빛달빛'을 부르는 임원희, 조우진 등 마음껏 망가지고, 마음껏 유쾌한 티키타카 호흡을 펼칠 수 있는 무대로 만든다.
  • 영화 '도굴' 스틸컷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도굴' 스틸컷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도굴'은 유쾌함과 통쾌함을 전면에 내세우며 디테일한 이음새에 아쉬움을 전한다. 황영사 석탑 속에 있던 불상으로 윤실장과 만나게 되고, 윤실장의 의뢰를 받고 고구려 벽화부터 서울 강남 한복판 선릉까지 도굴의 세계를 키워간다. 그 단계의 이음새는 영화적인 허용에 맡겨야 할 따름이다.

    아쉬운 전개를 메꾸는 것은 배우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등 배우들의 힘이다. 네 사람은 전작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훈은 전작 '탐정 홍길동', '사냥의 시간', '박열' 등에서 보여준 진지한 모습을 벗었다. 특유의 말투도 내려놨다. 강동구가 되어 스크린 속에서 정말 '신나게' 노는 이제훈을 만날 수 있다. 반가운 변화다. 이는 조우진, 임원희라는 든든한 아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신혜선 역시 '믿고 보는 연기'를 이어간다. 대기업 회장의 아래에서 일하는 큐레이터 윤실장 역을 맡아 몸매를 드러내고, 속내를 감춘다. 신혜선의 입에서 "예쁘다며, 또 보면 좋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가 않다. 앞서 "완벽한 외국어 실력"이라고 극찬한 박정배 감독의 칭찬에도 고개가 끄덕여질 것.

    '도굴'은 굳이 깊은 의미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팝콘을 끼고 의자에 몸을 편하게 기대고 강동구(이제훈), 존스박사(조우진), 삽다리(임원희)의 활약을 지켜보며, 잠시 현실을 잊는 그런 영화다. 11월 4일 개봉.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

    ◆ 한줄평 : 한 끗 차이인 고물·보물, 고민을 하여서 무엇하나.
  • 영화 '도굴' 포스터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도굴' 포스터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