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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불평등에 대한 냉철한 비판으로 전 세계의 공감을 받은 영화가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작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글로리아를 위하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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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저지른 살인죄로 20년의 수감 생활을 한 ‘다니엘’은 출소 후 갓 태어난 손녀 ‘글로리아’를 보기 위해 가족을 찾는다. 하지만 이미 재혼해 새 가정을 꾸린 아내 ‘실비’와 어린 시절 헤어져 얼굴조차 기억에 없는 딸 ‘마틸다’ 사이에 그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그러던 중 우버 기사로 일하던 마틸다의 남편 ‘니콜라스’가 택시 기사 무리에게 묻지 마 폭행을 당해 팔이 부러져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되고, 경제적 어려움에 무너진 딸 부부를 위해 실비와 계부 ‘리샤드’는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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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져만 간다. 호텔의 야간 청소원 일을 하는 ‘실비’는 파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이고, 버스 운전사인 리샤드는 둘째 딸 ‘오로르’에게 마틸다의 일자리를 부탁하려다 운전 중 전화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다니엘이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없다. 그저 이들의 비극을 바라보며, 글로리아를 잠시 돌봐주는 것 정도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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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내몰린 가족은 심각하게 흔들린다. 그리고 가족의 은밀한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마틸다와 동생 오로르의 남자친구인 브뤼노는 몰래 불륜 관계였고, 누구보다 사람 좋은척 하던 부뤼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틸다를 헌신짝처럼 내버린다. 이로 인해 가족의 비극은 극으로 치닫고, 다니엘은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가족을 위해, 그리고 글로리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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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경제적 몰락으로 평범한 서민의 삶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이 가족의 비극이 개인의 잘못이 아닌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어둠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문제를 제시하고, 인간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영화 ‘글로리아를 위하여’. 로베르 게디기앙 감독의 최고 작품으로 평가받는 영화는 10월 29일 개봉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