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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향은 하나를 알면 열 가지로 표현해내는 배우다. 그만큼 열정과 풍부한 표현력이 있다는 방증일터. 최근 진행한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종영 인터뷰에서도 질문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다.
으레 묻는 종영소감에 임수향은 "꼭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제가 써서 들고 있겠다"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어 "작품을 처음 선택할 때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있었다. 작품이 가진 색깔이나 정서나, 멜로적인 부분이라든지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시청자께서)그런 부분을 잘 공감해주시고 느껴주셔서 제가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작품 하면서 스스로 부족함도 많이 느꼈고, 배운 점도 많다. 배우로서는 이 작품을 연기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겸손해했다. -
오예지는 청순하다 못해 가련한 인물로 등장한다. 오열도 많이 했고, 소리도 많이 쳤다. 보는 사람까지 기가 빨리는 신이 많았던 만큼 임수향도 "이렇게 감정 소모가 심했던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작품 시작 전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고.
"엄마가 저를 너무 걱정하셨다. 주위 분들도 '드라마 보면 사람도 너의 감정 때문에 힘든데, 너는 진짜 힘들겠다'고 하시더라. 다양한 역할을 했었어도 이 정도로 감정이 심한 작품이나 캐릭터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억지로 감정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안 했던 것 같다. 예지의 인생에 쉽게 녹아들 수 있었고, 제가 그만큼 준비도 많이 했었다. '억지로 내가 눈물을 흘려야지' 그러지는 않았다. 오히려 눈물을 자제하느라 힘들었다. 16부에서는 눈물을 많이 참으려고 했다. 배우들이 다 대본에 적힌 것보다 많이 울었다. 감독님도 울면서 찍으셨다" -
임수향은 데뷔 초창기에 만난 연기 선생님을 찾아가 기본기를 다잡았다. 스토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상대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예'를 통해 '정통 멜로도 되는 배우'임을 입증한 임수향은 그럼에도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볼 줄 알게 됐고, 그래서 엄격한 자기 잣대를 들이밀었다.
"연기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제가 스무 살 때 배웠던 연기 선생님을 찾아가서 연기 수업도 받았다. 이번 작품을 제대로 잘 준비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덜었다. 발성이나 감정선을 잡는 것부터, 다시 기본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에너지를 더 쏟고 싶은 신이 있었는데, 내 체력과 성량이 안 나오는 부분들이 있어서 스스로 트레이닝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예지'가 '단사랑'과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다. 연기를 하다 보면 습관과 매뉴얼 같은 게 생긴다. 그런 것들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찾아 없애려는 작업들이 연차가 쌓일수록 필요해졌다"
매 작품마다 '인생캐'를 경신하고 있는 임수향에게 이번 작품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다른 느낀 점을 말해줘도 좋다고 했다. 임수향은 "더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부분들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내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고, 또 배운 작품이다. 힘들기도 힘들었지만 참 연기할 맛 나는 느낌이었다. 이런 큰 감정의 기복이 있는 삶을 연기하는 게 배우로서는 재밌는 일이다. 그래서 저는 사실 좋았다. 더 잘하고 싶었었는데 스스로 느끼는 한계에 부딪혔었다.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봐주시는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힘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
임수향은 '정통멜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제가 90년대 노래나 작품, 레트로 감성을 많이 좋아한다. 드라마도 '불새', '가을동화', '미안하다 사랑한다' 같은 걸 즐겨 봤다. 이때 드라마는 지금보다 더 자극적이고, 더 불같은 사랑을 하더라. '발리에서 생인 일'만 봐도 마지막에 다 죽지 않나. 이런 감성을 좋아하는데 요새는 이런 드라마가 없다. 근데 나는 그걸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운 세대이기 때문에 '내가예'를 하면서 '내가 저런 작품을 해야 하는데' 이런 감정을 느껴서 정말 좋았다. 그때의 사랑은 깊이가 깊다. 사랑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 드라마도 그게 좋았다"고 말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꼭 취향만 있지는 않을 터. 임수향은 차기작을 선택할 때 '대본을 딱 보면 남자 주인공이 정말 멋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고른다고 했다. 시청자 시각에서 작품을 바라본 것. 그는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도 '도경석' 캐릭터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작품을 바라봤을 때,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뭘까 고민하게 된다. 그게 남자 주인공이다"라며 "'내가예'를 시작할 때도 환이파와 진이파가 생겨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시청자가 나뉘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
작품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임수향은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로맨스라지만, '내가예'는 남녀간의 멜로가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소재가 사랑이었을 뿐, 인생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라고 짚었다.
"저는 처음에 왜 우리 작품을 '멜로'라고 표현했을까 싶었다. 극 중 인물들의 인생사다. 잘 들여다보면 성장하는 스토리인데, 사랑에는 국한해 홍보하는 게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는 정말 모든 종류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엄마와 딸의 사랑, 사랑하는 이를 기다려주는 사랑, 보내주는 사랑부터 시작해서 여러 사랑을 다뤘다. 그래서 인생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사랑을 통해 인생을 얘기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예'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을 그는 휴식보다도 빨리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제가 '우아한 가' 끝나자 마자 '내가예'를 들어갔다. 이러다 보니까 지금 (차기작을) 기다리는 게 지겹다. 일하는 거 좋아하는데, 최대한 빨리 (차기작을) 찾을 수 있게 하려고 보고 있다. 시간이 조금은 걸릴 것 같다. 놀면 뭐하나요? 저는 노는 거 안 좋아한다. 할 것도 없고, 한 일주일, 한 달 쉬면 (회사에) 계속 전화한다. 일하고 싶다고"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웃긴 것도 보여드리고 싶다. 코미디 장르를 해보고 싶다. 가벼운 거, 웃긴 거 하고 싶다. 웃기고 싶은 욕망이 많은 사람이다"라며 "코미디 장르의 연기가 하이클래스라고 생각한다. 남을 웃기는 거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매 작품, 어렵기에 더 재밌다고 말하는 임수향은 '놀면 뭐하니?'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배우다.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이 느껴졌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임을 깨달았다는 그의 다음은 무엇일까. 그가 차기작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을 매료할지 벌써 기대된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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