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유아인이 '소리도없이' 던진 화두 "불완전함의 완전함"

기사입력 2020.10.15.00:01
  •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이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UAA 제공
    ▲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이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UAA 제공
    "이건 제 삶속에서 가진 문장이기도 한데 '백날 떠들어봐야 모든 것이 불명확하다는 것만이 명확하고. 우리가 고지를 점령한 척 하지만 그건 순간에 지나지 않고, 불완전함만이 완전하다.'"

    "영화 '소리도 없이'는 각기 다른 자리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지금 시대에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전이가 되더라고요. 그게 우리가 지금 느끼는 세상의 불편함, 위험함 같은 것들을 조금 벗어나서 다음을 그려볼 수 있는 방법같은게 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배우 유아인은 영화 '소리도 없이'를 통해 던지고 싶은 화두가 있었다. 유아인은 '소리도 없이'가 "양심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소개했고 "새로운 지점에 도달하는 영화"라고 했다. 그가 한 줄의 대사도 없이 연기한 것, 15kg 체중을 증량한 것은 그 안에 속한 표현의 일부일 뿐이었다. 유아인이 가진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는 지점을 가진 영화가 '소리도 없이' 였다.
  •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소리도 없이'는 표면적으로 볼 때 악인으로 가득찬 영화다. 범죄 조직은 사람을 작업(?)하고,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은 이것을 세팅하고, 시체를 처리한다. 아이를 전문적으로 유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상한 세상에서 태인은 창복과 계란 장수일과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해주는 일을 병행한다. 업무량이 많아 트럭만 타면 잠이 든다. 이들에게 범죄조직 실장은 하루만 사람 좀 맡아달라고 하고, 그렇게 '의도치않게' 유괴에 가담하게 된다.

    "시체를 잔혹하게 처리하는 장르적 특성이 강한 영화는 꽤 있었죠. 그런데 범죄인, 범죄자의 하수인, 그 역시 범죄라고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 이들을 표현하는 태도가 독특했던 것 같아요. 그런 독특한 직업이나, 드라마틱한 일이 만들 수 있는 효과를 또 극대화 하기보다 반대로, 담담하고 일상적인 톤으로, 심지어 코믹하게까지 그려내면서 우리에게 조금 다른 시선을 준다는 점에서 달랐던 것 같아요."

    "너무 노골적으로 사회를 고발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아름다고, 착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주는 영화도 아니지만요. 고고하지 않게, 나즈막이 관객과 호흡하면서, 잘난척 하지 않고, 관객 스스로 무언가를 가져갈 수 있게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부분인 것 같아요. 전능한 신의 논리를 가진 권위적인 감독에게서 볼 수 없는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과 태도같은 것들이 '소리도 없이'에 있는 것 같아요."
  •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 사진 : UAA 제공
    ▲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 사진 : UAA 제공
    앞서 박명수가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유아인은 "양심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소리도 없이'를 소개했다. "다른 작품은 양심이 없는 것 마냥 위험한 발언을 했는데요"라고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우리 행복하게, 즐겁게, 희망을 가지며 살아요'라고 이야기한다고 다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 자체가 상술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소리도 없이'는 양심적으로 만들어졌다기보다, 양심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영화가 취하는 태도가 착한 척 하지 않고, 위악을 떨거나 하지 않고, 아주 중요한 본질적인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확장성을 열어둔 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영화 '소리도 없이' 유아인 포스터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영화 '소리도 없이' 유아인 포스터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태인은 원래 마른 체형의 인물이었다. 유아인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종대같은 인물"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마르고 초췌하고 마이너함의 전형성을 담은 인물. 유아인은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15kg 체중 증량을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만족했다. 15kg가 만든 살찐 눈, 살찐 코, 살찐 입술 등이 자연스레 표현해주는 것들이 있었다.

    "제 배를 보니까 참 좋더라고요. 비교적 예쁘고 말간 얼굴만 그려온 건 아니었지만, 이정도까지 극단적인 변화를 준 적은 없었는데요. 그런 영화적인 효과를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것들이 잘 전달됐다면 감사한 것 같아요. 그런 식의 플레이들도 연기라는 반경에 들어온 것 같아요. 인물을 순수하게 내 입장의 내 태도로 연기해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고, 관객과 제가 작품을 통해 형성하는 이미지들, 그 연장선에서 연기를 대하게 되는 다른 입장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순도있는 연기, 진정성있는 연기만으로 되지 않는 지점이 생겨난 거죠."

    "많이 팔리고 소비 됐으니까.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질을 떠나서, 그냥 하나의 캐릭터를 담는 배우라고 생각할 때 상당히 다양한 색이 묻어있고, 오염이라면 오염이 됐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탈색도 해보고, 가발도 써보고, 그게 전부가 될 수는 없지만요. 하지만 보여지는 것이 모든 연기의 출발점이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고민도 점점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 사진 : UAA 제공
    ▲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 사진 : UAA 제공
    대사가 없는 연기를 했다. 눈빛, 표정, 몸짓 등으로 말을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유아인은 가장 경계한 것이 그 지점이었다. "표정이나 몸짓으로 표현하려고 하지도 않았어요"라고 답했다. 답답해서 몸을 막 뒤척이는 장면을 떠올리며 "귀엽던데"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다.

    "말이라는 것은 잘하게 될수록, 노련해질수록, 삶이 징그러워지는 부분이 있잖아요. 태인이는 말을 하지 않는 친구라서, 표현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고, 트라우마가 있고, 그래서 표현하지 않기로 선택한 인물로 느껴졌어요. 굳이 몸으로도 표현하기 싫지만, 반대 의사를 내비치거나 그럴 때의 표현들? 그게 귀엽더라고요."

    "미세한 소리조차 안냈어요. 오히려 감독님께서 그 정도 소리는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후반작업을 하면서 추가한 소리들도 있어요. 보통 표현하려는 그런걸 폭발하는 감정, 그게 한 번쯤 연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태인이는 그런 인물은 아니었고. '이정도로 아무것도 안해도 되나?' 할 정도로 강박에 시달리던 순간도 있었어요."
  •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 사진 : UAA 제공
    ▲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 사진 : UAA 제공
    '소리도 없이' 그려낸 태인을 통해 배우 유아인이 얻은 것이 있다.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고, 증거를 남기기도 어렵지만요.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내 몸의 질서가 새롭게 잡힌 거 같은 느낌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한 번도 가지지 못한 내면, 몸, 정신적 상태를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이 큰 경험이죠. 그 체험의 결과가 어떻게 다듬어져서, 전쟁같은 삶에서 어떤 무기로 사용될지도 모르겠지만요. 아주 미세하게, 한발자국 앞으로 나아간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어요. '그런게 밥 먹여주냐'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그런게 밥을 먹여줘요. 밥을 찾아다니지 않고, 그런 느낌을 찾아다니다 보면, 밥도 찾아 오더라고요."

    '소리도 없이' 던지고 싶었던 화두가 있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 유아인, 엄홍식으로 가지는 화두도 있다.

    "'가장 큰 화두는 사랑하며 살아가는 거죠. 진짜로. 이왕이면 그 무엇이라도."
  •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 사진 : UAA 제공
    ▲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 사진 : UAA 제공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