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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바' 이유영 "'간신' 때같은 욕망 내려놓고…내 삶이 건강했으면"

기사입력 2020.09.26.00:01
  •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그 감정이 뭔지 잘 알 것 같았어요."

    배우 이유영은 자신이 보여준 영화 '디바' 속 수진에게 깊숙하게 다가갔다. 수진은 어렸을 때 다이빙 훈련을 받으며 이영(신민아)과 만났다. 함께 다이빙 선수로 성장하며 절친한 친구사이가 된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며 다른 길을 걷는다. 이영은 목에 금메달을 거는 최고의 선수로, 수진은 아래에서 그걸 바라보는 인물로 말이다. 이유영은 수진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자신의 눈동자처럼 미묘하게 스크린에 담아낸다.
  • 영화 '디바'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영화 '디바'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유영이 '디바'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도전"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욕망이 다이빙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유영은 '디바'의 촬영을 위해 3~4개월 동안 다이빙을 배웠다. 처음에는 1m에서 뛰는 것도 무서웠는데, 나중에는 5m에서도 뛸 수 있게 됐다. 배우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욕심은 이유영을 짓누르기도 했다. 이유영은 '디바' 촬영 후 "물이 조금 더 무서워졌어요"라고 말했다.

    "수중 촬영 장면에서, 연기를 좀 더 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어요. 숨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참다가 물 속에서 올라오는데 숨이 부족한 거예요. 바로 숨을 쉬기엔 너무 깊이 있었던 것 거죠. 패닉 상태가 왔어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코랑 눈이랑 귀가 다 아프더라고요. 물에 대한 공포감을 느꼈어요."
  • 영화 '디바'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영화 '디바'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디바' 촬영 중 아찔했던 순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유영은 다이빙 훈련을 받으며, 갈비뼈 통증을 느꼈다. 그냥 단순한 근육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촬영일이 되었을 때, 사고가 생겼다.

    "촬영 날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욕심을 냈어요. 와이어에서 내려오면서 갈비뼈가 걸렸어요.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진통제 먹고 얼음찜질하면서 근육통이 심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너무 아픈 거예요. 그래서 결국, 응급실에 갔어요.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 쉬고, 다시 촬영을 했습니다."
  •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다이빙 선수 역할이다. 주요 배경은 수영장이 되었고, 주로 입는 옷은 수영복이 되었다. "수영복을 입고 물구나무를 서는 등 많은 동작을 해야 하는데, 수영복입는게 부담스러웠어요"라고 이유영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관음적인 시선으로 담지 않는 카메라, 선수 분들과 코치들의 말에 점점 수영복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선수처럼 보이는데 더 노력을 기울였다.

    "몸부터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말라보이면 선수 같아 보이지 않을것 같아서 말라 보이는게 싫더라고요. 헬스로 근력운동 하면서 몸을 좀 키우고, 매일 체하면서 억지로 먹었어요.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 살찌우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할 때는 키워놓은 몸이 좀 빠져서, 원하는 만큼 선수의 몸으로 보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이래저래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수진에 대한 마음을 깊어져 갔다. 수진이 악역인 것 같냐는 질문에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했다. "수진이 너무 무섭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저는 무섭게 연기한 적이 없는데"라고 덧붙인다.

    "수진과 비슷한 경험은 아니지만, 저도 트라우마가 될 만한 큰 상처는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사람 부러워한 적은 있어도, 미워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특히 같은 동료 배우랑은 열심히 뭉쳐서 좋은 작품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나를 미워하고, 나를 질투하고, 사람들이 뒤에서 안 좋게 이야기하고, 좀 많이 오해받으면서 살아왔다고 생각이 들어요."

    "수진을 많이 공감해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사실은 수진이 이런 애였어라고 생각하며 미움받을까봐 걱정이 됐어요. 선수들이 경쟁사회에서 살고 있잖아요. 배우도 그렇고, 저도 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 싶고. 수진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질투나 열등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수진이 왜 그러는지에 마음이 충분히 이입이 돼 수진의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던 것 같아요."
  •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데뷔작 '봄'(2014)부터 '간신'(2015)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이유영은 유독 감정적으로 힘든 캐릭터를 많이도 맡았다. 드라마 속에서 잠깐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역시 배우 이유영이 강하게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영화 속 복잡한 심리의 캐릭터다.

    "제가 '간신'에서 설중매 역을 맡았을 때, 그 역에 안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민규동 감독님께서 제가 센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설중매가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일 거라고 말씀하셨더요. 설중매는 지금보다 욕심과 욕망이 컸어요. 제가 가진 욕망과 욕심을 극으로 끌어올리려고 독하게 마음을 품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연기하기보다는 그런 캐릭터가 저를 찾아오는 것 같아요. 복잡한 사연을 가진 인물이요. 학교 다닐때나 영화를 찍을 때, 가만히 있어도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얼굴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냥 제가 가진 이미지인 것 같아요."

    "너무 과한 욕심과 욕망이 저에게 좋을게 없더라고요. 그냥 흘러가는대로 좀 마음이 예전보다 많이 차분해지고 어느정도 내려놓은 부분도 있고. 저에게 오는 제가 할수있는 역할들 안에서 수진처럼, 제 역할을 그냥 잘 해내고 싶은 마음?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는 이영이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망? 좀 더 폭이 넓고 극으로 끌어가 수 있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이어갈 수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 영화 '디바'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인터뷰에 임했다. / 사진 : 영화사올 제공
    이유영의 나이도 어느새 만 30세가 됐다.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배우가 아닌, 사람 이유영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욕심과 욕망이 이영과 수진처럼 정말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살다보니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유가 너무 없었던 거죠. 시간은 정말 빨리 가는데. 앞으로 내 삶이 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욕심도 적당해야하고, 욕망도 적당히 있어야 하겠죠. 연기 이외의 시간이 예전에는 없었거든요. 연기하는 순간만 좋았고, 연기를 안하면 미칠 것 같았고. 그런데 요즘에는 연기 이외의 시간도 건강하게 보내려고 해요. 운동도 시작했고, 제 삶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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