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굳은 딱지가 떨어질 때가 되면, 그 자리가 간질간질하다. 그래서 그 주변을 긁다 보면, 슬금슬금 상처의 중심으로 간다. 그러다 아직 아물지 않는 상처를 건드렸을 때, "악!" 소리지르며 손을 떼게 된다. 배우 신민아와 이유영은 영화 '디바' 속에서 그 지점을 담아낸다.

영화 '디바'는 어렸을 때부터 두 친구인 이영(신민아)과 수진(이유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영과 수진은 다이빙을 통해 만났다. 함께 훈련하고, 함께 경기를 치렀고, 함께 성장했다. 그런데 둘의 상황은 다르다. 이영의 이름은 다이빙 경기 후 전광판 가장 위에 오르게 되고, 이영의 목에는 금메달이 걸린다. 수진은 그런 이영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수진의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실적이 없는 선수는 팀에서도 눈치가 보인다. 결국 수진은 은퇴를 생각한다. 이영은 고개 숙인 수진에게 마지막으로 함께 다이빙 여자 싱크로 경기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수진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이영과 수진이 함께 다이빙대에 오른 날, 수진도 극찬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영과 수진이 숙소로 돌아오던 길, 빗길에서 자동차 사고가 난다. 이영은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나고, 수진은 사라졌다.

다이빙은 추락할수록 박수를 받는 특이한 스포츠 종목이다. 스포츠라는 특성상, 1위를 향해 달린다. 누구도 4위를 꿈꾸며 종목에 임하지 않는다. 투명한 욕망이다. 그런데 그 속에 어릴 때부터 친한 두 친구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가 1등을 하면, 나는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스릴러'라는 지점과 훌륭하게 만날 수 있었던 이유다.

친한 두 사람의 심리를 '스릴러' 장르로 풀어냈다는 면에서, 영화 '장화, 홍련'(2003)을 떠올리게도 한다. 또한, 추락하는 그 짧은 순간 완벽한 연기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영화 '블랙스완'(2011)도 떠올리게 한다. 최고의 자리에 앉고 싶은 여자를 영화 '디바'라는 제목 속에 담아낸 듯하다.

'디바'를 이끌어가는 것은 배우 신민아다. 신민아는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다이빙 선수로 등장한다. 이영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배려있고, 실력까지 출중하다. 그런데, 추락하는 지점에서 확 달라진 표정을 보인다. '러블리'의 대명사로 불리던 신민아는 이를 맨얼굴 속에 담아 낸다. "수영복을 전투복처럼 입고"라는 그의 말이 공감 가는 지점이다. 처음 만나는 신민아라는 지점에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2016)도 연상된다. 당시 배우 공효진에게 느꼈던 강렬함과 서늘함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디바' 속 신민아의 발견 역시 반갑게 다가올 것이다.

이유영은 초조하고 불안한 수진의 눈빛을 자신의 옷처럼 입었다. 중저음의 목소리 톤의 신민아와 이유영의 귀를 찌르는 듯한 목소리는 물의 이미지와 어우러지며 '스릴러' 장르를 더욱 스릴러 장르처럼 느껴지게 한다.

'디바'를 연출한 조슬예 감독은 영화 '가려진 시간', '소셜포비아', '잉투기' 등의 작품에 각본으로 참여했다. 그는 "가까이서 보면 추하지만,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는 다이빙의 이중적인 모습을 배우 신민아와 이유영을 통해 담아낸다. 상영시간 84분. 오는 9월 23일 개봉.

◆ 한줄평 : 서늘한 물 속에 떨어지는 욕망의 얼굴 (6.5점 / 1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