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The AI 창간특집 기획] 카이스트 이수영 명예교수 "AI, 산업혁명 이상의 변화 일으킬 것"

기사입력 2020.09.11 16:43
  • 이수영 카이스트 명예교수
    ▲ 이수영 카이스트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이수영 명예교수가 ‘The AI’의 창간을 기념해 축하의 말과 함께 인공지능(AI)과 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수영 교수는 “인공지능 전문 미디어 ‘The AI’ 창간을 축하합니다. AI는 ‘인공적으로 만든 지능’이며, 지능은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짖는 핵심기능’입니다. 따라서, AI는 사람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직접 관련되어 ‘기술과 산업을 융합시키는 용광로’로서 모든 사업의 가치를 높이는 ‘가능하게 하는자(enabler)’가 됩니다”라고 말하며, “또한, 소비자도 학습을 통해 생산에 기여하는 ‘생산소비자(Prosumer)’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전문가만이 아니로 모든 사람이 관계하게 됩니다. 이들 모두가 정보를 교환하고, 더 좋은 발전방향을 토의할 수 있는 상생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지금처럼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과거에도 AI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학자와 기업가가 노력을 했었다. 그 중에서도 국내에서 AI 전문가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중 하나가 카이스트의 이수영 명예교수이다.

    이수영 명예교수는 1984년 미국 뉴욕공과대학에서 전자물리학 박사를 취득한 후 국내에 들어와 카이스트에 교수로 임용됐다. 교수로 활동하면서 AI에 대한 많은 연구를 진행했으며, 한국 뇌과학 연구사업단장, 아시아-태평양 신경망학회∙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아울러, 2017년에는 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하여 AI 연구 발전에 많은 기여를 이루었다.

    다음은 이수영 교수에게 AI 산업의 미래와 디지털혁신에 대해 들어본 인터뷰 전문이다.

  • 사진제공=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소
    ▲ 사진제공=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소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지난 35년 동안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학습기반의 인공지능’ 즉, 신경망을 연구해온 이수영입니다.

    원래는 전자공학 교육을 받은 공학도이지만, 사람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지능의 기본 동작을 이해해야 AI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뇌인지 과학을 독학하고 AI 연구에 도입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1998년부터 10년간 뇌과학∙뇌공학 연구사업단을 이끌었고, 현재는 이를 발전시켜 2020년 말까지 국가 AI 플래그쉽 사업의 일환으로 ‘감성을 가진 디지털 동반자’를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금년 3월부터는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직을 물러나서, 학교에서의 과제 수행 이외에도, ALI 의 CTO나 FuturePlay의 Advisor로서 AI를 활용하고자하는 중소기업들을 돕는데 주 1.5일을 할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딥러닝 분야를 연구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공학도의 꿈 때문일 것입니다. 1986년 초 귀국하여 카이스트 조교수가 된 후, ‘내 연구결과가 사람에게 쓰여서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보고싶다’는 꿈을 가지고 새로운 연구분야를 모색했습니다.

    다행히 그 때가 현재 딥러닝의 원조인 인공신경망, 즉 ‘학습기반 인공지능’이 한동안의 암흑기를 거쳐 르네쌍스를 일으키는 시기였습니다. 법칙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지능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처럼 데이터로부터 배워서 지능을 구현하다는 기본정신에 매료되었지요.

    그 당시의 제 연구분야와 연결하여, 홀로그램을 이용하여 신경망을 구현하는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어서 신경모방 반도체칩과 신경망 구체 및 학습법칙, 음성신호처리 및 자연어 처리 등 응용 분야로 점점 확장 및 이동해 왔습니다.

  • 이수영 카이스트 명예교수
    ▲ 이수영 카이스트 명예교수

    Q. AI도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는데요, 가장 주목하고 있는 AI 분야를 하나 고른다면 무엇인가요?

    A: AI 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많은 부분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감성과 개성을 가진 인간다운 AI’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AI가 잘 못하지만, 많은 연구자와 사용자가 원하는 AI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는 AI 분야가 ‘AI 핵심기술’, ‘AI*X’, 그리고 ‘AI+X’로 나누어 진다고 생각합니다.

    ‘AI 핵심기술’은 다양한 응용에 적용될 수 있는 핵심기술, 즉 신경망 구조와 학습법칙으로 구성되는 모델입니다. 이러한 AI 핵심기술이 응용 분야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보통의 경우 특정 분야의 지식과 데이터(즉 X)에 기존의 AI 핵심기술을 도입하여 학습시키는 ‘AI+X’ 형태로 수행됩니다.

    현재 많은 응용 분야가 이런 방식으로 개발되고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곧 다른 사람이 같은 AI 핵심기술로 비슷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따라오기 쉽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연구방법인 ‘AI*X’는 특정 응용에 적합한 새로운 AI 기술을 개발함으로서, 기술적 우위에 기반한 신산업을 창출하고 후발업체가 쉽게 따라오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AI와 X, 즉 특정응용 기술이 모두 뛰어나야 새로운 융합기술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예로 들자면, ‘감성과 개성을 가진 인간다은 AI’를 위해서는 사람의 인지기능에 대한 지식과 AI 기술이 진정한 융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뇌정보처리 메커니즘에 기반 인공지능’이 중요합니다. 뇌과학은 분자수준에서 시스템수준까지 다양한 연구영역이 있으나, 특히 시스템수준의 인지과학부터 AI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신경세포의 스파이킹 모델이나 분자수준의 신호처리 메카니즘을 도입하기에는 아직 과학적 이해 및 컴퓨터 성능이 더 발전해야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딥러닝 연구개발은 연구자가 정해 놓은 신경망 구조와 학습알고리즘을 응용목적에 따라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방법이나, 사람의 지능에는 학습이 있기 전에 태어날 때 부터 이미 수백만년 진화에 의한 신경망 구조가 있습니다. 물론 무한한 시간과 학습 데이터가 있다면 진화과정까지 포함하여 신경망 모델을 최적화할 수 있고, 이런 자동기계학습(AutoML) 연구도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화의 결과인 뇌인지과정을 분석하고 이해하여, 이로부터 중요한 지식을 추출한 후 신경망 모델에 도입하는 것이 최소한 당분간은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문법을 몰라도 많이 듣고 말하면서 배울 수 있지만, 문법을 알면 훨씬 효율적으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 뇌과학과 AI 연구/자료제공=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소
    ▲ 뇌과학과 AI 연구/자료제공=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소

    Q. 앞으로 AI가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A: AI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미래 인류사회를 모든 면에서 바꾸는 중요한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도 AI의 중요성을 나타내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1차, 2차, 3차산업혁명은 인간이 잘하지 못하는 기능, 즉 대량생산, 고속 계속 및 대용량 기억, 그리고 원거리 통신을 수행하는 기계에 기반하여 인류사회를 바꾼 것입니다.

    반면에, AI는 인간의 고유 기능인 지능의 영역까지도 기계가 감당함으로서 인류사회를 획기적으로 바꾸게 됩니다. 즉,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3차 산업혁명에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큰 혁신을 이루는 것으로, 1차에서 3차까지를 1단계 산업혁명, 4차부터를 2단계 산업혁명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AI가 바꾸는 미래사회의 특징은 모든 사람이 각자의 개성과 감정에 따라 특별한 서비스를 받는다는데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사용자 개개인 보다는 일반적인 사람에 맞추어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되었습니다.

    AI는 사용자 개개인의 경험과 성격, 그리고 때에 따른 감정에 따라 적절한 반응을 하게 됩니다. 이미 인터넷 검색에서 사용자의 과거 검색 내용이 일부 반영되기도 하지만, 2단계 산업혁명이 주는 미래 사회에서는 누구나 어제 어디서나 최대로 개인화된 AI 서비스를 받게 될 것입니다.

    자율운전차 조차도 탑승자의 운전성향에 따라 다른 운전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제 아내는 저처럼 운전하는 자율운전차를 타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 자율운전차가 사고에 관여되면, 사용자가 책임을 질 수 도 있습니다.

    Q. AI가 대중화 될수록 인력을 대체하여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없어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모두 있을 것입니다. 인류 사회의 발전 역사를 보면 수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마부가 사라지고 자동차 운전사라는 직업이 생겨났지만, 현재는 대부분 자가운전을 함으로서 운전사 일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그 자리도 조만간 자율운전차 AI에 일자리를 넘겨 줄 것입니다. 그러나, 인류 사회의 발전에 따라 그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더 많은 일이 필요하게되고 일자리가 생겨날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교육과 자기계발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적극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이수영 카이스트 명예교수
    ▲ 이수영 카이스트 명예교수

    Q. 최근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디지털 뉴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은 4대 분야 12가지 정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모두를 달성하는데 AI가 핵심기술로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 뉴딜’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 자금이 모아지던, 결국은 우리의 후손들이 직간접으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므로, 이 사업의 성공 확률을 최대로 높도록 기획하고 수행되어야 합니다.

    좋은 목표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최적의 계획을 세우고,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성공확률이 높이는데 기여합니다.

    Q. 그렇다면, ‘디지털 뉴딜’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정부는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까요? 그리고 개선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A: 같은 목표라도 어떻게 기획되고, 누가 수행하며, 사후에 어떻게 평가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기획 단계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며, 여러 분야와 정책이 상호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목표도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가능한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합니다.

    단기간의 결과 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파급효과가 크고 민간이 개별적으로 할 수 없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면서, 그 결실이 민간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단순히 10을 투자하여 2년 후에 20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10년후나 20년 후에 1000 이상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우수한 사업팀의 구성이 제일 중요합니다. 특히 다양한 기술과 산업이 포함되는 신기술 사업의 경우, 관련 핵심기술과 산업을 이해하거나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춘 책임자가 단순한 행정가보다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의 예를 들면, 모아진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될지를 알아야 효율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AI에게 데이터는 사람에게 음식과 같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음성인식이나 영상인식 등 방대한 데이터가 이미 존재하고 매시간 더 축적되는 분야는 예외이지만, ‘디지털 뉴딜’에서 모아야하는 데이터는 거의 또는  완전히 없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자면, 같은 음성과 영상 데이터라도 음성인식이나 영상인식용은 한 사람이 일생동안 경험할 수 있는 데이터보다 훨씬 풍부하지만, 감정인식이나 더 나아가 신뢰 등 마음을 인식하는 음성이나 영상 데이터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데이터 수집 및 정제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최종 사용목적에 가까운 전문가가 책임을 지고, 데이터수집 전문가의 협조를 받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실제로 최종 목적에 사용하여 효용성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구축해 놓으면 누군가 어떻게 활용하겠지’라는 생각은 아무도 못쓰는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게 합니다.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는 이런 사업에서 사업팀이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입니다. 적절한 평가를 거쳐 사업팀이 선정되었다면, 그 사업을 더 잘 이해하고 수행할 사람이 따로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업수행에서 자율적 권한이 필수입니다. 그러나, 사업이 완료된 후에는, 그 성과를 면밀히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게 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물론, 이를 평가하는 사람들에게도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게 됩니다.

    Q. 코로나19가 AI 산업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어떤 변화를 줄 것으로 예측하시나요?

    A: 코로나19는 AI가 우리의 실생활에 깊게 파고드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의 검색에서부터 진단과 치료는 물론,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에도 AI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확진자와 사망자의 추세 예측은 물론, 타국에서의 확진자 유입정도도 예측하여, 방역당국이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전문의료진을 감염과 과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환자 자료수집과 전화대웅 등 일부 기능을 대신하는 AI 의료도우미의 활용도 기대됩니다.

    그러나, 더욱 많은 변화가 일반인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재택근무나 사회적 활동 기피 등 생활패턴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 결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다른 사람과의 사회생활이 어렵다면 인간과 유사한 기능을 가지나 감염 위험이 없는 AI 에이전트와의 사회생활이 대안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 AI 플래그쉽 사업으로 추진되는 디지털 도우미, 특히 감성을 가진 디지털 도우미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AI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 ‘그녀(Her)’의 사만다처럼 AI 대화 에이전트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감정을 가지며 사람과 정신적 교감을 갖고 상호작용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AI와 같이 기존에 없는 신산업은 초기에 사용자를 모이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초기 사용자를 모으고 이들의 신뢰를 받으면, 이들이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이게 되어 더욱 발전하는, 소위 ‘네크워크 효과’ 의 표본입니다.

    코로나19는 이 초기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모일수 있는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하였고,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개인화된 AI 서비스를 받는 시대로 앞당겼습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