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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간 '심판'

기사입력 2020.09.11 15:13
  • [신간 리뷰] 심판(원제 : Bienvenue au paradis)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 옮긴이 전미연 | 출판사 열린책들 |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없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이기에 인간은 사후를 궁금해하고 상상한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벌(원작은 웹툰 '신과 함께')'에는 소방관인 김자홍(차태현)이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하다 죽는다. 죽은 후 저승세계에 간 자홍은 7번의 재판을 받는다. 저승에서 벌어지는 7차례의 재판에서 자홍의 변호인은 저승사자(하정우)이고, 재판장은 염라대왕(이정재)이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 '심판'도 죽음 직후 저승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암에 걸린 남자 주인공 '아나톨 피숑'이 폐암 수술 중 숨지고, 저승에서 재판을 받는다. 천상의 법정에서는 아나톨의 인생을 돌아보고 잘잘못을 따진다. 물론 이 재판에도 주인공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등장하고, 변호사와 공방을 벌이는 검사가 나오며, 유·무죄 판결을 내리는 재판장이 있다.

    독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 한 사람의 일생을 심판한다는 주제가 무거울 수 있지만, 작가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예상밖 소소한 반전도 펼쳐진다. 이 책에서 주인공이 살아 있을 때나 죽었을 때나 옆에서 도움을 주는 수호천사의 존재보다 날카로운 지적으로 인생을 꼽씹고 반성하게 하는 검사의 말들이 독자에게 더 와닿는다. 영화 '신과 함께'를 봤다면, 환생에 대한 관점을 책과 비교하면서 읽어 보는 것도 좋다.
  • '심판'은 프랑스에서 2015년 '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Bienvenue au paradis)'로 출간 되었으며 희곡이다. 책은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막에서는 수술 중 사망한 주인공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천국에 도착하여 변호사 · 검사 · 판사를 차례로 만난다. 제2막은 주인공의 지난 생을 돌이켜보는 절차가 진행되며, 제3막은 다음 생을 결정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주인공은 방금 전 사망한 아나톨 피숑. 살아 있을 때 판사로 일했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자마자 피고인의 처지가 된다. 골초였던 그는 폐암에 걸렸고, 인력이 부족한 휴가철에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소생하지 못한다. 그는 이제 심판에 따라 천국에 남아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태어나야 할 수도 있다.

    아나톨은 자신이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및 가장, 좋은 직업인으로 살았다고 주장하고, 아나톨의 수호천사이자 변호를 맡은 카롤린 역시 어떻게든 그의 좋은 점을 부각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검사 베르트랑은 생각지도 못한 죄를 들추어낸다. '심판'을 읽으면,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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