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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의 전설', '전망 좋은 방', '트로이' 등 20세기 마스터피스로 손꼽히는 영화의 재개봉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카데미 3개 부문을 수상하며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필람작’으로 손꼽히는 20세기 영화 한 편이 다시 우리 곁을 찾아온다. 바로 1992년에 첫 개봉한 영화 ‘하워즈 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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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산층 가문인 슈레겔의 ‘마거릿’(엠마 톰슨)과 ‘헬렌’(헬레나 본햄 카터) 자매는 부유한 윌콕스 가문은 헬렌과 헨리 윌콕스(안소니 홉킨스)의 차남이 하룻밤 만에 약혼했다 파혼하는 헤프닝으로 어색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마거릿은 다시 만난 헨리 윌콕스의 부인 루스(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친구가 되어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던 중 윌콕스 가족은 병으로 죽은 루스가 자신이 결혼 전까지 지낸 시골집 ‘하워즈 엔드’를 마거릿에게 남긴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하워즈 엔드에 깊은 유대감과 애정을 갖고 있었던 루스가 집을 단지 재산의 하나로만 여기는 윌콕스 가족 대신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어준 마거릿에게 ‘하워즈 엔드’를 주겠다는 메모를 남긴 것이다.
냉정하고 소유욕이 강한 윌콕스 가족은 루스의 메모를 불태우고 다시는 슈레겔 가문과 만나지 않기로 다짐하지만, 새로운 집을 찾는 과정에서 다시 만난 헨리와 마거릿이 결혼하며 두 가문은 다시 얽히게 된다. 그리고 하워즈 엔드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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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헬렌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하층민 노동자 ‘레너드 바스트’와 우연히 알게 되고, 지성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그리고 헨리가 알려준 잘못된 정보로 인해 레너드가 일자리를 잃자 헬렌은 이 모든 것을 헨리의 탓으로 돌린다.
이로 인해 마거릿과 헬렌은 갈등을 빚게 되고, 이는 계급 간의 입장차이로 벌어지며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악화한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헬렌이 떠나버리며, 이야기는 극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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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워즈 엔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과 자아를 찾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20세기 초 영국 중산층 사회의 인습적이며 위선적인 생활 풍속도와 이기심, 인간 내부의 혼돈과 모순의 무질서를 이중 구조적 시각으로 들춰낸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그들의 심리가 모두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영화는 분명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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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톰슨, 헬레나 본햄 카터, 안소니 홉킨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등 걸출한 배우들의 28년 전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 ‘하워즈 엔드’. 클래식 드라마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영화는 9월 3일 개봉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