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끼리는 정치 얘기 하는 거 아니야”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수많은 의견 대립들이 ‘좌파’냐 ‘우퍄’냐 극단의 프레임으로 짜이고 있다.이런 시기에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소설가 김봄이 첫 산문집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를 출간했다. 김봄 작가는 정치 색으로 갈린 70대 엄마와 40대 딸이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에 접근한다. 이 문제들이 과연 ‘좌우’의 시각으로만 판단 내려질 수 있는 것인가 질문하며, 대한민국의 축소판과도 같은 ‘가족사’를 통해 공생(共生)의 전략과 해법은 없는지 고민하게 한다.제아무리 피를 나눈 부모 자식 사이도, 형제 간도 ‘표’를 찍을 땐 각자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존재하므로 정치적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선거를 앞두고 집안에서 정치 이야기로 논란이 불거지다가 고성이 오가고, 결국에는 치고받고 싸우는 상황에까지 이르는 건 TV 드라마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 가정 속 풍경을 소개한다. 하다못해 TV 채널 하나 가지고도 가족 간 알력 다툼이 벌어지고, 진보냐 보수냐가 나눠지는 현실이다.김봄 작가는 오래전 기억 속의 이야기, 그리고 사소한 일상 속 대화들을 채집해내어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들이 살아가는 ‘정치 풍속도’를 친숙하고도 실감 있게 그려냈다.
-
“나는 보수 부모의 돈으로 자랐다. 그 돈으로 학원에 다녔고, 책을 사 읽었다”작가는 그 덕에 진보의 가치를 접했고, 진보적으로 사고하게 되었으며 다르지만 다른 모습 그대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는 좌충우돌하며 삐걱거리지만 결국 타협하며 한 발씩 나아가 공생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 이찬란 기자 chanlan@chosun.com
최신뉴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dizz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