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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광범위한 산업에서 부를 창출하며, 많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기존의 많은 직업들의 성격을 크게 변화시키며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영역에서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미래의 노동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하여는 인공지능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직업과 업무의 성격에 따라서 요구되는 전문성의 수준은 다 다르다. AI 제품과 서비스가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도 AI에 대한 폭 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첨단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엔지니어는 첨단 도구를 사용하여 혁신을 이끌 능력이 필요하다. 국가는 미래의 인력이 AI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가 언제 어디서나 직군 별, 생애주기 별, 맞춤형 AI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의 교육 정책을 보면 국가 차원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안 보이고 부처 차원의 자잘한 사업을 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들이 과연 빠르게 변하는 컴퓨팅 기술의 집합체인 AI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지도 걱정이 앞선다.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AI 소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한 도시에 AI 고등학교를 10개 설립하겠다는 선언에는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기술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모든 수준의 교육에서 그 목표여야 할 것이다.
이에 AI 시대의 공교육 혁신, 초∙중∙고에서의 AI 교육, AI 전문가의 양성, 대학에서의 융합교육을 4회에 걸쳐서 다루고자 한다.
미래를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는 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교육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일자리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능력을 제공해야 한다. 2030년까지 700만 개의 일자리가 소멸되고 오늘날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학생의 65%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한다.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가장 핵심적인 교육 목표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혁신과 학습의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 배양도 필수적이다. 이에 더해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고, 빠르게 적응하고자 하는 인성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은 문제가 많다. 모든 것이 입시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창의력, 적응력보다는 기억 능력을 강조한다. 심지어는 대학 교육까지도 취직시험을 목표로 한다. 전국에서 동일한 문제로 동일한 시간에 수능시험을 치는 관행이 암기 평가를 강요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알아서 학생을 선발하도록 풀어 주어야 한다. 인터넷과 AI가 일상이 되는 세상에서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빨리 혁신하여야 한다. 오래 전에 형성된 교과 과정과 교육 방법은 AI 시대를 대비하여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 교육이 속히 비판적 사고력∙창의력∙소통 능력∙협동 능력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으로 혁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능력은 지금의 직장에서도 그렇지만, 미래의 일자리에서 성공하기 위해 꼭 갖추어야 하는 능력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 능력이다. 비판적 사고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시작이다. 알려진 것이 옳은 것일까? 다른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왜 그럴까? 등을 부단히 질문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여 진실을 발견하는 능력을 배양한다. 이 능력을 통해 넘치는 정보 속에서 옳고 정확한 것을 가릴 수 있고, 스스로 발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독립심과 목표지향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둘째는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하는 방법이다. 창의성은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 봄으로써 배울 수 있다. 창의성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문제들을 보는 것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것이다. 창의적인 노력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더 나은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 창의성은 소프트웨어와 AI 등의 디지털 혁신기술과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빛을 본다.
셋째는 소통 능력이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소통 통로가 다양해짐에 따라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이메일, 메시지 등의 문자 통신으로 맥락을 전달하고, 이해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지만, 소리가 전달되는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의사를 소통하는 법이 여전히 중요하다. 자신의 요점을 잃지 않고 효율적으로 아이디어를 전달하여야 하며, 대화 상대자나 청중들의 상황을 확인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넷째는 협업 능력이다. 협업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함께 일한다. 때문에 협업 능력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설명하며, 최선의 행동을 결정하는 방법을 협업과 팀워크 통하여 배우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항상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아이디어가 있을 때 주장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이와 같은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팀 프로젝트 수업이 최고의 효과를 낸다. 동영상 등으로 학생이 스스로 배우고 수업에 들어와서 토론하는 꺼꾸로 교실의 수업 방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그들 주변에서 관심있는 문제를 골라서 팀별로 협업하여 해결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컴퓨터 프로그래밍, 3D프린팅 등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기술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프로젝트의 목표, 수행 과정과 결과를 여러 사람에게 발표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부 인사를 초청한 데모 행사 등을 통하여 개발된 작품을 시연하거나 멀티미디어 발표자료로 설명하게 함으로써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끼를 살린 발표력을 훈련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의 실천으로 학교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 프로젝트교육을 통해서 개인별 경쟁에서 팀 협업으로 승화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지적으로 예리하면서도, 새로운 것에 쉽게 적응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각하고 일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창의력, 주도력, 적응력을 양성한다면 AI가 어떠한 변화를 가져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초∙중∙고 정규 교육의 혁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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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교수 약력]
2019.09 ~ 현 재 중앙대학교 소프트웨어대학 석좌교수
2016.07 ~ 2019.06 인공지능연구원(AIRI) 원장
1985.09 ~ 2014.08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현재 명예교수
2013.12 ~ 2017.12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민간위원장
2013.12 ~ 2016.07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 글=김진형 중앙대학교 석좌교수
- 편집=이주상 기자 jsf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