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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현대판 연좌제를 보는 듯하다. 과거 '빚투'라는 이름으로 연예인 가족으로부터 당한 사기 피해글이 게재되며 많은 화제를 모았는데, 최근 대세로 떠오른 한소희 역시 비슷한 폭로를 겪게 됐다. 이에 한소희는 자신의 가정사를 밝히며, 어머니와 거의 교류가 없는 상황에도 자녀된 도리로 변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처럼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부모의 빚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물론 자녀 된 도리로서 부모의 채무를 대신하는 것이 아닌, 함께 변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락이 두절되어 교류가 없거나, 의절한 상황에서도 '연예인 자녀'의 이름을 팔며 사기를 치는 부모의 몫까지 이들이 책임을 져야만 할까. -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부부의 세계'로 뜬 배우의 모친으로부터 '곗돈 사기'를 당했다는 폭로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해당 배우를 한소희(본명 이소희)라고 언급하며, 해당 금액 변제를 통해 자신의 고통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밝혔다. 적은 돈이 아닌 만큼, 피해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사기꾼의 딸은 방송에 잘만 나오는데, 왜 내 돈은 갚지 않을까 의심이 들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한소희는 "그간 저를 길러준 할머니의 딸이자, 자식 된 도리로 데뷔 전부터 어머니의 빚을 변제해 왔는데, 데뷔 후 어머니가 제 이름과 활동을 방패삼아 돈을 빌린 후 변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머니가 빌린 채무 서류 속에는 나도 모르는 차용증, 제 명의로 받은 빚의 금액이 감당할 수 없이 커져있었다"라며 "변제해주는 것만이 해결책으로 생각했던 불찰로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긴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고 그간의 상황을 밝혔다.
결국 한소희 역시 모친의 사기 행각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간 할머니의 손에서 길러지며 어머니와는 왕래가 없었고, 어머니의 채무를 알게 된 이후에는 자신이 번 돈 모두를 채무 변제에 힘을 쏟았던 것. 한소희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
지난해 김혜수 역시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그의 모친이 지인들로부터 약 13억 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내용이 보도된 것. 이에 대해 김혜수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어머니가 십수 년 전부터 많은 금전문제를 일으켰고, 김혜수는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머니를 대신해 변제 책임을 떠안아왔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2012년 경, 김혜수는 전 재산으로도 감당못할 어머니의 빚을 부담하면서 불화를 겪었고, 앞으로 금전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관계를 끊었다"라는 가족사를 밝히며 "연락을 단절한 어머니 측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선의로 어머니를 도운 분들께는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모가 벌이는 부당한 의도에 대해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은 근본적 해결 방법이 되지 못했다"라며 빚을 진 당사자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전했다. -
차예련 역시 가정사를 고백해야만 했다. 그의 아버지는 2015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던 인물로, 당시에는 '유명 여배우 아버지'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한 누리꾼의 제보로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차예련은 19살 이후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살았다는 가정사를 고백하며 "채무자들이 연예인인 자신의 이름을 믿고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말에 책임감을 느껴 빚을 갚았고, 출연료도 모두 빚을 갚는 것에 사용했다"라며 당시 약 10억원 이상을 변제했다고 전했다. 특히 차예련은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바람을 덧붙였다.
마마무 휘인 역시 연락이 두절된 친아버지로 인한 피해를 겪었다. 휘인 아버지의 빚투를 폭로한 누리꾼은 사기 가해자가 자신의 딸이 마마무라는 것을 강조하며 금전 거래에서 대금 지급을 미뤄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휘인은 "가장으로서 역할을 등한시한 친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랐고, 이로 인해 부모님은 2012년 이혼을 하셨다. 친아버지와는 몇 년동안 교류도 없고, 연락이 오간적도 없다"라며 "이러한 상황 속 피해 사실을 접해 당황스럽고, 가족들과 상의해 원만히 해결하겠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
이 밖에 핫펠트(전 원더걸스 예은), 한고은, 소녀시대 티파니 등은 부친과 의절했음에도,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금액을 대신 변제하라는 압박을 받아 꾸준히 빚을 갚기 위해 힘을 쏟아왔다. 그럼에도 자식의 이름을 판 부친의 사기 행각이 계속됐고, 결국 '빚투' 폭로로 이어져 자신의 가정사를 스스로 밝혀야만 하는 가혹한 상황을 겪었다.
'빚투'의 시작이 된 마이크로닷의 경우, 부모가 모두 방송에 등장한 것은 물론,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만큼, 논란 이후 동정 여론조차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불거졌던 여러 폭로 사례는 마치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듯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물론 사기를 당한 피해자 역시 어떻게든 자신이 겪은 피해를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억울한 피해를 당했을 이들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가서는 안 된다. 다만, 피해자들 역시 가해자를 명확히 해야만 하고, 혹여나 그 가해자의 자녀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 연예 칼럼니스트 하나영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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