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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강동원 “남의 돈으로 찍었으니, 최소한 이자 더해 돌려드리고파”

기사입력 2020.07.15.07:30
  • 영화 '반도'에서 정석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 / 사진 : NEW 제공
    ▲ 영화 '반도'에서 정석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 / 사진 : NEW 제공
    배우 강동원은 살며시 우산을 든 순간부터(영화 ‘늑대의 유혹’(2004)), 여심의 중심에 있었고, 작품의 중심에 있었다. 늘 중심에 있던 사람이기에 “옛날에 핫하셨다”는 8살 아역 배우의 말이 달리 들렸고, “남을 힘들게 하면서까지”라는 인간적인 가치관이 낯설게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거의 변함이 없다. 과거 인터뷰 때부터 유달리 영화의 손익분기점에 큰 책임감을 느끼던 강동원이었다. “남의 돈으로 찍은 영화 이자라도 더해서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라는 무심한 듯한 한 마디는 주연배우로서 강동원이 가지고 있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한 마디였다. 그렇기에 ‘반도’는 무겁게 선택했고, “열심히” 촬영했고, 여러 번 관람하며 관객과 만날 마음을 다지고 있다.

    강동원이 ‘반도’를 선택하게 된 것은 연상호 감독과 ‘인간적인 가치관’이 통한 덕이 크다. 강동원은 연상화 감독을 만나 “촬영이 일찍 끝난다는 소문이 맞냐”고 물었고, 연상호 감독은 “남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맞는지, 내가 성공하기 위해 사람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 영화 '반도'에서 정석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 스틸컷 / 사진 : NEW 제공
    ▲ 영화 '반도'에서 정석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 스틸컷 / 사진 : NEW 제공
    주연배우라면, 응당 작품의 운전대를 잡고 이쪽저쪽으로 끌고 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반도’에서 강동원은 그렇지 않다. 운전대는 배우 이정현과 이레가 잡고, 강동원은 뒷자리에 앉아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기절할 정도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강동원이 장르’라는 말도 있었는데, ‘반도’에서 그는 자기가 있어야 할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고 촬영에 돌입했다.

    “정석이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고, 진짜 히어로는 살아남은 사람들이죠. 제 캐릭터는 뭐, 좀 밋밋하죠. 제가 약간 짐짝 같은 느낌. 하지만, 관객들의 감정선은 정석을 따라와야 하는 영화라, 그걸 어떻게 잘 끌고 가느냐가 관건이었어요. 만약에 정석의 톤이 흔들리면, 중간에 무너져버리거든요.”

    “정석이 처음에 결정을 하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런 것들도 사실 연상호 감독님과 얘기해서 출발한 거고요. 정석은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면서 본인의 자괴감도 커지죠. 그런 것들이 쌓여가죠. 영화적으로 보면 큰 건 아닐 수도 있지만, 관객의 감정선을 위해 고민을 한 부분이죠.”
  • 영화 '반도'에서 정석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 / 사진 : NEW 제공
    ▲ 영화 '반도'에서 정석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 / 사진 : NEW 제공
    ‘반도’의 플롯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강동원 역시 “처음부터 기둥이 좋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인물에 너무 포커스를 맞추지도 않아요. 만약, 그랬다면 다 얘기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제작비는 늘 모자라고요. 어떤 영화를 찍어도 모자라요. 그리고 제작비가 커질수록 주요 스태프들의 부담은 커져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제작비가 커지면 수익을 맞추기가 힘들어지잖아요.”

    “어쨌든 투자금을 회수해드려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죠. 엄청난 책임감이 있어요. 저는 단순하게 말하면, 남의 돈을 빌렸으니 최소한의 이자는 쳐서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이번에 못 하면 다음번에는 꼭. 잃은 만큼 회수해드려야 한다. 그래서 전 열심히 해요.”

    여전한 것은 강동원의 액션이다. 이미, 영화 ‘전우치’(2009), ‘군도: 민란의 시대’(2014)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액션 연기에 대한 신뢰를 쌓아왔다. 관객뿐만이 아니다. 액션 팀과도 신뢰가 깊다. 강동원이 “그동안 배워온 것을 많이 때려 넣은 작품”이라고 말하는데도 다 이유가 있다.

    “촬영 전에 제가 뭘 준비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준비할 거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운동 계속하면 괜찮다고. 책에서 배운 건 금방금방 까먹는데, 몸이 기억한 것들은 쉽게 까먹지 않아요. 총기 액션도 그렇고요. 제가 액션 자부심이 있고 그런 건 아니고요. 정두홍 감독님의 말씀을 그대로 옮긴 것뿐입니다.”

    ‘반도’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다. 강동원은 영화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과연 강동원이 생각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 ‘반도’처럼 단순하고, 명확하게 답한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이상적으로 생각해요.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 나도 행복하고 싶다. 나만 행복하고 싶지는 않고요.”
  • 영화 '반도'에서 정석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 / 사진 : NEW 제공
    ▲ 영화 '반도'에서 정석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 / 사진 :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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