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좀비물 신드롬을 일으킨 '부산행'의 시퀄이 올여름에 베일을 벗는다. '부산행' 4년 후를 배경으로, 폐허가 된 반도를 배경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다룬 영화 '반도'의 제작보고회가 16일 온라인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부산행', '서울역'에 이어 '반도'로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를 선보이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K-좀비물의 흥행을 이을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레, 이예원이 참석했다.

연상호 감독은 '반도'에 대해 "'부산행' 당시 (반도를) 탈출했다가 4년 후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반도로 돌아오는 인물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부산행' 시퀄을 선보이게 된 계기를 묻자 연 감독은 "정확한 시작은 '부산행'을 찍을 때 장소 헌팅을 다니다가 폐허 같은 데를 많이 봤다. 그런 데를 찾아 돌아다니다 보니 ''부산행'이 잘되면 이런 곳에서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익숙했던 한국을 폐허가 된 상태로 4년 정도 버려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일을 많이 상상했다. 홍수가 일어나 배수가 잘 안 되면 물도 넘쳤을 거고, 그러면 차가 쓸려오기도 하고 배가 넘어지기도 하고 했을 것 같았다"며 리얼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천만 영화 '부산행'을 내놓은만큼, 후속작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지 묻자, 연 감독은 "부담감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흥행에 대한 부담보다 영화 자체를 '부산행'과 이어지면서 별개의 완성도 높은 유니크한 작품을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덧붙였다.

'부산행'에서 공유, 마동석, 정유미가 흥행을 이끌었다면, '반도'에서는 강동원, 이정현이 극을 이끈다. 극 중 강동원은 4년 전 나라를 휩쓴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전직 군인 '정석' 역을 맡았다. 정석은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다시 고국으로 향한다. 이정현이 연기한 '민정'은 폐허가 된 반도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은 들개 같은 생존자다. 좀비와 631부대의 습격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려 하는 민정은 반도를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목숨을 건다.

혼돈의 세상에 놓인 각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강동원과 이정현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았다. 강동원은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다. 배우로서 전작이 있던 작품의 뒷이야기를 한다는 게 약간 부담일 수도 있고, 배우로서 욕심이 덜 났을 수도 있는데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보여준 영화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참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정현은 "원래도 좀비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특히 감독님의 '부산행'을 정말 재밌게 봤다"며 "한국에서 이런 좀비 영화가 나온다는 게 되게 자랑스러웠다. KTX 같은 일상적인 공간이 그려지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팬심을 드러냈다. 그는 "그런데 갑자기 (캐스팅) 연락이 와서 정말 깜짝 놀랐다. 캐릭터도 너무 좋고, 시나리오도 정말 재밌어서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반도'는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국내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연 감독은 2012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2016년 '부산행'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공식 초청된 데 이어 세 번째 칸의 선택을 받았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을 잇는 감독이라는 극찬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저도 제 작품의 어떤 점이 칸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하다"고 겸손해했다. 이어 "좋게 봐주셔서 다행스러울 뿐이다. 제가 여섯 작품 정도 했는데, 세 작품이 (칸의) 선택을 받았다"며 "선택받은 셋과 나머지 셋이 어떻게 다른지 아직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학구열을 불태웠다.

하지만 연 감독과 배우들은 칸 행 열차에 몸을 싣지는 못했다. 코로나19 탓에 '제73회 칸 영화제(2020)'가 전격 취소된 것. 대신 칸 영화제가 선정한 작품은 '칸 국제영화제 선정작'이라는 승인을 받게 된다.

'반도' 주역들은 칸에 입성한 것에 벅찬 소감을 전했다. 강동원은 "칸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되지는 않았지만 큰 영광이다. 외국 친구들도 다 연락 와서 축하한다고 하더라"라고 주위의 반응을 전했다.

'반도'로 첫 액션 블록버스터에 도전한 이정현은 "칸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칸에서 초청된 영화에 나와서 좋은 연기 보여드릴 수 있어 좋다. 이런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반도'에는 생존을 위해 처절히 몸부림치는 여러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김도윤은 정석의 매형이자 4년 전 재난으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철민'으로 분해 강동원과 가족 케미를 펼친다. 이레는 폐허가 된 세상에서 자라나 생존을 위해 운전대를 잡은 '준이'를, 아역배우 이예원은 RC카를 조종하며 좀비를 따돌리는 '유진' 역을 맡아 이정현과 모녀 호흡을 맞춘다. 이들과 함께 지내는 또 다른 생존자이자 전직 군 간부 '김 노인'은 베테랑 배우 권해효가 연기한다.

여기에 좀비떼의 습격으로 미쳐버린 사람들도 있다. 김민재는 국가기능을 상실한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 소대장 '황 중사'로 분하고, 독립영화계의 스타 구교환은 겉과 속이 다른 무자비한 631부대 지휘관 '서 대위' 역을 맡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생존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의 향연과 리얼한 좀비들이 뭉쳐 다시 한번 K-좀비 열풍을 불어올 전망이다. 오는 7월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