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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는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초여름의 아름다운 숲길에서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추억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6월의 걷기 여행길 주제를 '책 향기 따라 걷는 길'로 정하고 용인, 춘천, 제주, 마포, 부산 등 전국의 길 5곳을 추천했다.
6월 걷기 여행길용인너울길 05코스 ‘민속촌너울길’ -
용인 ‘민속촌너울길’은 민속촌입구삼거리에서 출발해 같은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약 9km의 순환형 코스 길이다. 천천히 걷는 평화로운 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용인너울길’의 5코스인 ‘민속촌너울길’은 생태공원인 ‘구갈레스피아’를 가로지르고 있어 심신을 힐링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시작점인 민속촌입구삼거리에는 독립서점인 ‘희재서사’와 ‘반달서림’이 있어 걷기 여행의 시작 전, 책 한 권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민속촌너울길’의 또 다른 특징은 역사와 문화, 자연을 아우른다는 점이다. ‘민속촌너울길’을 걷다보면 조선 전기의 정자인 사은정(용인 향토유적 제50호)을 비롯해, 한국의 전통미를 관람할 수 있는 한국민속촌, 2008년 10월에 개관한 백남준 아트센터, 그리고 아름다운 숲길까지 만날 수 있다.
코스경로
- 1코스 : 민속촌입구삼거리~상갈주공아파트~백남준아트센터~구갈레스피아~지곡초교삼거리~사은정입구~민속촌입구삼거리
- 2코스 : 지곡초교삼거리~구갈레스피아~백남준아트센터~상갈주공아파트~민속촌입구삼거리총 거리 : 9.0km
봄내길 04코스 ‘의암호 나들길’ -
‘봄내길’의 봄내는 봄이 빨리 오는 강이라는 춘천의 순우리말로, 총 8개의 코스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 4코스인 ‘의암호 나들길’은 사계절 언제 걸어도 좋으나, 특히 봄기운이 넘실거리는 늦봄에 걷기 좋다. 상쾌한 봄바람을 따라 잔잔한 호수와 초록을 품은 숲, 그 뒤로 병풍처럼 이어진 능선이 ‘의암호 나들길’의 봄 모습이다.
길을 걷다보면 춘천문학공원에서 춘천이 자랑하는 청년작가 김유정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문학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시가 새겨진 시비(詩碑)를 볼 수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김유정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에서 문학 시간 이후 까맣게 잊고 지내던 <동백꽃>을 꺼내 읽다보면, 앞으로 남은 길 위에서는 ‘점순이’와 ‘나’의 이야기가 계속 떠오를 것만 같다. 공원과 맞닿은 의암호의 절경도 ‘의암호 나들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의암호 저편으로는 춘천의 명산 삼악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한다. 강바람과 그 바람이 전해주는 풀내음이 답답했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코스경로 : 서면 수변공원→눈늪나루→둑길→성재봉→마을길→오미나루(경찰충혼탑 앞)→신매대교→호반산책로→소양2교→근화동 배터→공지천→어린이회관→봉황대
총 거리 : 14.2km
제주 올레길 21코스(하도-종달 올레) -
제주를 한 바퀴 빙 도는 ‘제주 올레길’은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세화해변을 마주한 구좌읍 하도리 해녀박물관에서 종달까지 이어지는 ‘제주 올레길 21코스’는 제주 올레길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코스답게 제주도의 대표적인 매력을 한데 모아 이어놓은 듯한 길이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풍경은 제주의 전통 농업문화 중 하나인 '밭담'이다. 밭담은 바람이 강한 제주도에서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무암 등을 사용해 쌓은 담이다. 밭담이 펼쳐진 들판 너머로 제주 동부의 오름 군락과 한라산의 실루엣을 멀리서나마 감상할 수도 있다.
또한, 조선시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성벽 '별방진'에 오르면 하도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바다와, 가정집이 옹기종기 모여 자아내는 마을 풍경을 한없이 내려다보는 것도 가능하다. 제주 동부의 다채로운 풍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미봉은 이 길의 하이라이트이다. 문주란과 수국의 개화를 기다렸다가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제주 올레길 21코스’ 곳곳에는 독립서점도 있어,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하는 길이다. 길 중간 지점에서 찾을 수 있는 독립서점 '언제라도'는 옛 가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곳으로,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출판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제주 올레길 21코스’ 종점 부근에서 운영 중인 '소심한책방'은 서가에 꽂힌 도서의 진열 이유를 담은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어 서점 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구매한 책은 길 곳곳에 설치된 야외 테이블, 정자, 카페 등에서 읽을 수도 있다.
코스경로 : 제주해녀박물관 → 연대동산 → 별방진→ 해안도로 및 석다원 → 토끼섬 → 하도해수욕장 → 지미봉오르는길 → 지미봉 정상 → 종달바당
총 거리 : 11.3km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 -
옛 기찻길을 걷어내고 경의선숲길(6.3km)이 2016년 만들어졌다. 홍제천부터 용산 문화체육센터까지 이어지는 공원구간(4.4km)과 경의선 전철 및 공항철도 역사 구간(1.9km)은 복잡한 도심 속에서 시민들의 소중한 쉼터로 탈바꿈했다. 그 중 서천교에서 서강대역으로 이어지는 약 2km의 연남동 경의선숲길은 개성있는 책방을 보물찾기하듯 구경하거나, 힘들면 벤치, 잔디 위에 앉아 경의선숲길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좋다.
책을 좋아하거나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면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경의선 책거리를 걸어보자. 9개의 테마를 가진 책 부스,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책거리 역’을 비롯해 조형물들이 많이 설치돼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홍대입구역 숲길 인근에는 개성있는 독립서점이 많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서점 리스본 포르투’ 1,2호점, ‘책방곱셈’, ‘그림책학교’, ‘헬로 인디북스’, ‘사이에’ 등 독립서점에서 다양하게 큐레이션된 책을 찾아보는 책방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서강대역과 홍대입구역 6번 출구 근방엔 숲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카페도 많아 쉬어가기 좋다.
코스경로 : 서천교 - 홍대입구역 - 경의선 책거리 – 서강대역
총 거리 : 2.0km부산 갈맷길 03코스 02구간 -
부산 ‘갈맷길’에는 근현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코스가 있다. 바로 ‘갈맷길 3코스 2구간’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의류, 한복 도매시장인 부산진시장에서 시작해 산복도로를 따라 국제시장, 자갈치시장을 지나 영도까지 이어지는 제법 긴 코스로 중간중간 바뀌는 부산의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길 초입의 부산진교회와 부산진일신여학교는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어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하기도 좋다. 아기자기한 산복도로에는 예쁜 골목길과 캐릭터가 그려진 가게들이 있어 가는 곳곳 사진을 찍는 것도 추천한다.
‘갈맷길 3코스 2구간’에는 다양한 시장이 있는데, 각각 독특한 매력이 있어 이를 비교하며 구경하는 것도 큰 재미다. 큰 상가건물의 의류 도매시장인 부산진시장, 없는게 없고 군것질거리가 많은 국제시장, 수산물 집합소인 자갈치시장, 건어물의 향이 골목에서 물씬 풍기는 남포동건어물시장까지. 발길을 사로잡는 시장들을 천천히 구경하기에 좋다.
길 중간에는 책향기가 물씬 풍기는 독립서점 ‘주책공사’가 있다. 커피 한잔 값에 책을 읽다갈 수 있어 무거웠던 발걸음도 절로 가벼워진다. 독특한 서점 이름 덕분에 피식 웃게 된다. 주책공사에는 독립서적과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적절히 섞여있어 두루두루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또한 작가들이 직접 남겨놓은 메모들이 책 앞에 붙어 있어, 작가들의 뒷이야기를 들어 보는 재미가 있다.
시간이 맞으면 우리나라의 유일한 도개교인 영도대교의 도개모습을 보고, 은빛 윤슬이 반짝이는 흰여울문화마을의 초입인 영도 브릿지수변테마공원까지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바닷길을 벗삼아 잘 가꾸어진 산책로를 걷다보면, 절로 마음이 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코스경로 : 부산진시장 - 증산공원 - 초량성당 - 부산역 - 백산기념관 - 부산근대역사관 - 국제시장 - 자갈치시장 - 영도대교 – 남항대교
총 거리 : 16.0km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