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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는 ‘이자벨’(미셸 윌리엄스)은 세계적인 미디어그룹 대표 ‘테레사’(줄리안 무어)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제안받는다. 후원 조건은 이자벨이 뉴욕으로 와서 현지 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 이자벨은 고아원 아이들과 떨어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뉴욕으로 향한다.
뉴욕에 도착한 그녀를 위해 테레사는 호텔 스위트룸을 제공하는 등 최고급 대우를 해주지만, 후원금 협상에 대해서는 도통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던 테레사는 자신의 딸 ‘그레이스’(애비 퀸)의 결혼식에 테레사를 초대하고, 테레사가 보내 준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에 참석한 이자벨은 결혼식장에서 뜻밖의 인물과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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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아이러니한 인연으로 얽힌 두 여인의 운명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이자벨이 결혼식에서 만난 사람은 테레사의 남편인 ‘오스카’(빌리 크루덥)로, 20년 전 그녀의 헤어진 남자친구였다.
과거 두 사람은 딸 그레이스를 낳았지만, 키울 능력이 없어 아이를 입양 보내고 각자의 길을 떠나자고 약속했었다. 이자벨은 약속대로 아이를 입양기관에 맡긴 후 떠났지만, 오스카는 입양 철회 마지막 날 아이를 다시 데려와 싱글대디로 키우다 테레사를 만나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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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전개는 이들의 얽히고설킨 인연이 드러나며, 급격히 달라진다. 이자벨, 테레사, 오스카 그리고 그레이스는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에 갈등을 겪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소 다르게 흘러간다.
이자벨은 그레이스에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라고 말하고, 그레이스는 그런 생모를 원망하기에 앞서 이해해준다. 테레사는 이자벨에게 “착한 일을 한다고 딸을 버린 과거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지만, 가슴으로 낳아 사랑으로 키운 딸 그레이스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여기에 생모를 찾아 반가워하는 자신을 탐탁해 하지 않는 남편과의 결혼을 후회하는 그레이스의 고민이 겹치며, 영화는 운명과 선택에 대한 주제를 더 다채롭게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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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예상하는 결말을 보여주긴 하지만, 다양한 관계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오늘(23일) 개봉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