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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에 이어 '부부의 세계'까지, 연달아 대표작을 경신하고 있는 주목할 만한 배우 김영민. 우리에게 눈도장을 찍은 지 몇 년 되지 않은 그는 사실 연극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나든 22년 차 베테랑 배우다.
1999년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김영민은 같은 해 '내게서 멀어지는 것은 작다', '나운규'를 시작으로 연극 활동에 돌입한다. 연극판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쌓은 그는 2001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수취인불명'에서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지흠' 역에 캐스팅돼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청년 승려로 변신, 영화 '멋진 하루'(2008), '킬 미'(2009),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 '퍼펙트 게임'(2011),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협녀, 칼의 기억'(2015) 등에서 로맨스, 액션, 스릴러, 사극을 오가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
김영민은 연기 경력만큼이나 다작 배우이기도 하다. 안방극장 데뷔작 '베토벤 바이러스'(2008)에서 천재 지휘자 '정명환' 역을 맡은 김영민은 강마에스트로(김명민)과 라이벌 구도를 선보이며 '강마에 신드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그런 그가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건 2018년부터라 할 수 있다. 이 해 '나의 아저씨'에서 선배의 아내와 내연 관계에 빠진 캐릭터로 안방극장에 분노를 유발한 것. 김영민이 연기한 '도준영'은 박동훈(이선균)의 대학 후배이자 직장 상사로, 이지안(이지은)을 이용해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인물이다. 작품 속 그는 가질 만큼 다 가졌지만, 동훈을 향한 묘한 열등감에 휩싸이는 지질남을 연기하며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기 시작한다.
기세를 몰아 김영민은 드라마 '숨바꼭질' 주연에 발탁, 재벌 후계자인 '문재상' 역을 맡아 이유리, 송창의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숨바꼭질'은 대한민국 유수의 화장품 기업의 상속녀와 그녀의 인생을 대신 살아야만 했던 또 다른 여자에게 주어진 운명, 그리고 이를 둘러싼 욕망과 비밀을 그린 드라마로, 문재상은 대기업 후계자답지 않게 허당기가 있으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존재감을 발산했다. -
2019년에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쉴 틈 없는 행보를 보여줬다. 지난해 봄 영화 '크게될 놈'에서 교도관으로 출연했고, 차기작인 드라마 '구해줘2'에서는 목사로 변신해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줬다. 가을에는 감성적인 퀴어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성소수자인 해수(이영진)에게 반한 이성애자 남성 '현우'로 변신, 해수의 비밀을 알게 된 후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고뇌하는 인물로 열연했다.
그해 겨울, 김영민은 '사랑의 불시착'으로 대표작을 경신한다. 일명 '귀때기'라 불리는 북한군 도청감실 소속 군인 '정만복'을 맡아 신스틸러로 활약한 것. 정만복은 리정혁(현빈)에게 죄책감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면서도, 순수하고 코믹한 면모뿐 아니라 철강(오만석)과의 격한 대립각을 세우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
연기 인생 22년 차인 그에게 올해는 최고의 한 해가 아닌가 싶다. 올 3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와 드라마 '부부의 세계'서 극과 극을 달리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중의 마음에 완벽히 각인됐기 때문이다.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인생 최대의 위기 속 씩씩하고 복 많은 찬실이의 현실 극복기를 담은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순항을 시작했다. 김영민은 스스로를 '장국영'이라고 우기는 귀신 '장국영'을 연기하며 영화 팬들에게 향수와 웃음을 모두 선사했다. 작품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N차 관람을 부르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 그가 브라운관에서는 중년의 섹시미를 발산하며 시청자를 매료하고 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김영민은 능력 있는 회계사이자 딩크족 '손제혁'으로 분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경제력에 미모의 현모양처까지 둔 손제혁은 마음에 품고 있던 지선우(김희애)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나쁜 남자다. 작품이 이제 막 2막에 돌입한 만큼 김영민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부부의 세계'가 그의 인생작을 경신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쏠린다.
- 연예 칼럼니스트 이우정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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