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사랑은 더 좋아하는 사람이 손해라고 한다. 사랑에 이해득실을 따질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더 좋아하는 쪽이 상대방을 맞추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랑이 일방통행으로 이어질 때 벌어진다. 아무리 사랑이 자기만족이라 하더라도, 주기만 하는 사랑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
20대 후반에 접어든 ‘테루코’(키시이 유키노)는 친구의 친구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마모루’(나리타 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그와 사귀는 사이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몇 번의 데이트를 이어왔음에도 아직 마모루에게 사귀자는 말을 듣지 못한 탓이다.
-
테루코와 달리 마모루의 감정은 애매하다. 자신이 필요할 때는 테루코를 불러내 다정하게 굴다가도, 테루코와 관계가 깊어질 만하다 싶으면 칼같이 그녀를 밀어낸다. 마모루는 이런 자신의 행동을 자신에게 올인하는 테루코의 성격이 부담스러워서라고 하지만, 정작 짝사랑하는 연상의 여인 ‘스미레’(에구치 노리코) 앞에 선 그의 모습은 테루코와 다름없다.
-
사실 마모루는 누가 봐도 ‘어장관리’ 중이다. 마모루에게 테루코는 ‘편리한’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그의 전화 한 통이면 열 일 제치고 달려오던 테루코가 회사에서 쫓겨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든 어쩌든 마모루에게 그녀의 사정은 관심 밖일 뿐이다.
결코 개선되지 못하는 관계에 집착하는 여자와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그런 관계를 이용하는 남자. 일방통행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사랑은 정말 괜찮을까?
-
영화 속 마모루와 테루코의 관계는 현실 분노를 유발하는 동시에, 묘한 공감을 일으킨다. 아마 이들이 겪는 상황과 감정이 짝사랑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어긋나고 비틀어진 관계 속에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곱씹게 만든다.
지금까지 어떤 영화에서도 보여주지 않은 독특한 방식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소설 ‘종이 달’로 유명한 가쿠다 미쓰요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는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30만 이상 관객의 흥행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키시이 유키노, 나리타 료, 후카가와 마이, 에구치 노리코, 와카바 류야 등 일본의 라이징 스타가 총 출동한 것으로도 화제를 모은 영화 ‘사랑이 뭘까’는 오늘(9일) 국내 개봉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