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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일생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긴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게 된다. 인류는 수천 년간 잠을 편안하게 자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침대와 매트리스를 사용하게 됐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 역사에 모습을 드러낸 침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잠을 자는 공간에서 취침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침대는 해충을 피하기 위한 나뭇잎 침대
최초의 침대는 오물이나 해충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살충효과가 있었던 나뭇잎, 지푸라기 등의 자연 소재를 깔아 침대를 땅에서 들어 올린 형태였다고 전해진다. 로마시대에는 건초, 양모, 깃털 등을 사용해 초기 형태의 매트리스를 만들어 사용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곡물의 껍질, 밀집, 깃털 등을 채워 패브릭 매트리스를 사용했으며, 이후 1865년 Samuel P.Kittle이 코일스프링 매트리스를 개발해 현대적인 형태의 스프링 매트리스를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
메모리폼은 1966년 NASA에서 우주선이 발사될 때 우주인들이 이착륙 시 받는 엄청난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처음 개발된 소재다. 상업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경인데, 침대 브랜드 템퍼가 메모리폼 소재를 침대에 빨리 적용한 회사 중 하나다. 이후 렘(REM) 수면이 발견되는 등 수면연구와 소재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매트리스가 출시되고 있다.
침대는 이집트 고왕조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당시 이집트 침대 다리는 동물의 다리 모양이었고, 귀부인의 침대에는 머리 모양의 흐트러짐을 막기 위한 받침대가 있었다. 이후 그리스에서는 '클리네(kline)'라는 간소한 침대가 유행했는데 주로 식사나 사교 등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됐고, 로마의 상류계층 저택에 있던 호화로운 침대도 잠을 자는 용도가 아닌 식사나 독서용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중세 영주의 저택에서는 간이침대가 사용됐는데, 당시 영주들이 사는 집에는 개별적인 방이 없어 영주와 그 친척, 하인 등이 모두 한방에 있는 간이침대에서 잠을 잤다.
귀족들에게는 사회적 권위를 상징한 침대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신분이 높은 귀족들이 사용하던 침대는 귀족의 사회적 권위를 상징하기도 했다.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군주는 '권위의 침대'라 일컫는 호화스런 장식의 침대를 회의 시 사용해 지배자의 권위를 나타냈다. -
또 귀부인들은 '공비의 침대'라는 화려한 침대도 사용했다. 이후 살롱 생활이 유행했던 무렵의 귀족들에게는 우아한 형태의 침대가 유행이었는데 '폴로네즈 침대'가 대표적이다.
18세기 사생활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생기면서 일반 주택에서도 침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인용 침대가 생겨나고 쿠션 등으로 장식한 침대도 등장했다. 이후 20세기에는 서민계급의 침대가 보급되며 실용성과 장식성을 함께 추구한 침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우리나라 최초의 침대는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이 러시아에서 들여와
우리나라 침대 역사는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이 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이 최초다. 2017년 7월 문화재청 창덕궁 관리소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후인 순정효황후가 사용했던 침대의 보수작업을 마치고 창덕궁 대조전에서 일반에 공개했다. -
순정효황후가 사용했던 침대가 국내 최초의 스프링 침대다. 이처럼 일부계층에서 사용하던 침대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우리나라 주거문화가 한옥의 좌식에서 아파트의 입식 문화로 변하면서부터다.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올림픽 당시 렌탈 침대가 대량 공급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침대 사용이 본격화됐다. 이후 침대는 더 이상 일부 계층만 사용하는 사치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스프링, 메모리폼, 라텍스 등 소재에 따른 매트리스 종류
침대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품인 매트리스는 소재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스프링 매트리스와 메모리폼, 라텍스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스프링 매트리스는 우수한 탄력성과 반발력이 지니고 있다. 반발력이란 앉거나 누웠을 때 매트리스가 튕겨지는 힘을 말하는데 반발력이 높아야 수면 시 뒤척임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잘 때 뒤척임이 많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통기성이 좋은 스프링 매트리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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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우레탄이 주성분인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충격 흡수가 뛰어나고 탄성이 낮아 체형이 감기는 포근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열에 약하고 통기성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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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텍스 매트리스는 천연 고무 소재로 탄력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인체 모양에 따라 변형되지 않아 유지 기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라텍스는 천연 소재인 만큼 물이 닿으면 부식되기 쉽고, 햇볕에 노출되면 경화현상이 생겨 3~5년 이상 사용 시 가루가 날리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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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잠자리를 위해서는 너무 푹신하거나 단단하지 않고, 매트리스 자체에 각각 독립된 스프링이 있어서 신체의 곡선을 살려주는 매트리스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여러 가지 자세로 직접 누워보고 허리가 수평으로 유지되는지, 척추를 편안하게 받쳐주는지를 체크해봐야 한다.
잠을 자는 공간에서 다용도 공간으로 자리잡은 침대
기존 침대가 숙면 기능을 극대화했다면 요즘에 출시되는 침대는 편안한 취침은 물론이고 독서와 스마트폰 및 TV 시청 등 일상생활에 유용한 활동까지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가구다. 침대에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려면 매트리스가 사용자의 활동 목적에 따라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변형되야 한다. -
모션베드는 전동장치를 사용해 무릎이나 등받이 등을 각도로 조정해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성 침대다. 그 동안 병원용 침대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2016년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모션베드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 모션베드가 대중화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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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룸, 체리쉬, 템퍼 등 기존 및 신규 브랜드들이 잇따라 모션베드 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모션베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여러 브랜드 중에서도 스프링 매트리스 모션베드가 가진 단점을 보완한 침대를 출시한 씰리침대의 ‘플렉스 시리즈’가 눈길을 끈다.
대부분의 모션베드 매트리스는 스프링이 아닌 메모리폼 혹은 라텍스 재질로 만들어진다. 스프링 매트리스를 사용하게 되면 각도를 조절하다 스프링이 포개어지면서 표면이 고르지 않게 접히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씰리침대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모션베드에서도 스프링 매트리스의 지지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플렉스 시리즈’를 출시했다.‘플렉스 시리즈’는 씰리침대만의 특화된 엣지 기술인 ‘플렉스케이스(FlexiCased®)’를 적용했다. ‘플렉스케이스’는 씰리에서만 볼 수 있는 최첨단 기술력으로, 굽어지는 부분에서도 스프링 매트리스의 탄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편함 없이 전동침대로의 호환이 가능하다. 스프링 매트리스 전동침대의 단점을 보완한 ‘플렉스 시리즈’ 출시로 이제 모션베드 이용자들은 견고하면서도 통기성이 뛰어난 스프링 매트리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모션베드
모션베드를 넘어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침대가 나오고 있다. 무선 리모컨이나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침대의 각도를 조정할 수 있고, 음성인식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수면 센서가 내장된 매트리스에서 자면 사용자의 수면 상태에 따라 침대 각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침대까지 등장했다. -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침대는 앞으로 사용자 수면의 질을 높여주고 잠을 자는 동안 사용자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등 더욱 다양한 기능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생의 긴 시간을 함께 해주는 일상의 동반자이자 힘찬 내일을 돕는 침대의 진화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지게 될지 침대 기술의 발전이 기다려진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