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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26일 오전 제8차 위원회를 열고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의 안건 중 조원태 회장과 하은용, 김신배 후보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한진그룹 경영권이 달린 한진칼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막판 변수로 여겨졌던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사실상 조 회장이 주총에서 승기를 잡았다. 소액주주, 기관투자자 등의 선택이 남아있지만 양쪽 모두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이번 주총에서의 영향력을 미치기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지분 2.9%를 보유해 조 회장과 ‘반(反) 조원태 3자 주주연합’(조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 간 표 대결이 예고된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국민연금이 일부 위원의 이견에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국민연금기금의 결정은 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 13일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보고서에서 "한진칼 이사회는 외부 주주가 요구하는 지배구조와 재무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한진칼의 장기적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사회 안이 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해 찬성 투표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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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은 오는 27일 서울 남대문로 한진빌딩 본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총에서는 감사 및 영업보고, 최대주주 등과의 거래내역 보고 등에 이어 재무제표 승인, 사외 및 사내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차기 이사회 후보군으로 한진칼은 조 회장 외에 신규로 6명의 이사 후보를 제안했다. 3자 주주연합은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등 7명의 이사 후보군을 추천한 상태다. 가장 첨예한 표 대결은 안건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진행될 전망이다.
조원태 회장 진영이 확보한 의결권이 있는 지분율은 조 회장(6.52%)과 그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정석인하를 비롯한 특수관계인(4.14%),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3.79%), 미국 델타항공(10.00%), 카카오(1.00%), GS칼텍스(0.25%), 국민연금(2.9%) 등이다.
반면 조 회장에 맞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의 '3자 연합'은 지난 24일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조 전 부사장(6.49%), KCGI(17.29%), 반도건설(5.00%) 등 28.78%에 불과하다.
재계에서는 법원의 ‘3자 연합’ 가처분 신청 기각, 국민연금의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안 찬성 등을 들어 조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로 이뤄진 ‘3자 연합’이 한진칼 추가 지분 매집을 이어가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문제는 양측의 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조 회장이 결코 웃을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 황민수 기자 stoc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