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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초록빛 우주가 담긴 정원 속 작은 힐링, 영화 ‘모리의 정원’

기사입력 2020.03.25 18:14
  • 사는 게 팍팍해서인지 몰라도 햇빛, 바람, 나무와 꽃, 새와 곤충 등 느릿하게 흘러가는 자연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안겨준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힐링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모리의 정원’도 그런 부류의 영화 중 하나다.

  • 이미지=영화 '모리의 정원' 포스터
    ▲ 이미지=영화 '모리의 정원' 포스터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과 작은 물웅덩이에서 한가로이 헤엄치는 금붕어, 도롱뇽, 파리, 개미 등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동물과 곤충들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느릿한 움직임을 담아낸 영화의 전반부는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 이미지=영화 '모리의 정원' 스틸컷
    ▲ 이미지=영화 '모리의 정원' 스틸컷

    하지만, 영화 ‘모리의 정원’은 일반적인 자연 다큐멘터리로 끝나지는 않는다. 중반 이후부터는 노년의 화가 ‘모리’와 그의 아내 히데코의 하루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화가 ‘모리’는 ‘구마가이 모리카즈’라는 실존 인물이다. 1880년에 태어난 그는 명예욕도 금전욕도 없이 오직 좋아하는 일만을 쫓았던 초연한 성격으로, 30년이 넘도록 작은 정원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일본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화가라고 평가받는 그가 쉰 살이 넘어서야 그림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그의 성격이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한다.

  • 이미지=영화 '모리의 정원' 스틸컷
    ▲ 이미지=영화 '모리의 정원' 스틸컷

    1974년 어느 여름날 오후, 영화는 94살의 모리와 그의 아내 히데코의 일상을 담아냈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그들의 일상에는 노년 부부의 사랑과 자연주의 철학을 오롯이 담겨있어 전반부 못지않은 훈훈함과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 이미지=영화 '모리의 정원' 스틸컷
    ▲ 이미지=영화 '모리의 정원' 스틸컷

    영화가 아주 재미있다거나 감동적이라고 말하긴 힘들 것 같다. 작가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정원을 힘을 표현하기 위해 삽입된 다소 엉뚱한 상상 신도 매우 작위적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누그러트린 영화는 이 정도의 흠은 넘어가게 해준다. 그래서 작은 힐링을 찾는 이들에게는 더 맞춤하지 않을까 싶다.

    초록빛 우주가 담긴 정원 속 작은 힐링을 전할 영화 ‘모리의 정원’은 내일(26일)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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